[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KBO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탈삼진율을 가진 투수였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오승환은 500 이닝 이상을 던진 역대 KBO리그 투수 중 9이닝당 탈삼진율이 역대 1위인 11.09다. 9이닝을 던지면 11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낸다는 것이다. 오승환을 제외하곤 그 어떤 투수도 두 자리 숫자를 뛰어넘지 못한다(2위 선동열 9.74, 3위 구대성 9.28, 4위 류현진 8.78). 오승환은 제구력 지표로 여겨지는 삼진/볼넷 비율(K/BB)에서도 역대 1위(5.21)이며 세이브도 역시 1위(277세이브)다.

오승환은 KBO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불펜투수였고, 그 위력은 일본에서도 식지 않았다. 일본에서 뛴 2년간(2014, 2015) 136이닝을 던져 147탈삼진을 잡아냈고 이 역시 이닝당 한 개 이상을 잡아내는 탈삼진율(9.72)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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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본에서의 탈삼진율(9.72)이 한국(11.09)에 비해 1.5개가량 줄긴 했다. 하지만 일본리그가 워낙 교타자 중심인데다 리그의 수준 상승이 일어났기에 이 정도 수치라도 훌륭했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을 때 과연 탈삼진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두고 상반된 두 분류로 나뉘었다. A그룹은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장타를 선호하는 미국이기에 삼진율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B그룹은 그래도 수준 자체가 워낙 앞서다보니 삼진율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메이저리그 10경기를 마친 25일(이하 한국시각) 현재까지의 오승환을 보면 B그룹보다는 A그룹의 예상이 더 맞았다. 오승환은 현재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최정상급 탈삼진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출전한 10경기 모두에서 하나 이상의 삼진을 만들어내고 있는 오승환은 10.2이닝을 던져 17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적은 표본이긴 하지만 9이닝당 탈삼진율이 무려 14.34이며 메이저리그 전체 불펜 투수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의 수준이다.

▶10이닝 이상 던진 ML 투수 중 9이닝당 탈삼진율(K/9) 순위(25일까지)

1위 : 헥터 네리스(필라델피아) 11이닝 18삼진 (14.73)
2위 : 트레버 메이(미네소타) 10이닝 16삼진 (14.40)
3위 : 오승환(세인트루이스) 10.2이닝 17삼진 (14.34)

▶ML 불펜 투수 중 탈삼진 순위 (25일까지)

1위 : 델린 베탄시스(뉴욕 양키스) 9이닝 22삼진
2위 : 헥터 네리스(필라델피아) 11이닝 18삼진
3위 : 오승환(세인트루이스) 10.2이닝 17삼진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였던 오승환. 스포츠코리아, 연합뉴스 제공
오승환이 커리어 통산 가장 많은 한 시즌 탈삼진율을 기록(50이닝 이상 투구)했을 때가 2012년이었다. 당시 오승환은 50경기에 나서 55.2이닝을 던지며 81개의 탈삼진을 잡았었다. 9이닝당 탈삼진율이 무려 13.09였는데 이를 뛰어넘는 것이 현재의 K/9 14.34다.

또한 17개의 탈삼진은 3번의 선발등판을 한 팀동료 카를로스 마르티네즈가 기록한 삼진 숫자(16개)보다 많으며 지난 시즌 200삼진을 넘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에이스 게릿 콜의 3번 선발 등판 때 기록한 탈삼진 숫자(16개)보다 많다.

비결은 엄청난 회전수의 패스트볼과 헛스윙을 작렬시키는 슬라이더에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92.57마일로 오승환은 이에 살짝 미치지 못한다(92.42마일). 구속은 평균이지만 분당 2304번 회전하는 오승환의 패스트볼 회전수는 메이저리그 평균인 2243회보다 61번은 더 회전한다.

또한 슬라이더는 29.4%의 헛스윙률을 이끌어내고 있다. 24일까지 51개를 던진 슬라이더는 단 하나의 안타도 맞지 않았을 정도.

자연스레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423명 중 스트라이크 존 안에 공이 들어왔을 때 공을 맞출 비율이 가장 낮은 투수가 됐다(49% - 전체 1위). 즉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와도 타자들이 못 맞추는 것이다. 돌직구+슬라이더에 섞어 던지는 체인지업 등에 타자들이 당하고 있는 것.

물론 현재의 9이닝당 탈삼진율 14.34가 지속되기는 힘들 수 있다. 한국에서도 11.09였던 통산 탈삼진율이기에 하락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승환의 탈삼진과 알고도 못 치는 공은 미국에서도 분명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KBO리그 역대 최강이면 메이저리그에서도 당연히 통한다는 것이 류현진 이후에 다시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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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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