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수진 기자]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수록 미움의 시선도 늘어난다. 이 미움의 시선은 질투 혹은 관심을 끌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곤 한다.

메이저리그가 보내는 사랑과 미움의 중심에 오타니 쇼헤이(23)가 있다. 소속팀을 물색 중인 오타니에게 많은 빅리그 구단들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투수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 = News1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의 유명 칼럼니스트 켄 로즌솔은 8일(한국시각) “일부 메이저리그 고위 관계자들이 오타니의 의사결정 과정에 화를 내거나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지난 5~6일 메이저리그 7개 구단과 입단 협상을 벌였다. 협상 테이블에서 ‘갑’은 오타니였다. 7개 팀 모두 오타니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오타니 측에서 요구한 보고서를 제출했고 오타니 에이전시 CAA 스포츠가 있는 로스앤젤레스까지 직접 방문해 면접에 응했으니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선수가 구단의 ‘갑’이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심지어 상대는 메이저리그 무대 경험도 없는 초짜다. 그러나 초짜라고 하기에 오타니가 보여준 ‘투타 겸업’이 무시무시하다.

오타니는 훌륭한 우완 투수이자, 동시에 좌타자로서 재능도 뛰어나 일본프로야구에서 뛸 때부터 메이저리그의 이목을 끌었다.

투수 오타니는 최대 시속 164㎞가량의 강속구를 던지며 2016년 140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했다. 타자로서는 2016년 22홈런을 때리며 강타자의 면모도 갖췄다. 빠른 발도 자랑하는 오타니는 1루까지 도달하는데 3.9초면 충분하다.

타자 오타니 쇼헤이. 연합뉴스 제공
심지어 가격도 저렴하다. 미국-일본 야구 포스팅 협정에 따라 빅리그 팀은 오타니 이적료로 최대 2000만 달러(217억원)만 내면 된다. 또한 25세 미만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연봉과 계약금 액수를 제한하는 규정에 따라 오타니의 내년 연봉은 500만 달러를 넘지 않을 전망이다.

낮은 가격에 오타니와 같은 거물급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너도나도 오타니를 잡기 위해 오타니가 내준 보고서 작성이라는 숙제를 하며 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선수를 고르는 입장이었던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오타니가 보이는 행보는 꽤나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간절하게 구애하던 때는 잊고 볼멘소리를 터뜨리는 모습이 소속팀을 직접 선택하는 선수를 마주한 구단들의 충격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팀을 고르기 위한 오타니의 행보를 소위 말하는 ‘갑질’이라 비난할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기 전부터 오타니에게 관심을 보인 건 빅리그 구단들이었다. 오타니가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었을 때 오타니의 경기에는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거쳐 갔다.

실력으로 그들을 불러 모은 오타니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남다른 실력으로 메이저리그 팀들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 들였다. 숙제를 낸 건 오타니지만 숙제를 한 건 아쉬운 입장인 구단들이다.

뒤에서 불평을 터뜨리면서까지 영입 경쟁을 이어갈 필요는 없다. 어차피 칼자루는 오타니가 쥐고 있다. 애정을 이어가든, 미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든 오타니의 팀은 오타니가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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