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4년간 사이영상 1위 3회, 사이영상 2위 1회, 평균자책점 4년연속 ML 1위, MVP 1회. 클레이튼 커쇼(27·LA 다저스)는 지난 4년간 역사에 빚댈만한 위대한 업적을 쌓아왔다. 현존하는 최고의 투수로 커쇼를 뽑는데 이견이 없을 정도로 그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으로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이 되어왔다.

그러나 올 시즌 그가 달라졌다. 4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커쇼는 다승 공동 13위(4승), 평균자책점 55위(3.73), 이닝 공동 13위(72.1이닝) 등 중요지표에서 순위를 매기기에 민망할 정도의 위치에 있다. 이에 오는 7월초 마감되는 올스타 투표에서도 현재 순위권에 전혀 들어가있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난 4년간 올스타전에서 활약하던 커쇼의 모습을 올해 못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커쇼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폭등한 평균자책점에 있다.

커쇼의 지난 3년간 첫 11경기 성적

2013 : 5승3패 80.1이닝 평균자책점 1.68 탈삼진 77
2014 : 8승2패 72.1이닝 평균자책점 2.24 탈삼진 94
2015 : 4승3패 72.1이닝 평균자책점 3.73 탈삼진 90

커쇼는 평균자책점이 올라갔다는 큰 문제점으로 인해 그 부진이 커보인다. 평균자책점이 올라간 이유로는 커쇼의 최대 무기인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통산 1할5푼8리였던 것에 반해 올 시즌 무려 9푼 가까이 오른 2할4푼3리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실제로 그의 슬라이더는 예전만큼 날카로운 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슬라이더가 맞아나가면서 플라이볼당 홈런 비율이 통산 7%에 지나지 않는 커쇼지만 올 시즌은 무려 10%대가 오른 17.5%를 기록하고 있다. 이상하리만큼 뜬공이 홈런으로 연결되고 있는데다, 평균 19.8%였던 정타(라인 드라이브)비율도 26.7%로 급상승했다.

이러다보니 인플레이된 공이 안타로 연결된 비율을 뜻하는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도 커리어 통산 2할7푼4리지만 올 시즌은 3할2푼4리로 급상승했다. 물론 공의 위력이 약해진 것도 있지만 BABIP가 자신의 통산 성적보다 5푼가량 올라간 것은 최근 11경기동안 '운'이라는 요소가 그를 외면했던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이같은 요인들이 겹치다보니 평균자책점이 상승해 마치 '부진'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커쇼는 마냥 부진한 것만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야구통계학자(세이버매트릭션)들에게 평균자책점보다 더 완성된 투수의 기록으로 여겨지는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에서 커쇼는 3일까지 2.67을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9위에 올라있다. 피홈런에 대한 구장 팩터 등을 반영한 보정 FIP인 xFIP에서는 전체 1위인 2.19를 기록했다. 최근 가장 각광받고 완성형 기록으로 불리는 WAR(대체선수이상의 승수)에서는 투수 전체 8위(1.9)를 기록 중이다(팬그래프닷컴 참고).

평균자책점처럼 드러난 기록이 아닌 선수의 능력을 좀 더 제대로 평가한다고 여겨지는 세부기록에서는 메이저리그 탑10안에 들며 여전히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탈삼진에서도 4일까지 내셔널리그 2위(90개, 1위 제임스 쉴즈 92개)이며 9이닝당 탈삼진에서도 내셔널리그 1위(11.20)로 '구위'의 바로미터인 탈삼진도 건재함을 알리고 있다.

최근 2경기에서는 14이닝 2실점 17탈삼진의 괴력투를 선보이며 다시금 위력을 뽐내고 있어 커쇼의 부진을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 평균자책점을 제외하곤 모든 지표가 커쇼가 여전히 메이저리그 최상위권 투수임을 말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6월은 그동안 부진했던 평균자책점을 다시금 낮추면서 세부기록에서도 더 나은 지난 4년간의 커쇼를 재현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충분하다. 이렇게 된다면 7월초 마감되는 올스타 투표에서도 커쇼는 다시금 올스타에 선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이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커쇼가 보여준 역사적인 투구들을 기억한다면 '커쇼라면'이라는 가정이 현실로 다가올 것임을 느낄 수 있다.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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