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은 역시 큰 무대에 강했다'

한국이 1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대회 마지막 날 금메달 6개를 휩쓸며 금메달 7개와 은. 동메달 각 4개로 대회를 기분좋게 마쳤다.

전체 10개 종목 가운데 캐나다가 남녀 500m에서 동반 우승하고 미국이 아폴로 안톤 오노를 앞세워 남자 1,500m 금메달을 가져갔지만 중국은 `노골드' 수모를 당했다. 한국이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개인 성적에서도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남녀 3관왕에 올랐던 안현수(한국체대)와 진선유(단국대)가 1인자 이름값을 했다.

안현수는 최종일 1,000m와 5,000m계주 금메달로 2관왕에 오르며 1,500m, 500m 동메달과 3,000m 슈퍼파이널 은메달을 합쳐 종합점수 81점을 획득, 찰스 해멀린(캐나다.63점)과 `숙적' 오노(미국.60점)를 제치고 종합우승했다.

지난 2003년 대회 이후 남자부 최고인 5연패의 위업을 이뤄 이 부문에서 신기록을 세운 중국의 여자 스타 양양A의 6연패에 도전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여자 에이스 진선유도 1,000m, 3,000m 슈퍼파이널, 3,000m 릴레이에서 우승하며 대회 3관왕으로 2005년 대회 이후 3년 연속 우승 기쁨을 누렸다. 진선유는 앞서 1,500m 은메달까지 따 명실상부한 한국여자 에이스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와 함께 남자 3,000m 슈퍼 파이널에서 우승한 송경택(고양시청)과 여자 1,500m를 제패한 정은주(한국체대)도 남녀 계주 우승으로 사이 좋게 대회 2관왕이 됐다.

지난 달 제6회 창춘(長春) 동계아시안게임 때 개최국 중국의 텃세에 피해를 보며 기대에 못 미쳤지만 큰 무대에서 무더기 금메달 사냥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시 한국은 중국 심판들의 편파 판정에 희생돼 금 4. 은 5, 동메달 2개로 중국(금 4, 은 3, 동메달 5개)을 가까스로 눌렀음에도 토리노동계올림픽 때 여섯 차례 금빛 질주를 펼쳤던 명성에 휠씬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당시 한국 여자선수들이 3,000m 계주에서 중국에 금메달을 내준 뒤 시상식장에서 중국의 편파 판정에 대한 항의 표시로 `백두산은 우리땅'이라고 새긴 피켓 세리머니를 펼쳤지만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아킬레스건 염증으로 고생했던 안현수와 발목 부상에 시달렸던 진선유가제 컨디션을 회복하며 건재를 과시한 건 다행스럽다.

6차 월드컵 출전을 포기하고 치료와 휴식을 병행했던 안현수와 진선유가 동계아시안게임 부진을 딛고 부활을 선언한 것이다.

고질적인 `파벌 싸움'을 완화하려는 미봉책인 `개인코치제' 도입 이후 우려됐던계주에서 남녀 모두 캐나다와 중국 등 라이벌 국가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했다는점은 값진 성과다. 개인 실력 못지 않게 팀워크가 생명인 계주에서 서로 다른 코치 밑에서 훈련하며 치열한 내부 경쟁을 하는 선수들이 협공 작전으로 얻어낸 금메달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후 곧 17∼18일 세계팀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동하는 국가대표들이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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