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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새로운 커미셔너가 취임하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게다가 전임 커미셔너가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싶은 법. 그러나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신임 커미셔너의 ‘존재감 드러내기’는 선을 넘은 듯 하다. 수비 시프트 금지라는 얼토당토 않은 화두를 꺼내들었지만 미국 야구계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2루수 채이스 어틀리를 막기 위한 수비 시프트의 모습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ESPN과의 인터뷰에서 “수비 시프트를 금지 방안 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 하나로 메이저리그는 발칵 뒤집혔다. 게다가 최소 2명 이상의 메이저리그 단장들이 이 발언에 동조해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이같은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야구의 재미인 ‘득점 감소’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5년간 메이저리그는 수비 시프트 증가로 득점이 감소하고, 평균자책점 역시 내려가는 현상을 겪었다.



표와 같이 수비 시프트가 늘어남에 따라 시프로 인해 막은 득점과 리그 전체 득점, 평균자책점 모두 감소했다. 특히 제대로 시프트가 본격적으로 쓰인 최근 3년간은 더욱 명확하다.

특히 시프트가 처음으로 1만회가 넘은 2014시즌은 역사적인 투고타저 시즌이 진행되면서 충분히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득점이 감소하면 재미가 없어진다는 1차원적인 생각이 낳은 결과다.

수비 시프트는 일단 볼거리부터 화려하다. 내야수, 심지어 외야수까지 일사분란하게 약속된 위치로 이동하는 것은 여전히 생소한 장면이다. 특히 3루수가 거의 2루수까지 오고, 더 극단적으로는 좌타자의 당겨치기를 막기 위해 1루에서부터 2루까지를 네 명의 내야수가 모두 서는 장면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또한 타자의 대응 역시 큰 볼거리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수비를 하는데도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끝까지 당겨 치는 타자가 있는가 하면(테드 윌리엄스) 데이비드 오티즈, 앤서니 리조가 보여준 모습처럼 텅 비어 있는 3루로 기습 번트를 대 수비진을 허탈하게 하는 모습까지 시프트에 대응하는 타자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며 이를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 중 하나다.

수비 시프트를 깨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그 타자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당겨치기를 고집하다보니 패턴이 읽히게 되고 넓은 경기장을 골고루 쓰지 못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의 문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한 ‘스프레이 히터(경기장 골고루 마치 스프레이처럼 공을 뿌리는 타자들)’의 가치는 시프트가 금지되면 무색해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만약 수비 시프트를 금지한다면 그간 야구에서 전통적으로 행해지던 수비 전략들도 모두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번트 수비를 위해 3루수가 전진하거나 병살타를 잡기 위해 2루수와 유격수 위치를 조정하는 행위, 한 점 차 상황에서 희생 플라이를 막기 위한 외야수의 전진 수비 등도 넓은 의미의 ‘수비 시프트’였기에 이러한 행위도 모두 금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야구 자체의 근간을 흔드는 큰 변화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롭 맨프레드 신임 커미셔너의 모습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말 이후 CBS 스포츠, ESPN, MLB.com등은 칼럼을 통해 수비 시프트 금지가 얼토당토않은 일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ESPN은 칼럼을 통해 “수비 시프트를 제거하는 것은 투수에게 직구만 던지라는 것보다 더 나쁜 소리”라고 소리 높이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반대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맨프레드는 커미셔너 취임과 동시에 자신의 업무가 더 많은 사람이 야구를 즐기게 돼 야구가 세대간 소통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정도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이제 진짜 일을 시작할 때가 됐다.

사진= ⓒAFPBBNews = News1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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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01/28 06: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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