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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시즌 캔자스시티 로얄스가 보여준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깜짝 2위를 하며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을 때만 해도 그저 전력 약한 팀의 반란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오클랜드 에슬레틱스를 상대로 연장 12회 초까지 7-8로 뒤지다 12회 말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후 디비전 시리즈에서 마이크 트라웃이 버틴 LA에인절스에 3연승,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 4연승을 하며 가히 캔자스시티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그나마 월드시리즈에서 매디슨 범가너에게 막혀 월드시리즈 우승은 좌절됐지만 포스트시즌을 통해 보여준 철옹성 같은 불펜과 탄탄한 수비, 상대의 혼을 빼놓는 주루 플레이는 '단기전의 새로운 해법'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수비와 주루, 불펜은 장기전에서는 큰 효험이 없을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캔자스시티가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챔피언을 차지했음에도 ESPN 전문가 15인 중 올 시즌 캔자스시티의 지구 우승을 점친 이는 고작 2명밖에 없었을 정도(클리블랜드 인디언스 5표 획득).
  • 30년 만에 지구 우승을 확정짓고 기뻐하는 캔자스시티 로얄스 선수단. ⓒAFPBBNews = News1
그러나 캔자스시티는 수비와 불펜이라는 자신들만의 장점을 정규시즌에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자신만의 색깔을 고수한 캔자스시티에게 돌아온 것은 30년 만의 정규리그 지구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였다.

▶압도적 수비, 캔자스시티를 강팀으로 만들다

캔자스시티 하면 역시 수비가 떠오른다. 단순히 이미지가 아닌 정확한 수치로 들여다보면 캔자스시티의 수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새삼 알 수 있다. 팬그래프가 제공하는 수비 WAR(대체선수이상의 승수)에서 캔자스시티는 56.3을 기록했다.

단순히 56.3이라고 하면 감이 안 온다. 2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30.5, 3위 탬파베이 레이스가 23.4였다는 것을 보면 캔자스시티의 수비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2위와도 거의 2배차이이며 최하위 시카고 화이트삭스(-47.3)와는 약 100이 차이 난다. +20만 되도 최상으로 평가받는 지표에서 캔자스시티의 수비는 최상에서도 +가 몇 개나 더 붙어야할 듯하다.

팀 수비력에서는 상당히 공신력 있는 지표로 여겨지는 UZR/150(150경기에 출전했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수준 선수보다 얼마나 실점을 막아냈나를 보여주는 지표)에서도 캔자스시티는 6.9를 기록, 2위 탬파베이 레이스보다 0.5 높은 수치로 메이저리그 1위였다.

캔자스시티 수비진의 최대 장점은 바로 '수비 범위'에 있다. 수비 범위에서 44.5를 기록, 2위 샌프란시스코(30.2)와 14나 차이를 벌렸다. 1위와 2위의 격차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팀들이 약 2사이에서 촘촘히 간격을 형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수비 범위에서 압도적인 모습인지 알 수 있다.

결국 개개인이 수비에서 뛰어나기에 이 같은 압도적 수비는 가능하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 중 수비WAR이 전체 5위안에 드는 선수는 포수 살바로드 페레즈(2위), 2루수 오마르 인판테(3위), 중견수 로렌조 케인(4위)이 있고, 그 범위를 10위권을 넓히면 3루수 마이크 무스타카스(9위), 유격수 알시데스 에스코바(6위) 등이 위치하고 있다.

▶불펜 3대장, 불펜 5대장으로 불어나다

캔자스시티의 투수력은 언뜻 보면 좋지 못하다. 팀 평균자책점이 3.80으로 전체 12위밖에 되지 않는 것. 투수 WAR도 11.4로 전체 17위로 하위권에 가깝다.
  • 불펜 3대장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셋업맨 웨이드 데이비스. ⓒAFPBBNews = News1
하지만 선발투수 성적을 덜어낸 불펜투수만 본다면 얘기는 다르다. 불펜투수 평균자책점은 2.69로 팀 평균자책점보다 1.1이나 낮고 메이저리그 전체 3위이자 아메리칸리그 1위의 수준이다. 지명타자 제도로 인해 당연히 평균자책점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이해한다면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불펜과 고작 0.06의 평균자책점 차이밖에 없다는 것이 놀라울 수밖에 없다.

잔루처리율도 80.8%로 메이저리그 2위(1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81%), 아메리칸리그 1위라는 점에서 잔루처리도 뛰어났는데 이는 특히 메이저리그 4번째로 불펜에서 이닝을 많이 던졌음에도 일어난 일이기에 놀랍다.

캔자스시티보다 더 불펜이 많은 이닝을 책임진 애리조나(537.1이닝)나 콜로라도(532.2이닝), 탬파베이(506이닝)는 사실상 전력이 약하다보니 선발이 일찍 무너져 불펜이 부득이하게 많은 이닝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팀. 반면 캔자스시티는 불펜이 뛰어나기에 많은 이닝을 던지게 한 팀이었다.

지난 시즌 캔자스시티는 일명 '불펜 3대장'이 7-8-9회를 완벽히 책임졌다. 마치 공식처럼 7회에는 켈빈빈 에레라, 8회에는 웨이드 데이비스, 9회에는 데릭 홀랜드가 올라와 완벽하게 틀어막는 모습으로 공포를 안겼다.

올해는 불펜 3대장 중 마무리 투수인 홀랜드가 부진(32세이브 평균자책점 3.83)했지만 여전히 건재한 에레라(65.2이닝 평균자책점 2.74), 데이비스(62.2이닝 평균자책점 0.86)와 더불어 2명의 불펜 대장들이 추가됐다. 바로 좌완 프랭클린 모랄레스(60이닝 평균자책점 2.85)와 우완 라이언 매드슨(58.1이닝 평균자책점 2.31)이 그 주인공.

실패한 선발 출신(지난 시즌 38경기 중 선발 22경기, 평균자책점 5.37)인 모랄레스와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매드슨의 인간 승리(2011시즌 이후 올 시즌까지는 등판기록이 없었음)가 돋보였고 그들이 부활했기에 캔자스시티의 불펜야구가 가능했다.

이처럼 캔자스시티는 자신들만의 확실한 주무기인 수비+불펜 야구로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더하며 1985년 이후 30년 만에 감격의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과연 캔자스시티는 지난 시즌 범가너라는 괴물에 막혀 실패한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미 수비와 불펜 야구로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서의 모습이 정규시즌에도 통함을 증명한 캔자스시티 야구다. 워낙 일찍 지구 우승을 확정지었기에 충분한 휴식을 통해 재정비될 캔자스시티가 지난 시즌만큼 포스트시즌에서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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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09/26 06: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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