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자, 생각해보자. 박병호가 미네소타 트윈스와 기본 4년 1,200만달러(약 142억원, 연봉 300만달러 수준)를 받았고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4년 1,100만달러(약 130억원, 연봉 275만달러 수준)의 계약을 했다.

확정은 아니지만 이대호의 예상 연봉은 500만달러(약 59억원)를 넘지 못할 것 같고, 김현수 역시 300만~400만달러(약 35억~47억원)를 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선수들. 왼쪽부터 이대호, 김현수, 오승환.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렇다고 다 받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각 주마다 세율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한국보다 높아 연봉의 40%정도는 내야한다(각 주마다 세율 다름).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연봉 500만달러짜리 계약을 해도 실수령액은 300만달러(약 35억원)밖에 손에 쥐지 못한다는 얘기다. 한국보다 높은 미국의 생활비, 거주비 등을 따지면 결코 '더 많은 돈을 위해' 미국에 가는 게 아닌 것이 된다.

물론 엄청난 금액이다. 일반인은 평생 벌어도 쉽게 갖지 못할 돈을 연봉으로 받는다. 그러나 이 선수들은 국내에 잔류하거나 일본에 갔더라면 훨씬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단적으로 박석민이 NC와 4년 96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김현수가 미국 진출을 포기하면 100억원은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김현수가 빅리그와 연봉 300만~400만 달러 수준에 3~4년 계약을 맺는다면(박병호급 계약) 도리어 국내보다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된다.

'미국=돈'이라는 공식은 이미 깨졌다. 물론 국내에서도 세금은 낸다. 하지만 4년 96억원을 받는 박석민은 한해에 세금으로 6억원 수준(연봉 24억원의 25%)만 납부하면 된다. 40%이상인 미국과는 확실히 세금에서 차이가 있다. 이제는 돈만 따진다면 국내 혹은 일본에 가는 것이 미국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길이다.

결국 한국도 FA 몸값 폭등으로 인해 일본이 겪었듯 '국내는 돈, 미국은 도전'의 공식이 굳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 그리고 미래의 한국 야구계의 풍속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MBC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계약금 중 실수령액에 대해 얘기하던 추신수의 모습. MBC
▶미국을 가려거든 무조건 단년 계약을 맺어라

그렇다면 이제 미국에 진출하려는 선수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미국을 갈 때 무조건 단년 계약(1~2년짜리 계약)을 하는 것이다. 금액이 크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스플릿 계약(마이너리그, 메이저리그 계약 내용이 다른 것)마저도 괜찮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소한 금전적 손해는 없기 때문이다.

단년 계약에 적은 금액만 받고 가면 대우는 좋지 않을 수 있다. '연봉이 방패막이'인 메이저리그에서 홀대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단년 계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단년 계약이 종료되는 즉시 메이저리그에서 '초대박'을 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대박은 국내, 일본과 스케일이 다르다. 연봉이 100억원(900만달러 이상)정도는 충분하다.

괜히 어중간하게 4년에 애매한 계약으로 전성기 나이를 모두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단년 계약으로 확실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든 혹은 메이저리그에 자신이 통하지 않음을 확인하는게 나을 수 있다.

만약 단년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서 출전기회도 적고, 실력이 통하지 않음을 절감하는 일명 '실패'를 겪게 되면 어떻게 될까. 간단하다. 국내로 돌아오면 된다.

이미 윤석민의 사례(마이너리그 평균자책점 5.74 후 KIA와 4년 90억원 계약)를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아도 국내에서는 충분한 보장을 받을 수 있음이 드러났다. 단순히 윤석민이 아니라도 일본에서 실패하고 돌아왔던 이범호, 이혜천 등의 사례에서도 해외 실패는 국내에서 차라리 메리트로 여겨지고 있음이 오래전부터 확인됐다. 국내의 얇은 선수층 때문이다.

왼쪽부터 박병호, 류현진, 추신수, 강정호. 연합뉴스 제공 ⓒAFPBBNews = News1
▶물론 포스팅은 예외… FA까지 참는게 더 이득일지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행을 노리는 것은 물론 예외이다. 복수의 구단이 아닌 단 한팀과 계약을 하고, 포스팅 비용까지 들다보니 구단이 원하는대로 다년 계약(최소 3~4년 이상)을 해야한다.

하지만 현재의 FA풍속도를 봤을 때 1~2년만 더 참고 FA로 나와서 미국진출을 노린다면 자신의 구미에 맞는 팀도 고를 수 있고 포스팅처럼 제한된 기간에서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닌, 이적시장 끝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듯 단년계약을 맺기에도 FA만한게 없다.

결국 FA로 나와 메이저리그에 단년계약을 맺는 것이 현재 한국야구의 FA풍속도를 봤을 때 최고의 길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현재 FA계약을 노리는 이대호, 오승환, 김현수에게도 적용되는 얘기다. 어쭙잖게 장기계약에 적은 금액을 받고 미국에 가는 것보다 계약 조건이 더 안 좋아도 단년 계약으로 간다면 성공할 경우 '메이저리그급 연봉 대박'을 누릴 수 있고, 실패해도 금방 국내로 돌아와 원래 미국에서 받았던 계약보다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

KBO리그 FA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국내에서 A급 이상의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 진출 카드는 꽃놀이패가 됐다. 선수가 바꿀 수 없다면 차라리 현재의 FA풍속도를 즐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바로 현재의 FA풍속도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메이저리그팀과 단년계약을 맺는 것이다.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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