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국내에도 제 아무리 불운한 선수가 많다고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역시 클래스가 다른 걸까. 불운한 선수 중에서도 그 클래스가 압도적으로 다른 선수가 주목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눈물짓게 하는 셸비 밀러(25·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그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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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트레이드 때만해도…

2012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2013,2014년 연속 선발 10승 이상을 해내며 준수한 선발 투수 이상으로 자리 잡은 밀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제이슨 헤이워드 트레이드 때 세인트루이스 측의 주력 자원으로 애틀란타 유니폼을 갈아입게 된다.

아무래도 포스트시즌과 거리가 먼 팀으로 이적했고 전력도 조금 더 약한 팀이기에 밀러 입장에서는 조금 더 확고한 입지와 우승 가능성을 맞바꾼 둥지 변화로만 여겨졌다.

▶5월 중순까지는 사이영상도 노려볼 법 했던 밀러

시즌 시작과 동시에 밀러는 질주했다. 4월을 3승1패, 평균자책점 2.17로 보내며 심상치 않았던 밀러는 5월6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과 5월18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완봉승을 올려 '3경기 중 2경기 완봉'으로 메이저리그를 놀라게 한다. 이때 만해도 첫 8경기에서 5승1패, 평균자책점 1.33으로 사이영상 페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이제부터는 역사적인 불운의 시작이었다.

▶23경기 15패 평균자책점 3.65

5월18일 완봉승 이후 밀러는 불운에 휩싸이게 된다. 9월 23일까지 4개월 넘는 시간 동안 그는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다. 그럼에도 그에게 돌아온 것은 23경기 무승 15패였다.

밀러가 부진했던 것도 아니다. 23경기의 평균자책점은 3.65였다. 충분히 잘 던지고도 팀 타선이 도와주지 않았다. 밀러가 나선 23경기에서 경기당 0.83득점밖에 지원해주지 못했다. 한 경기 가장 많은 득점지원을 해준 것은 고작 3점(4회)이었고 아예 득점 지원이 전무한 것도 13경기에 달했다.

경기당 0.83점이라니! 경기당 1점도 지원해주지 못하는 환경이다 보니 밀러가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애틀랜타도 밀러가 나온 23경기에서 3승20패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 기간 동안 밀러는 아무리 못해도 항상 5이닝 이상을 막아줬고 8회까지 던진 적도 2번이나 됐던 점을 알게 되면 자연스레 눈물이 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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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의 역사를 쓰고 있는 밀러

23일까지 밀러는 192이닝을 던지고도 5승16패를 기록, 메이저리그 최다패 1위에 올라있다. 평균 득점 지원도 2.45로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득점 지원 2.45는 득점 지원 전체 1위인 마크 벌리(토론토 블루제이스, 14승 평균자책점 3.69)가 6.03의 득점 지원을 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얼마나 안타까운 지원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평균자책점이 딱 3.00인 밀러는 이대로 잘 던지며 평균자책점 2점대를 기록하는 대신 계속 불운을 겪게 된다면 1987년 놀란 라이언(8승 16패 평균자책점 2.76)이후 28년 만에 '10승 미만 16패 이상 평균자책점 2점대'의 투수가 될지도 모른다.

그나마 당시 놀란 라이언은 8승이라도 했지만 밀러는 고작 5승중이라 앞으로 많아도 2경기 정도 추가 등판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이 부문 최소승 투수를 확정지은 것이나 다름없다.

5승16패 평균자책점 3.00의 밀러는 과연 언제쯤이나 승리를 추가할 수 있을까. 이 정도면 팀 타선을 한참이나 원망해도 될 밀러는 "명백하게도 난 분명 기복이 있다. 이런 기복을 통해 긍정의 힘을 배우고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투수, 더 나은 팀원으로서 제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며 부진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도리어 성장의 시간으로 삼는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는 28일이나 30일 등판이 유력한 밀러는 28일 등판하게 된다면 오는 10월5일 세인트루이스와의 시즌 최종전에도 나설 수 있게 된다. 과연 이 경기들에서 밀러는 승리를 거두며 불운을 모두 씻을 수 있을까. 불운의 여신은 대체 언제쯤 그를 그만 괴롭힐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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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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