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안주하기보다는 더 큰 도전 선택
박태환 "공백 뛰어넘은 김연아 대단"

박태환=한국일보 DB, 김연아=한국아이닷컴 이혜영기자.
"연아처럼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마린보이' 박태환(24)이 그간 꾹꾹 눌러둔 속마음을 드러내면서 '피겨 여왕' 김연아(23)를 극찬해 화제다.

박태환은 SK텔레콤과의 메인스폰서 계약이 끝난 후부터 제대로 운동에 매진하지 못했다. 그는 새 후원사를 찾지 못해 자비로 훈련을 해왔다. 올 1월 중순부터 약 6주간 호주 브리즈번에서 진행한 훈련도 개인 돈으로 충당했다.

박태환은 3일 뉴스Y 인터뷰에서 그간 겪은 마음고생, 앞으로의 각오 등을 털어놓았다. 그는 현재 서울체고에서 오전 훈련을 하고 현대자동차 사원체육관으로 옮겨 오후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체력훈련 역시 전담팀 체력담당관의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하고 있다. 여기저기를 옮겨 운동하는 까닭에 시간 낭비가 많고 훈련에만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달 26일 인천시청 수영부에 공식 입단하긴 했지만 전담팀을 꾸리는 건 박태환의 몫이기 때문에 후원사 도움이 절실하다. 박태환은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처음 후원사 없이 훈련해야하는 사실에 초초하고 슬펐다"면서 "길어지지 않고 빨리 후원사가 생기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태환은 기업들이 후원에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서러웠다. 난 아직 끝난 게 아닌데…. 내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을 냉정히 깨야겠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생각만 한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나는 아직 발전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태환은 김연아의 활약을 보며 힘과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2년여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세계 정상에 오른 김연아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는 "종목이 다르지만 내가 김연아처럼 쉬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나도 최선을 다하면 신기록은 물론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태환과 김연아는 여러모로 닮았다. 국민의 홀대를 받아오던 비인기 종목인 수영과 피겨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둘은 천재적인 기량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를 호령해 한국과 한국인의 저력을 뽐냈다.

본의 아니게 많은 구설수에 오르내린 점도 비슷하다. 박태환은 대한수영연맹과의 갈등으로 인한 런던올림픽 포상금 미지급 문제, 홈쇼핑 광고 출연 등의 사태에 휘말려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김연아도 2년 정도의 공백을 딛고 지난달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다시 우승하기까지 맘고생이 많았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후 허탈감에 시달렸다. 목표를 이루고 난 뒤의 공허함에 빠진 김연아는 더이상 대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맥주 광고에 출연했다가 청소년의 음주 문화를 조장한다고 비난을 받았고, 교생실습을 나갔다가 '쇼'라는 비방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태환과 김연아는 어떤 점이 가장 닮았을까? 한 분야에서 모든 걸 이루고도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과감하게 더 큰 도전을 선택한 용기 그 자체가 아닐까? 불황에 지친 국민이 박태환과 김연아로부터 위로를 얻는 이유는 그들에게서 현재의 상황이나 처지에 만족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엿봤기 때문이다. 박태환과 김연아가 각각 내년 아시안게임과 소치올림픽에서 뭔가 큰일을 낼 수 있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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