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쉴 새 없이 이어온 201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이 잠시 멈췄다.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코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예정이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캔자스시티 로열스-볼티모어 오리올스의 3차전이 강풍을 동반한 우천으로 인해 15일로 연기된 것. 공교롭게도 이날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휴식일이어서 메이저리그가 없는 날이 됐다.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을 앞둔 시점은 포스트시즌 전체 일정의 반환점을 도는 터닝 포인트이기에 중간점검을 하기가 딱 좋다.

▶`명장' 위에 `운장'있고 최선보다는 행운이 먼저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캔자스시티 로얄스의 네드 요스트 감독은 선발 투수 제임스 쉴즈가 내려간 직후 '굳이' 또 다른 선발투수인 요다노 벤추라를 올렸다. 리그 최고의 불펜진을 갖추고 있음에도 선발투수를 불펜에 투입한 요스트 감독의 선택은 벤추라가 역전 3점홈런을 맞으면서 악수로 증명됐다.

그럼에도 캔자스는 오클랜드 에슬레틱스를 상대로 연장 12회말 짜릿한 끝내기 안타로 거짓말 같은 승리를 올렸다. 이밖에도 요스트 감독은 중요한 상황에서 어이없는 선수기용을 하는 등 많은 의구심을 낳고 있지만 운이 따르면서 현재까지 포스트시즌 전승(6승)으로 쾌속 질주 중이다.


명장 위에 운장있음을 보여준 네드 요스트 캔자스시티 감독

반면 오클랜드는 존 레스터, 제프 사마자, 디트로이트는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영입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객관적 전력의 열세에도 캔자스시티는 자신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은 물론 운까지 함께 따르며 이 팀들을 모두 KO시켰다.

▶불펜의 중요성이 드러난 포스트시즌
일반적으로 야구를 얘기할 때 선발진, 테이블 세터, 중심타선, 마무리의 중요성을 얘기하긴 하지만 마무리를 제외한 불펜에 대해서는 크게 얘기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불펜이 갖는 의미가 적다보니 생겨난 말이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이러한 얘기들이 쏙 들어갔다.

월드시리즈 우승과 가장 가까운 전력으로 평가받던 LA 다저스와 디트로이트는 불펜에서 모두 방화를 저지르며 시리즈를 날려야했다. 다저스는 포스트시즌 첫 3경기 동안 불펜이 6.1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고 4차전 팀의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의 등판 일정을 앞당기면서 결국 패하고 말았다. 디트로이트 역시 3경기 동안 불펜이 무려 4.2이닝 10실점으로 무너졌다.


못 미더운 불펜 때문에 더 던질 수 밖에 없던 클레이튼 커쇼

반면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디비전시리즈 3경기 동안 불펜이 12이닝 3실점으로 선방했고 캔자스시티는 디비전시리즈의 분수령이었던 1차전에서 선발투수가 6이닝 2실점을 기록한 상황에서 불펜 7명이 나머지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연장승부를 가져갈 수 있었다.

이처럼 불펜승부에서 경기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지며 가장 소홀하게 생각됐던 불펜에서 반란이 일어난 포스트시즌이었다.

▶상식을 깨는 야구
올 시즌 팀 홈런이 가장 적었던 두 팀은 캔자스시티(95홈런)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105홈런)였다. 그러나 캔자스시티는 포스트시즌 6경기 동안 무려 8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정규시즌 경기당 0.58개의 홈런이 1.3개로 훌쩍 솟아 자신들의 장점인 발야구와 불펜야구의 스몰볼과 빅볼을 더하며 연승을 이어갔다.

내셔널리그 최소 홈런팀 세인트루이스 역시 포스트시즌 6경기에서 무려 11홈런을 때려냈고, 특히 포스트 시즌 4승 모두가 홈런으로 승부를 결정지었기에 더욱 뜻 깊다.


NLCS 2차전 끝내기 홈런을 때린 콜튼 웡은 포스트시즌 17타수 3안타에 그치고 있지만 3안타 중 홈런이 무려 2개나 된다

반면 올 시즌 최소 도루팀(44도루)인 볼티모어는 포스트시즌 5경기 동안 4도루 성공시키며 정규시즌 경기당 0.27개의 도루 숫자를 0.8개로 확 늘리는 깜짝 '발야구'를 했다. 내셔널리그 최소 도루팀(56도루) 샌프란시스코도 디비전시리즈 4경기에서 5번의 도루를 시도하며 전혀 예상치 못한 야구로 상대를 깜짝 놀래켰다.

또한 정규시즌 최고의 투수(21승 평균자책점 1.77)였던 클레이튼 커쇼가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7.82로 무너졌고 정규시즌 최고 타자(36홈런, 득점왕, 타점왕)였던 마이크 트라웃이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1안타에 그치는 것이 역시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은 이번 포스트시즌의 양상을 보여준 바로미터였다.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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