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 실력 급속 상승은 어려워…미세 개선도 난관 클 듯

이세돌 9단의 역습으로 4연승이 무산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마지막 대국을 앞둔 14일 하루 동안 폭발적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을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구글의 최정상급 기술력을 등에 업은 알파고가 패배 결과를 분석해 15일 제5국 전 재빨리 실력을 대폭 끌어 올릴 것이란 추정이 나오지만 AI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진단이 많다.

실력을 진짜로 끌어 올리려면 AI가 스스로 기보를 재학습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는 만큼 대국이 없는 하루의 휴식 동안 해낼 작업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딥러닝 기술 개발사인 마인즈랩의 유태준 대표는 "제4국 때 알파고가 예상 밖 상황에서 계속 나쁜 수를 둔 것은 기계학습(머신러닝)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예상 밖의 수에서 AI가 대처를 잘 못 하는 일종의 한계로, 금세 고칠 수 있는 버그(프로그램의 오류)는 아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는 애초 학습 데이터(정련된 전산 정보)의 양이 유한하여서 생긴 문제인 만큼 AI에 데이터를 더 줘서 풀 수밖에 없다. 하루 만에 급격한 개선을 이룰 공산은 매우 작다"고 설명했다.

구글 측이 대신 수읽기와 예측 등에서 프로그램 설정을 세밀히 조정해 제5국에 대비할 수 있지만 이도 승패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작년 10월 판후이 2단과의 승리 뒤 쉴 새 없이 강화학습을 시켜 이번 경기에 최적화한 AI가 현재의 알파고"라면서 "이런 최적화 버전의 파라미터(parameter)를 갑자기 만지면 결과가 더 나빠질 확률이 더 좋아질 확률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이 바둑 실력이 더 좋은 또 다른 알파고 버전을 제5국에 깜짝 등판시킬 수 있다는 추정도 있지만, 구글 측은 이런 개연성을 완강히 부인한다.

알파고 개발을 이끈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최고경영자)는 제4국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대국에서 같은 버전의 알파고를 쓴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