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충격이다. ‘그래도’ 이름값이나 세부기록을 놓고 보면 클레이튼 커쇼(27·LA다저스)가 카를로스 마르티네즈(2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나 여타 후보군을 손쉽게 이길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커쇼가 올스타에서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MLB닷컴은 11일(이하 한국시각) 2015 올스타전 최종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마르티네스는 1,410만표를 얻어 조니 쿠에토(신시내티 레즈)와 커쇼를 극적으로 제치고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뽑혔다.

순수 팬투표로만 진행됐던 최종 투표에서 커쇼는 그래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단 한명만 선정된다할지라도 내셔널리그 후보 5명(유리스 파밀라, 트로이 툴루위츠키, 쿠에토, 마르티네즈, 커쇼) 중 아무래도 이름값에서 그 어떤 선수들을 압도했기 때문. 결국 팬투표는 인기투표의 성향을 지님을 감안하면 빅마켓 팀의 에이스인 커쇼가 충분히 이점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마르티네즈에게 승리는 돌아갔다. 커쇼의 5년 연속 올스타 선정이 좌절됐고 작년 올스타-MVP-사이영상을 따낸 선수가 이듬해 올스타가 되지 못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모든 기록은 올스타 최종투표 발표일이었던 10일까지)

C.마르티네즈 : 18경기 107.1이닝 10승 3패 평균자책점 2.52 탈삼진 113
클레이튼 커쇼 : 18경기 123이닝 6승 6패 평균자책점 2.85 탈삼진 160


커쇼는 마르티네즈에 비해 이닝, 탈삼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 것에 비해 승리에서 확연한 차이, 평균자책점이 조금 높다. 어쩌면 이 기록들만 놓고 보면 충분히 커쇼의 패배는 납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더 선수의 가치를 잘 드러내는 세이버매트릭스의 세부 기록을 보면 얘기가 다르다

C.마르티네즈 : FIP 3.47 xFIP 3.14 fWAR 1.5 WHIP 1.22
클레이튼 커쇼 : FIP 2.39 xFIP 2.07 fWAR 3.7 WHIP 1.02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와 피홈런에 대한 구장팩터를 반영한 보정FIP(xFIP)에서 1이상의 차이, WAR(대체선수이상의 승리기여도)에서는 무려 2.2이나 차이를 보인다. 최근 WAR1당 600만달러에서 800만달러 정도의 가치로 보는 것을 감안하면 무려 1,200만에서 1,600만달러 정도나 커쇼는 더 돈 값을 한 것이다.

이정도면 커쇼는 세부지표에서 마르티네즈를 ‘압도’라는 단어 그 이상을 하고 있다. 이닝당출루허용(WHIP)에서도 0.2의 차이는 생각보다 많이 큰 수치다. 즉 커쇼는 다저스의 안타까운 수비진과 '운'이라는 요소에 상당히 불합리한 댓가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커쇼의 세부지표는 단순히 마르티네즈만 압도하는 것이 아닌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압도적이다.

WAR은 메이저리그 투수 공동 3위이자 내셔널리그 2위일 정도며 FIP 전체 3위, xFIP 전체 1위일 정도다. WHIP에서도 10위권에서 간신히 벗어난 정도(11위)다. 하지만 마르티네즈의 이같은 세이버매트릭스 지표는 아예 순위를 매기기 민망할 정도로 평범한 위치에 있다.

커쇼가 단순히 세부지표에서만 뛰어난 것은 아니다. 커쇼는 10일까지 탈삼진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 최다이닝 7위, 9이닝당 탈삼진 2위에 올랐던 것. 마르티네즈는 다승 4위라는 점을 제외하곤 어디에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 못하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경향은 다승보다 실제로 선수가 얼마나 잘했는지를 더 가치있게 여겼다. 그렇기에 지난 시즌 200이닝도 던지지 못한 커쇼가 사이영상을 따낼 수 있었고, 2010년 무려 12패나 당하고 고작 13승밖에 올리지 못한 펠릭스 에르난데스의 사이영상도 가능했다.

하지만 아직 팬들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선수를 바라보고 있는듯하다. 또한 ‘강자’가 무너지고 풋풋한 '신예(24세, 올스타경험 전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마르티네즈는 지난 시즌 막판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팀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인 오스카 타베라스의 등번호인 18번을 이어받고 왼팔에 타베라스의 이니셜을 딴 'OT' 패치를 달고 호투를 펼쳤다는 감동 스토리도 팬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커쇼는 팬심을 반전시키기위해 9일 경기에서는 무려 완봉승까지 해냈다. 하지만 팬들은 좀 더 팬투표 종료시간과 가까운 10일 경기에서 7.1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낸 마르티네즈에게 표를 더 던졌다.

이처럼 팬심은 알다가도 모른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듯한 팬심과 좀 더 인간적인 스토리에 마음을 쏟은 투표결과로 커쇼라는 위대한 선수의 연속 올스타 선정 기록은 고작 ‘4’에서 멈추고 말았다.

사진= ⓒAFPBBNews = News1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