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에도 ANA챔피언십은 우승할 때까지…리우올림픽 감독이 새 목표"

"골프선수 이후에도 따르고 싶은 인생을 후배에게 보여주고 싶다"

"내년에 LPGA투어 전 경기에 출전하겠습니다. 그리고 후회도, 미련도 없이 은퇴하겠습니다."

'영원한 골프 여왕' 박세리(38)가 내년을 마지막으로 LPGA투어 생활을 접는다.

1998년 L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등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4승을 거두며 화려한 루키 시즌을 보낸 뒤 19시즌 만에 LPGA투어를 떠나는 셈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 경기도 여주 솔모로 컨트리클럽에서 대회 운영을 점검하느라 분주한 틈에 인터뷰에 응한 박세리는 "내년 시즌은 그동안 LPGA투어 생활을 총정리하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그는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건너가 선수로서 마지막 동계 훈련 캠프를 차리기로 했다.

지난 6월 KPMG 여자PGA챔피언십 1라운드를 치르고 어깨 통증으로 기권한 이후 공식 대회에 전혀 출전하지 않은 박세리는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면서 "쉬면 낫는 거라 쉬다 보니 시즌을 통째로 쉬게 됐을 뿐 몸 상태는 좋다"고 밝혔다.

박세리는 내년에는 가능하면 전 경기를 출장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총정리'를 하는 데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내년 이맘때 후회나 미련 없이 투어를 떠나도록 온 정성을 쏟겠다는 다짐이다.

"골프 선수로 많은 것을 이뤘다"고 자부하는 박세리는 "이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때"라고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그는 '가족'을 말했다. 골프를 빼곤 가족과 해본 게 아무것도 없다는 박세리는 "골프 때문에 하지 못했고 골프 때문에 미뤘던 게 많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은퇴 이유는 '후배 사랑'이다.

'박세리'를 바라보고 골프를 한 후배들이 지금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고맙고 대견하다는 박세리는 "골프 선수 이후에도 따르고 싶은 인생을 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세리는 은퇴해도 ANA챔피언십은 우승할 때까지 출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LPGA투어에서 해마다 시즌 첫번째 메이저대회로 열리는 ANA챔피언십에서 박세리는 아직 한번도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다.

이 대회 우승컵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지 못한 박세리는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이 대회는 우승할 때까지 출전하겠다"고 강조했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등 "골프 선수로서는 다 이뤘다"는 박세리지만 ANA 챔피언십 우승으로 마지막 퍼즐을 맞추겠다는 욕심은 버릴 수가 없다고 했다.

은퇴를 결심한 박세리가 내심 '제2의 인생'에서 목표로 삼은 것 가운데 하나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골프 대표팀 감독이다.

"정말 꼭 하고 싶다"는 박세리는 "하지만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세리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되려면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 그게 뭐든 갖추겠다"고 간절함을 감추지 않았다.

작년부터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주관하는 박세리는 "앞으로 후배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힘을 보태는 게 내 역할"이라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을 오래도록 개최하고, 그리고 더 나은 대회로 만들어 후배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무대를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도 박세리는 후배 선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불편한 게 없는지, 더 개선할 점은 없는지 물어보느라 바빴다.

박세리는 또 "대회 하나를 여는 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애를 쓰는 줄 선수 때는 미처 몰랐다"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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