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500만원… 말 잘들으면 다 사줄께"

세태 르포/'애완남 스폰서 만들기'

'애완남 카페.' 얼핏 듣기에는 무슨 애완견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같다. 하지만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20대 초반의 남성들이 능력 있는 여성들을 기다리며 자신의 몸과 마음까지도 내다 파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들은 월급 받듯 매달 일정 금액을 주고 받는가 하면 일부 만남에서는 일반인들이 상상치 못하는 금액과 조건들이 거래되기도 한다. 애완남을 자처하는 남성들과 이들의 물주(?)가 되려는 여성들에 대해 알아봤다.

필자는 스폰서를 자청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 위해 한 유료사이트에 가입했다. 이곳은 포인트 충전 방식으로 회원관리를 하고 있었다. 포인트 충전은 최소 만원부터 가능했고 1만원은 1달, 2만원은 1년, 3만원은 평생회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이트에는 스폰서 찾기와 파트너 찾기 두 가지 종류의 게시판이 있었다. 스폰서를 찾는 게시판에는 "능력 있는 여성분 찾아요." "돈만 많으면 OK." "확실한 잠자리 보장. 먹여 살려주세요." "여성 누님 스폰 찾아요." "사랑 받고 싶어요."등 많은 남성들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필자도 다른 사람들이 올려놓은 내용과 비슷한 형태로 글을 올려보았다. 나이, 사는 곳, 만남 횟수, 월급 등을 상세히 기재했다. 30분쯤 지났을까. 다섯 개의 댓글이 올라왔다.

그 중 40대 중반의 여성 A씨와 몇 통의 쪽지를 주고받았다. A씨는 현재 가정이 있는 유부녀로 중학생의 자녀가 둘이라고 했다. 그의 직업은 유명공무원학원의 영어강사. 남편은 초등학교 교사로 여느 부부가 그렇듯 부인에게 소원하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섹스리스 부부에 속한다고 했다. 부부생활을 안 한지가 6개월도 넘었고 A씨의 직업상 전국을 누비며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 정도 집에 들어간다고 했다. 또 부부는 각방을 쓰기 때문에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 또한 없다고.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으니 여성은 만남을 요구했다. 만나서 잠만 자는 '원시'적인 것은 싫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연애도 하고 선물도 하는 관계였으면 하는 것이 여성의 바람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한 여성에게 쪽지가 왔다. 여성은 대뜸 섹스를 잘하는지 물었다. 노골적인 질문에 당황했지만 필자도 맞장구를 쳐주기로 했다. '그럭저럭'이라고 대답했다.

이 여성은 '나를 만족시켜주면 돈은 원하는 만큼 주겠다'는 놀라운 얘기를 전했다. 얼마를 줄 수 있는지 되묻자 이 여성은 '500이면 되겠어'라고 답했다. 당황스러웠다. 하룻밤에 500만원이라는 돈을 거리낌 없이 제시하는 이 여성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필자는 좀 더 여성과 친밀한 대화를 하기 위해 채팅방으로 초대했다. 얼마 지나지 않고 여성이 들어왔다. 자신을 30대 후반의 이혼녀라고 소개했다. 직업을 묻자 작은 카페를 운영한다고 대답할 뿐 자세한 내용을 말하지 않았다.

어떤 남성을 좋아하는지 묻자 "말이 통하고 내 말을 잘 따르면 좋겠어. 얼굴도 잘생기면 더욱 좋지"라고 말했다. 또한 단기간 만남보다는 장기간 만남을 원한다고 말했다. 원하면 거처도 마련을 해준다는 얘기와 함께 필자를 애완남으로 키우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이 여성은 "한 달에 200만원씩 주고 생활비는 따로 줄 거야. 누나 말만 잘 들으면 뭐든지 사 줄게"라며 노골적으로 유혹했다. 이곳에서 2년째 애완남으로 활동하는 대학생 조모(21ㆍ남) 씨는 "이곳에는 경제력 있는 누님 스폰이 많기로 유명해요. 저도 6개월 장기 만남을 해봤는데 비위 맞추기가 조금 힘들더군요. 이것 저것 시키는 것과 자신의 기분에 따라 저를 마치 애완견처럼 취급했어요. 한번은 변태적인 성관계를 요구하는 여성을 만난 적도 있어요. 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하고 있지만 괴롭고 고통스러울 때가 많아요"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극히 드물지만 이 일을 시작해 돈을 모아 유학을 떠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씨는 "내가 아는 형이 있는데 제대로 된 누님을 만나 유학 갔어요. 그 누님 재산이 어마어마해서 그 형을 유학 보내줬죠. 대신 갔다 와도 계속 애완남을 하기로 계약을 했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이들에겐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다른 애완남 사이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애완남이 되고픈 남성과 애완남을 키우려는 여성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 사이에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애완남 키우기]

몇 해 전부터 '애완남 키우기'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면서 젊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케이블 방송에서는 드러내 놓고 애완남 키우기라는 주제를 갖고 방송을 하고 있는 상태다. 방송 초기부터 남성을 상품화하는 것 때문에 많은 문제가 많았지만 시즌을 거듭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능력 있는 여성=애완남 등식은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것일까.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