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류현진(30·LA 다저스)이 올 시즌 4번째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다. 시즌 첫 승에 도전하는 그에게 주어진 과제들은 무엇일까.

류현진은 25일 오전 11시 15분(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다저스에 맞서는 샌프란시스코는 우완 투수 맷 케인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AFPBBNews = News1
올시즌 다저스의 5선발로서 2시즌 만에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류현진은 앞서 3차례 등판했지만 승리가 없었다. 그는 올시즌 승리 없이 3패, 5.8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개막 이후 2차례의 경기에서 모두 4.2이닝만을 책임진 탓에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패전의 멍에를 떠안았던 류현진은 가장 최근 경기였던 지난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6이닝을 책임졌다. 그러나 7피안타(3피홈런) 1볼넷 4실점을 기록한 탓에 역시 패전을 면하지 못했다. 3연패의 늪에 빠진 것.

좀처럼 선발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다저스는 인내심을 갖고 류현진에게 4번째 선발 등판 기회를 줬다.

다행스럽게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 19일 콜로라도전 직후 로케이션에만 다소 실수가 있었을 뿐, 류현진의 경기 내용면에서는 나름 만족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대니얼 김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역시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그는 24일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5선발 급의 경기력은 충분히 보였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전성기 시절인 다저스 2,3선발급으로 올라서기 위한 복귀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승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저스의 인내심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 이번에도 승리를 놓친다면 자칫 5선발 자리가 위태로울 가능성도 있기에 샌프란시스코전 승리는 당위가 됐다.

지난 3차례의 경기에서 도출된 자신의 문제점 혹은 상대팀 관련 이슈들을 철저히 점검해야 할 류현진이다.

점검 대상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잦은 피홈런이다. 류현진은 지난 2014시즌과 2015시즌 도합 344이닝을 책임졌는데, 이때 피홈런은 23개에 불과했다. 14.9이닝 당 한 개의 홈런을 내준 셈.

문제는 올시즌이다. 올시즌 15.1이닝을 책임진 류현진은 벌써 6홈런을 내줬다. 사실상 2.5이닝 당 한 개 꼴로 피홈런을 기록했다. 홈런을 맞는 일이 급격하게 잦아진 것. 첫 선발승을 위해선 이닝 당 피홈런 비율을 반드시 낮춰야 한다.

LA 다저스의 류현진. ⓒAFPBBNews = News1
그러나 피홈런 기록을 과도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대니얼 김 위원은 “피홈런을 의식해 오히려 도망가는 듯한 투구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타자 친화적인 쿠어스 필드에서 복귀전을 가졌고,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시카고 컵스와 경기를 치렀으니 홈런을 맞았던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피홈런 기록을 의식한 나머지 승부를 피하기만 한다면 오히려 볼넷 등 좋지 못한 결과만 이어질 뿐이다. 올시즌 류현진이 내준 홈런은 대부분 커맨드와 제구가 제대로 되지 못해 한 복판에 몰린 실투가 원인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구를 가다듬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라고 답했다.

다행히 류현진이 25일 경기를 치르는 AT&T파크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투수 친화적인 구장으로 유명하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이 매 시즌 공개하는 파크 팩터에서 AT&T파크는 지난 2014년 이래로 홈런이 가장 적었던 구장이다. 대니얼 김 위원은 “AT&T 파크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심리적으로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구위와 구속 역시 복귀에 나선 류현진을 꼬리표처럼 쫓아다니는 키워드다. 특히 어깨·팔꿈치 수술을 딛고 복귀한 류현진이 매 경기 기록하는 직구 최고 구속은 야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구위와 구속이 아닌 평균 구속과 제구라는 것이 김 위원의 생각.

대니얼 김 위원은 “류현진의 경기별 최고 구속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정말 중요한 것은 평균 구속과 제구다. 현재 그의 평균 구속은 시속 90마일에서 91마일선(144~146km)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준수한 편이다. 원래 류현진은 매우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었다. 구속을 올리는 것 보다는 들쭉날쭉한 제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게다가 류현진은 몸상태가 가장 좋았을 때도, 5월에 들어서야 시속 93~94마일(149~151km)의 빠른 공을 던지곤 했다. 올시즌 역시 5월에 접어들면서 그의 구속이 이전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외야수 헌터 펜스. ⓒAFPBBNews = News1
류현진이 샌프란시스코를 상대하는 만큼 ‘과거의 천적’ 헌터 펜스와의 조우 역시 관심을 끄는 대목 중 하나. 우타자인 펜스는 류현진을 상대로 통산 타율 4할5푼5리, 2볼넷, 7타점을 올렸다. 올시즌에는 ‘류현진 천적’ 타이틀을 콜로라도의 놀란 아레나도가 가져간 모양새지만 펜스 역시 승부처 마다 류현진을 괴롭혀 왔던 선수.

펜스는 올시즌에도 좌타자를 상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타율 3할6푼4리를 기록 중인 것.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니얼 김 위원은 “아레나도와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는 것을 통해 짐작하건데, 류현진은 펜스를 상대로도 정면승부를 할 가능성이 높다.

아레나도에게만 3홈런을 내줬던 것은 좌우 코너를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부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좌우 코너, 그 중에서도 우타자 펜스의 바깥쪽을 활용한다면 승산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펜스를 넘어도 결코 끝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좌타자들을 모두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체인지 업 공략에 능한 내야수 브랜든 크로포드는 펜스보다 더욱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진다”라고 덧붙였다.

과연 류현진이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와 난관을 뚫고, 시즌 첫 승이라는 기분 좋은 결과를 얻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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