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기반 서비스 이용 연락처·ID 없이도 대화
"혹시 가출? 재워줄까?" 10대 노리고 접근
강동署, 성폭행 8명 검거 "청소년 보호 대책 시급"
미성년자들을 노린 성인남자들이 스마트폰 채팅 앱이나 인터넷 펜팔카페를 이용, 청소년들에게 손쉽게 접근, 유혹하고 있지만 이를 차단할 방법이 없어 청소년 성범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광주의 모 고교 1학년 오모(15)양은 한달 전 인터넷 '초중고등생펜팔'카페에 나이, 이름, 취미와 함께 스마트폰 채팅 앱인 카카오톡(카톡) ID를 게시판에 올린 뒤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자신의 스마트폰에 "잘 곳을 제공해주겠다"거나 "용돈이 필요하니", "혹시 가출청소년?" 등의 메시지가 날아오는 경험을 했다. 오양은 "카페 가입 후 연락이 온 성인 남성이 5명"이라며 "호기심에 연락 온 사람과 만남을 가졌다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ID나 연락처를 알아야 대화가 가능한 카톡과 달리 다운만 받으면 무작위로 타인과 채팅이 가능한 스마트폰 앱도 '심톡' '부엉이쪽지' '두근두근 우체통' '하이데어' '1km' 등 수십여종에 달한다. 실제로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해 가까운 곳에 있는 불특정 다수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채팅 앱(심톡)을 다운 받은 뒤 나이와 성별을 16세 여성으로 설정해 놓자 1분 후 자신을 서울 서대문에 사는 24살 남자라고 소개한 A씨는 스스럼 없이 "성 경험이 있냐" "20만원을 주면 잠자리가 가능하냐"는 요구해 왔다.
특히 미성년자들을 노린 성인남자들은 용돈이나 숙식을 제공하겠다며 접근하는 터라 가출청소년들이 성범죄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전 차단해 보호할 방법은 전혀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사적 공간에서 둘만 오고 가는 대화를 적발해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성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SNS기반의 앱을 다운 받을 때 성인인증을 반드시 거치게 하거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관한 법령이 별도로 마련돼야 차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곽대경 경찰대 교수(행정학)는 "아동청소년들의 스마트폰 보급율이 높아지면서 스마트폰 앱을 매개로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는 앱의 불법적 이용을 차단하거나 규제할 법을 시급히 만들어야 하지만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