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디플레이트게이트 조사 과정서 법적 정당성 결여

미국 법원이 지난 시즌 미국프로풋볼(NFL)을 강타한 '바람 빠진' 공 스캔들의 중심인물인 특급 스타 톰 브래디(38·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게 내려진 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무효로 판결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연방지법 뉴욕 남부지원 리처드 버먼 판사는 NFL 사무국의 로저 구델 커미셔너가 브래디에게 내린 올 시즌 4경기 출전 정지 징계에 대해 법률상의 하자를 이유로 이날 오전 무효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NFL 사무국이 버먼 판사의 판결 효력을 잠정 중단할 제2 항소법원의 긴급 명령을 얻어내지 못하는 이상 뉴잉글랜드의 쿼터백인 브래디는 10일 열리는 피츠버그 스틸러스와의 시즌 개막전에 출전할 수 있다.

브래디를 징계한 NFL 사무국과 이에 불복한 NFL 선수노조는 구델 커미셔너의 징계 결정이 적법한가를 두고 송사를 벌였다.

지난 시즌 뉴잉글랜드에 10년 만에 슈퍼볼 우승을 선사한 브래디는 통산 세 번이나 슈퍼볼 최우수선수로 뽑힌 당대 최고의 쿼터백이다.

그러나 지난 1월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의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챔피언십 게임에서 '바람 빠진 공'이 사용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추문의 중심에 섰다.

바람 빠진 공을 사용하면 공을 잡거나 받기가 쉽다. 뉴잉글랜드의 승리로 끝난 당시 AFC 챔피언십 경기 때와 같이 비온 뒤 공이 미끄러운 상황에서는 바람 빠진 공을 사용하는 게 더욱 유리하다.

당시 경기에 사용한 12개의 공 중 11개의 공기압이 기준치보다 16%나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자 미국 언론은 공의 바람을 뺀다는 뜻을 지닌 '디플레이트'와 추문을 뜻하는 '게이트'를 합쳐 이 사건을 '디플레이트게이트'로 불렀다.

진상 조사에 나선 NFL 사무국은 구델 커미셔너의 이름으로 브래디가 이 추문에 직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으나, 장비 담당 직원 2명이 바람 빠진 공을 준비한 것을 '적어도 대체로 알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 5월 브래디에게 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아울러 뉴잉글랜드 구단에도 벌금 100만 달러와 2016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2017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지명권 박탈이라는 징계를 부과했다.

하지만, 버먼 판사는 NFL 자체 조사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브래디와 NFL 선수노조의 손을 들었다.

버먼 판사는 무효 판결의 이유로 ▲브래디가 잘못된 행동과 그로 말미암은 징계에 대해 NFL 사무국으로부터 충분한 통지를 받지 못했고 ▲브래디가 NFL 사무국의 조사를 이끈 1명과 만나 내용을 살필 기회를 박탈당했으며 ▲목격자 진술을 포함한 조사 내용을 들여다볼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판결은 브래디가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사전에 바람 빠진 공의 존재를 알았는지보다 NFL의 징계 결정 과정이 적법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브래디의 변호인은 NFL 커미셔너는 법적으로 정당하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불공정하고 불법으로 권한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구델 커미셔너를 비난했다.

버먼 판사는 변호인단의 이런 주장을 수용해 절차상 정당성이 모자란 NFL 사무국의 조사에 바탕을 둔 구델 커머셔너의 징계 결정에 효력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해로운 행동에 대한 징계 정책'이라는 노사 협약에 근거해 가정 폭력을 일삼은 선수에게도 커미셔너 직권으로 징계를 내렸다는 NFL 사무국의 주장에 대해 장비 문제를 일으킨 브래디에게 그 조항을 적용해 징계한 것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법률 전문가들은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조사 과정의 합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탓에 NFL 사무국이 버먼 판사의 결정을 뒤집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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