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또 4번이다. 이제 중심타선에서 활약하는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비록 메이저리그에서 뛴 지 두 달을 갓 넘겼지만 이대로라면 마쓰이 히데키와 추신수 이후 첫 아시아 출신 중심타자를 메이저리그에서 보는 것이 지속될지도 모르겠다.

강정호는 1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2015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 4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2득점 맹활약했다.

전날 메이저리그 데뷔 첫 4번타자로 나섰지만 무안타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던 강정호는 클린트 허들 감독의 '4번' 재신임에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보여줬다. 이로서 강정호는 일명 '3,4,5번 타순'인 중심타선에서 17경기(4번 2경기, 5번 15경기), 그 외 타선에서 30경기에 들어서게 됐다.

아직 중심타선으로 들어선 경기가 전체 경기에 비해 부족하지만(전체 경기 중 중심타자 기용 36%) 중심타자 역할을 해줄 선수가 부족한 피츠버그 팀 사정상 이날과 같이 클린업트리오에 강정호가 계속 기용되는 것은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에서 통산 장타율이 5할이 넘고 40홈런 시즌까지 만들어냈던 그의 활약을 감안하면 이는 당연한 기대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에서 중심타선으로 활약하는 선수가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한국인 야수는 강정호를 포함해 최희섭, 추신수가 전부다. 최희섭은 5번으로 총 83경기에 출전하며 6번(86경기)만큼이나 많이 경기에 나섰다.

최희섭은 아쉽게도 5번으로는 6번보다 한참 못미치는 성적(통산 5번 타율 0.217 출루율 0.354 장타율 0.455, 6번 타율 0.269 출루율 0.380 장타율 0.451)을 기록했다. 중심타선으로는 자신이 들어선 전체 경기 중 35%밖에 들어서지 않으며 순수한 의미의 중심타자로 보기는 어려웠다.

추신수는 그런 의미에서 진짜 한국인 최초의 ML 중심타자다웠다. 무려 중심타순에 482경기나 나섰고 이는 자신의 총 경기수인 1,034경기에서 47%에 해당한다. 201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에는 무려 105경기나 3번타자로 출전하며 한국인 최초로 중심타선에서 100경기 이상을 출전한 경력을 쌓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시아로 그 범주를 넓힌다면 어떨까. 당연히 뉴욕 양키스의 중심타자로 활약했던 마쓰이 히데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 50홈런 이상을 때려냈던 '괴물같은 파워'를 지녔던 마쓰이는 뉴욕 양키스 입단 첫해 16홈런으로 기대만큼의 파워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2년차시즌에 아시아인 최초의 30홈런-100타점 시즌을 만들어내며 제이슨 지암비(개리 셰필드)-알렉스 로드리게스 등과 함께 양키스 중심타선을 형성했다.

결국 마쓰이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이었던 양키스에서도 주전 5번타자를 꿰찼고 메이저리그에서 5번타자로 무려 519경기나 들어서게 된다. 이는 자신의 전체 경기수에서 무려 42%에 달하는 수치였고 중심타선으로 그 범주를 늘리게 되면 무려 66%의 경기를 중심타선에서 활약한 것이 된다.

마쓰이는 아시아 역사상 최고의 파워를 바탕으로 양키스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중심타자로 활약할 수 있었고 월드시리즈 우승과 월드시리즈 MVP까지 따낸 후 은퇴할 수 있었다.

사실 아시아 선수가 중심타선에 들어선다는 것은 쉽지 않다. 태생적인 근력, 신체 차이는 물론 아시아 야구와 미국 야구의 스타일 차이 등으로 아시아 타자는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빠르고 단타를 만들어내는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강정호의 중심타선 도전은 더 의미가 있다. 수많은 아시아 타자들이 있었지만 진정한 중심타자로 머물 수 있었던 선수는 한정되어 있었기에 강정호가 그 한계를 깨낸다면 더 이상 아시아 타자들이 하위타순 혹은 테이블 세터로만 활용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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