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서 "유죄로 볼 수 없다"

미니 스커트를 입고 있는 젊은 여성의 다리를 찍은 것만으로는 본인이 수치심을 느꼈다 해도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은 지하철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여성의 다리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행위에 대해 무죄를 확정, 여성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23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30대 남성 김모씨는 2006년 12월 저녁 지하철을 타고 가다 앞에 앉아 있는 짧은 치마를 입은 20대 여성을 보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성의 다리를 찍었다.

김씨는 치마가 무릎 위로 10~15cm 가량 올라가 있는 여성의 사진을 보관하다가 다른 사건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촬영사실이 드러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됐다.

법률은 다른 사람의 허락을 받지 않고,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판매ㆍ전시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김씨는 벌금 50만원에 약식 기소됐으나, 사진을 찍은 것만으로 성폭력범으로 몰리는 게 억울하다고 생각되자 따라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언도했다.

검찰은 사진에 찍힌 여성의 치마 밑 다리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한다며 항소했으나, 서울중앙지법 항소부도 검찰의 주장을 기각하자 상고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최근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옳다"며 김씨에 대한 무죄를 확정했다. 다른 사람의 짧은 치마 아래로 드러난 다리를 촬영했다 해도 성폭력범죄 처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에선 "허락 없이 여성의 다리를 촬영하는 것 자체로 `성적'인 의도가 있으며, 사진을 찍힌 피해 여성으로서는 성적 수치심은 물론 심한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데도 무죄가 선고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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