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천신만고 끝에 시애틀 매리너스로의 입단이 결정된 이대호(34). 한국, 일본 등과는 전혀 다른 미국 야구에 대한 적응이 우선이지만, 그 어떤 구단보다 긴 이동거리를 자랑하는 시애틀의 악명 높은 ‘장거리 비행’ 역시 적응해야 할 것이다.

이대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시애틀 매리너스는 4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SNS를 통해 이대호를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영입했음을 알렸다. 마이너리그 계약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으로 한국 최고의 타자이자 일본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던 이대호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굉장한 충격이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할 경우 1년 400만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너리그 계약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전혀 보장되어있지 않다. 마이너리거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는 것이 다반사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할 경우 FA가 되거나 마이너리그에서 승격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치열한 포지션 경쟁, 미국 야구 문화의 적응 등 ‘메이저리그 초보’ 이대호에게 산적해 있는 과제는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시애틀의 악명 높은 이동거리 역시 올시즌 이대호가 적응해야할 과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통계 웹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시애틀은 2016시즌 그 어떤 구단보다 많은 이동 거리를 자랑한다. 시애틀은 올시즌 4만7,704마일, 약 7만6,772km를 이동할 예정이다. 이는 가장 이동거리가 적은 시카고 컵스(2만4,271마일, 약 3만9,060km)에 비해 2배에 달하는 수준.

지구의 둘레가 약 4만km임을 생각해본다면 시애틀은 거의 지구 2바퀴를 도는 셈. 서울에서 부산을 약 236차례(직선거리 325km 기준) 오갈 수 있는 거리다.

제 아무리 관리를 받고 편안한 좌석에서 비행에 임한다고 해도 운동선수는 종목을 떠나 장거리 비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 뛰는 해외파 축구 선수들 역시 대표팀에 소집되는 것을 다소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장거리 비행’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비행기를 밥먹듯이 타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느끼는 ‘장거리 비행’에 대한 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2016시즌 이동거리. 시애틀은 총 4만7,704마일을 이동한다. 이는 약 7만6,700km로, 지구 둘레가 4만km임을 감안한다면 거의 2바퀴에 가까운 이동거리다. 베이스볼 서번트 캡쳐.
실제로 시애틀은 장거리 이동으로 인해 성적에 있어 불이익을 받은 팀 중 하나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시애틀은 지난 2011시즌 무려 5만3,415마일을 이동했는데 이 시즌 시애틀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67승95패)에 그쳤다. 하지만 같은 해 2만4,345마일만을 이동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5년 역시 4만3,281마일을 움직인 시애틀은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이동거리를 자랑했다. 지난 시즌 76승86패를 기록한 시애틀은 지구 4위로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이전의 전례로 비춰볼 때 시애틀이 이동거리에 대한 불만을 가질 소지는 다분하다.

물론 2015시즌 2만612마일의 가장 적은 이동거리를 기록한 신시네티 레즈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64승98패)에 머물렀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장거리 비행이 절대적으로 성적 부진의 원흉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시애틀의 입장에서는 기나긴 여정길이 전혀 반가울 수 없다.

2016시즌 메이저리그 이동거리 상위 13개 팀. 시애틀은 가장 많은 이동거리를 자랑한다. 베이스볼 서번트 캡쳐
이대호는 광활한 미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동거리가 짧은 일본, 한국에서만 활약해 장거리 비행이 익숙하지 않다. 물론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 새내기인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역시 KBO리그에서 활약하며 버스를 통한 지상 이동이 익숙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대호가 감내해야할 이동거리에 비하면 사정이 훨씬 낫다.

올시즌 미네소타와 볼티모어의 이동거리는 각각 2만8,948마일과 3만2,322마일이다. 4만마일이 훌쩍 넘는 시애틀에 비한다면 이상할 정도로 짧아 보이기까지 한다. 상대적으로 짧은 계약기간인 1년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이대호가 올시즌 시애틀의 악명 높은 ‘장거리 이동’까지 극복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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