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한국일보DB)
박태환(24·인천시청)의 존재감이 이보다 더 절실할 수 있을까. 그가 없는 한국 수영의 현실이 처참하다.

2013 바르셀로나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지난 1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했다. 연일 세계 수영 선수들의 활약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한국 선수들의 소식은 잠잠하다. 남의 잔치 구경하는 기분은 역시 씁쓸한 걸까. '수영 천재' 박태환 홀로 반짝였을 뿐 한국은 역시 수영 변방국이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경영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은 줄줄이 예선 탈락했다. 한국은 세계무대의 높다란 벽에 가로막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한국시간) 남자 접영 50m와 남자 평영 100m에서 한국 기록을 보유한 양정두(인천시청)와 최규웅(부산중구청)은 예선 탈락했고, 남자 자유형 400m에 출전한 정정수(경기고)도 예선에서 고개를 숙였다. 29일 남자 자유형 200m에 나선 정정수는 1분 51초 86으로 예선 43위, 남자 배영 100m에 나선 신희웅(서울체고)은 56초 95로 예선 35위였다. 여자 평영 100m에 나선 백수연(강원도청)은 1분 09초 11로 예선 26위, 여자 배영 100m의 김지현(하이코리아)도 1분 04초 66으로 예선 37위를 기록했다.

30일에도 한국 선수들은 모두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남자 평영 50m에 출전한 신형근(서귀포시청)은 28초 29로 예선 42위, 남자 자유형 800m에 도전한 장상진(충북체육회)은 8분 18초 51로 예선 30위에 머물렀다. 남자 접영 200m에 출전한 장규철(강원도청)은 2분 03초 32초로 31위를 기록했다. 자신의 한국 신기록 1분 57초 82에도 한참 못 미치는 기록이어서 더욱 아쉬웠다.

저조한 성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한국 선수들 대신 해외 스타들의 선전은 속속 전해지고 있다. 박태환의 최고 라이벌이었던 중국의 쑨양은 남자 자유영 400m 결선에서 3분 41초 59로 금메달을 따내 건재함을 과시했다. 은퇴했던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28)의 복귀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미국 수영의 미래'로 추앙받는 16세 소녀 케이티 레데키가 6년 동안 꿈쩍 않던 여자 자유형 1,600m 세계 기록을 무려 6초나 단축하기도 했다.

한국 수영에서 박태환 같은 선수가 예외적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가 빠진 현실은 이렇듯 생각보다 처참하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 한국수영협회와의 불화로 참가하지 않았다. 한국 수영협회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박태환 선발 제외에 대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선발전(제 85회 동아수영대회)에 참가하지 않아 선발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스폰서도 끊기고 한국수영협회의 외면을 받고 있는 박태환은 지난 19일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자비로 1차 전지훈련을 진행했던 그는 이번 2차 전지훈련은 SJR기획과 1년간 5억원의 후원계약을 맺어 마음 편히 호주로 떠났다. 국내에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박태환은 이날 "세계선수권대회를 불참한 것이 아쉽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며 "훈련을 좀 더 열심히 하게끔 하는 자극제가 될 것 같고 다른 선수들의 데이터 등도 색다르게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쑨양도 박태환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워했다. 쑨양은 지난 28일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태환이 있었더라면 더 좋은 기록을 냈을 것이다"며 "강한 상대는 나에게 좋은 촉진제다"고 아쉬워했다. 쑨양은 라이벌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한국인들은 한국 수영의 전설이자 영웅인 박태환을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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