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 정치권이 '섹스위크(Sex week)'를 앞둔 대학생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시사주간지 타임이 보도했다.

섹스위크는 대학생들이 사랑의 개념, 성 정체성, 성적 취향과 성관계를 탐구하는 행사이다. 2002년 예일대에서 시작돼 현재 미국 10개 대학에서 매년 또는 2년마다 열린다.

보수성향이 강한 남부 지역에서 섹스위크를 여는 대학은 테네시대(녹스빌 캠퍼스)가 유일하다.

내달 초 열리는 테네시대의 섹스위크가 논란이 된 것은 정치권이 올해 일부 행사가 성병 예방 교육이란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며 예산 지원 취소를 추진하면서다.

녹스빌에 지역구를 둔 스테이시 캠프필드(공화) 주 상원의원은 최근 폭스뉴스 보도를 통해 '레즈비언 본디지 전문가', '황금 콘돔 찾기'라는 행사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이런 짓을 하는데 혈세를 줄 수 없다"며 재정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테네시대의 조 디피에트로 총장도 이에 동의하는 성명을 냈고, 결국 전체 행사 예산의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다.

캠프필드 주 상원의원은 2011년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학생의 상담 내용을 의무적으로 학부모에게 알리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성소수자들과 갈등을 빚은 인물이다.

보수층의 반발로 세금 지원이 중단됐지만 테네시대의 섹스위크 조직위에는 성금이 이어져 행사를 개최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는 상태라고 타임은 전했다.

이들 학생은 인터넷 청원 사이트에서 주정부에 보조금 지급 재개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가는 한편 트위터에 '나는 섹스위크를 원한다'(#iwantsexweek)는 계정을 개설하고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기부를 호소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와 함께 정치권과 보수층을 향해 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에서 그만 벗어나라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학 신문인 '캠퍼스 진보'는 정치인들이 테네시주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성에 관한 대화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관계를 경험한 테네시주의 고교생 비율은 2009년 현재 여고생 51%, 남고생 56%로 미국 전국 고교생 평균(남녀 각 46%)보다 최대 10% 포인트 이상 높다.

현실이 이런데도 테네시주는 지난해 빌 해슬럼 주지사의 발의로 각급 학교에서 성행위에 관한 강의를 못하도록 한 법을 제정하는 등 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법은 학교에 성기구와 콘돔을 들고 찾아온 에이즈 예방 단체로부터 `구강 성교' 방법을 배웠다는 고교생 딸의 말을 들은 아버지가 의회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 도입의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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