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드디어 돈 매팅리(54)가 떠났다. 언제 떠날까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LA다저스와 매팅리의 살 얼음판을 걷는 듯한 관계는 오늘이 끝이었다. 상호 계약 해지든 경질이든 떠난건 맞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매팅리가 다저스를 떠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매팅리 감독은 다저스를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매팅리 감독이 지난 5년간 다저스에서 이룬 공과 실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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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3억달러를 쓴 팀에서의 우승 실패에 대한 압박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야만’ 하는 팀이다. 영어로 치면 ‘Have to’보다 강한 ‘Must’를 써야할 정도로 반드시 우승을 해내야하는 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엄청 쓰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다저스는 사실상 세계 프로스포츠 역사를 통틀어도 가장 막대한 금액을 쓴 팀이었다. 2012년까지 메이저리그 내에서 탑 5에는 들었던 다저스는 2013시즌부터 매직 존슨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구겐하임 그룹이 인수한 뒤 메이저리그 1위의 팀 페이롤(Payroll)을 유지한 팀이다.

2013년 ‘제국’ 뉴욕 양키스를 팀페이롤에서 넘더니(2013 다저스 약 2억3,900만달러, 양키스 약 2억3,500만달러), 2014년에는 그 차이를 천만 달러 이상으로 벌렸고(2014 다저스 약 2억4,600만달러, 양키스 약 2억3,100만달러), 올 시즌에는 사상 최초로 3억달러를 넘는 돈을 선수단에 쓴 팀이 됐다(2015 다저스 약 3억1,400만달러, 양키스 약 2억1,900만달러 *자료 스포트랙닷컴 참고).

약 3억1,400만달러는 한국 돈으로 약 3,530억원에 해당하는 초거액이다. 국내 구단의 한해 운영비가 많아야 3~400억원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금액인지 조금이라도 감이 올 것이다.

그런 팀의 수장이다 보니 매팅리에게 198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은 당연한 짐이었다. 쓴 돈이 있으니 우승을 해줘야하는 것이 현장의 책임. 물론 본격적으로 돈을 쓰기 시작한 2013년부터 늘 지구우승은 해줬다. 하지만 지구우승은 당연한 것이었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줘야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조차 단 한 번도 나가지 못했고 시간이 갈수록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압박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매팅리 감독 입장에서는 그 부담감을 안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프런트친화적인 야구를 할 줄 아는 감독을 원한 프리드먼 사장

부담감의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프런트와의 불화였을 것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는 대규모 프런트진 교체를 단행했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기적을 이끌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을 단장으로,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에서 빌리 빈 단장을 보좌하던 파한 자이디 부단장을 단장으로 데려온 것.

일명 ‘젊으면서 명문대 출신’인 이 프런트진에게 다저스 수뇌부는 큰 기대를 걸었다. 그 기대치는 프리드먼 사장에게 무려 5년 3,500만달러(연평균 700만달러, 약 80억원)라는 사상 초유의 계약을 안겨 준 것으로 반증된다. 즉 프런트진은 수뇌부의 신임을 얻은 만큼 현장의 지휘자인 감독 역시 자신들의 의중을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이길 원한다.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왼쪽)과 돈 매팅리 감독. ⓒAFPBBNews = News1
하지만 매팅리 감독은 조 매든 감독(시카고 컵스)이나 A.J 힌치 감독(휴스턴 애스트로스)처럼 프런트 친화적이거나 일명 ‘세이버매트릭스(야구통계학)’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감독의 유형은 아니다. 어찌 보면 ‘올드 스쿨’에 가까운 유형.

그러다보니 프리드먼 사장의 부임 직후부터 꾸준히 매팅리 감독과의 불화설 혹은 매팅리 감독의 경질설이 나돌았다. 현재 매팅리 감독이 나간 후 다저스 감독 후보군으로 여겨지는 이들이 ‘현장친화형’보다는 ‘프런트친화형’인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매팅리와 프리드먼의 이별은 당연했던 수순인지 모른다. 선수단 장악과 전통적 야구를 추구하는 세력과 데이터와 합리적 야구를 추구하는 세대 간의 차이인 것이다.

▶매팅리, 선수단 장악-꾸준한 성적은 분명한 ‘공(功)’

그렇다면 지난 5년간 매팅리 감독이 다저스에서 해냈던 공에 대해 치하해보자. 3년 연속 지구우승(2013~2015)을 해냈다. 또한 지난 5년간 매팅리 감독보다 더 많은 승리를 거둔 감독은 뉴욕 양키스의 조 지라디 뿐이다(지라디 448승, 매팅리 446승). 그리고 지난 5년간 다저스보다 낮은 평균자책점(3.40)과 조정FIP(수비무관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투수 WAR(대체선수대비이상의 승수, 99WAR)을 기록한 팀은 없었다. 단순히 구장과 선수에 기댄 성적이라고 볼 순 없다.

탄탄한 투수력과 함께 매팅리 최고의 공은 초고액 스타플레이어들을 별 잡음 없이 감싸 안았다는 점이다. 맷 켐프, 핸리 라미레즈, 잭 그레인키, 브라이언 윌슨, 야시엘 푸이그 등 메이저리그에서 알아주는 '괴짜'와 '악동'이 많은 다저스였다. 또한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받는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7년 2억1,500만달러)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역사상 계약 총액 최고 26위 안에 4명의 선수(아드리안 곤살레스, 켐프, 그레인키, 커쇼)를 비롯한 초고액의 다저스 선수단을 잘 어르고 달래며 장악한 것은 매팅리가 아니었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매팅리 자체가 워낙 뉴욕 양키스의 레전드 출신(등번호 23번 영구결번)이기에 그 누구보다 스타플레이어의 마음을 잘 아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흔히 말하는 불펜 자원의 부재, 류현진과 브랜든 맥카시 이탈 후 믿을만한 선발 투수의 부재 등은 선수 영입을 주도하는 프리드먼 사장의 과오이지 선수관리를 주로 맡는 매팅리의 잘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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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교체 타이밍, 포스트시즌을 바꾸는 한방이 없던 매팅리의 '실(失)'

그럼에도 매팅리에게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감독 생활 내내 매팅리는 ‘투구 교체 타이밍’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물론 그 어떤 감독이라도 ‘투수 교체 타이밍’에 대한 의구심은 늘 달고 다닌다. 특히 중요한 경기면 더욱 그렇다.

매팅리도 그랬다.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커쇼를 3일 휴식 후 등판시켰지만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커쇼를 7회에도 올려 보내 3실점을 하게 한 후 뒤늦게 바꾼 일로 대표되는 한 박자 늦는 투수 교체 타이밍은 늘 중요한 순간 그의 발목을 잡았다.

심지어 그는 올 시즌 챌린지(비디오 판정 요청)에서도 41회 요청 중 17회 성공이라는 낮은 성공률을 올렸다.

매팅리는 포스트시즌에서 실수만 기억되지 ‘기가 막히다’ 싶을 정도로 뛰어난 용병술이나 전략을 보여준 것이 없는 것도 아쉽다. 물론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특히 감독이 운동장에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제한된 메이저리그의 자체상 더 힘들다. 하지만 포스트시즌만큼은 감독의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팅리는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하는 팀에 필요한 번뜩이나 전략이나 용병술을 갖추지 못했고 결국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했다. 토니 라루사, 조 토리 전 감독과 같은 전설적인 명장이 되기에는 아직 그는 부족했다.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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