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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조성진
▶ 부모/가족 사돈까지 모두 ‘음악인 가족’
▶ 부친 윤학원·장인 최훈차, 한국 교회/합창음악 레전드
▶ 여동생, 아내도 음악 전공한 건반 연주자
▶ 아들은 지휘, 딸은 보컬(실용음악) 전공…차세대 유망주
▶ ‘예술가’와 ‘행정가’란 두 마리 토끼 포획 성공
▶ 바이올린과 성악 역량 두루 갖춘 디테일 강한 지휘자
▶ 합주시 단원 의견 최대한 존중
▶ 우리 민족 얼/문화 담은 창작음악 꾸준히 선봬
▶ 국립합창단 새 지평 열어
▶ 3월 2일 창작 칸타타 ‘나의 나라’ 공연
▶ 오케스트레이션, 합창/중창까지 텍스처에 다양한 변화
▶ 평소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애창
▶ 넷플릭스 영화 매니아기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지난 2017년 국립합창단 수장으로 취임한 윤의중(58) 단장 겸 예술감독은 유료 객석 점유율 향상 및 한국창작 합창곡 제작/보급 등 합창의 대중화, 단원들의 기량 향상, 그리고 노사협의회 활성화 통한 투명한 행정체제 구축 등 여러 변화를 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10월 국립합창단 단장·예술감독에 연임됐다.

윤의중 단장/감독은 국립합창단 이전에 이미 수원시립합창단과 창원시립합창단 예술감독/상임지휘자 및 한국합창총연합회 사무총장, 한세대 음대 학장 등을 두루 거치며 음악인으로서만이 아니라 행정가로서의 역량도 발휘했다.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층에 있는 국립합창단 사무실에서 윤의중 단장을 만났다.

인터뷰 내내 시종 미소를 잃지 않으며 친근하고 유연한 이미지는, 예술가와 행정가라는 ‘매우 양립하기 어려운’ 두 마리의 토끼를 적절히 잡은 그의 품성의 한 단면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 사진=조성진
예원학교, 서울예고 및 서울대 음대(기악과)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윤의중 단장은 미국 신시내티음대 대학원에서 합창지휘를 전공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곳에서 얼 리버스를 사사했다.

“얼 리버스는 음악인 및 교수로서의 마인드 등 전반적인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준 제 인생의 멘토입니다. 강의했던 노트를 계속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얼 리버스 선생님은 매년 강의 노트를 새로 작성해 강의할 만큼 수업에 임하는 자세가 성실했고 자신에 대한 정진을 게을리하지 않는 분이었어요.”

윤의중 단장과 그 패밀리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음악 가족’이다. 부친 윤학원(82)은 30년 넘게 선명회 어린이합창단을 이끌었고 그 외 여러 악단을 지휘한 한국 교회/합창음악 지휘의 거장이다. 중앙대 음대 학장도 역임했다. 서울신학대 교수 출신의 장인 최훈차(80) 역시 한국 교회/합창음악의 거장으로 윤학원과 연대 음대 동문이다. 장모 장영란 역시 연대 음대(성악) 출신의 소프라노다.

윤의중 단장의 아내 최유정(50)은 연대 음대 출신의 오르간 연주자다. 최유정은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의 오르간 반주자로 활동하며 윤 단장과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선명회합창단 지휘자였던 윤학원이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그녀와 함께 음악을 하며 인성 전반에 호감을 갖게 돼 아들에게 배필감으로 적극 추천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윤 단장은 91년에 아내를 처음 만나 불과 10여 차례 만남 끝에 결혼으로 이어졌다. 그만큼 서로 잘 통했던 것이다. 92년 결혼과 더불어 윤 단장은 아내와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윤 단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뒀는데 아들 윤석원(24) 역시 아버지의 모교인 신시네티 음대에서 지휘(오케스트라)를 전공했다. 영어, 일어, 독어까지 능란하게 구사하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본격 지휘자 수업을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다. 이로써 윤학원-윤의중-윤석원 3대 지휘자 집안이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케이스가 현실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딸 윤세라(21)는 버클리 음대에서 실용음악(보컬)을 전공하고 있으며 조만간 K-팝 씬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윤 단장의 여동생 윤혜경(56) 또한 서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한양대 석사(오르간) 및 한세대 박사 학위의 전문 연주자다. 이처럼 온 가족이 모두 음악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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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을 전공한 지휘자가 있는가 하면 타악 또는 현악기를 전공한 지휘자도 있다. 윤의중 단장은 바이올린이란 현악 전공 지휘자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전설인 유진 오먼디를 연상케 하는 이력이다.

윤 단장은 처음엔 피아노를 배우다가 6살 때 바이올린으로 전향했다. 당시 그의 우상은 정경화, 하이페츠, 밀스타인, 오이스트라흐였다. 모두 당대 최강의 스킬과 감성을 지닌 레전드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는 바이올린을 배우는 와중에도 아버지의 영향으로 지휘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연습하며 장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는 한편, 예원학교 시절부터 합창단 지휘를 하며 경연에서 여러 차례 수상할 정도로 지휘자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성악에도 일가견이 있어 신시내티음대 유학 시절 12명 구성의 성악 앙상블 단원으로도 활동했다. 이 앙상블은 당시 신시네티음대에서도 돋보이던 앙상블이었다.

이처럼 기악(바이올린)과 성악을 두루 겸비한 지휘자다보니 합주 연습 시 남다른 디테일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윤의중 단장은 단원들에게 ‘꼰대’가 아닌 함께 소통하는 친근한 존재로서 받아들여진다. 연습 시에도 그는 단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전형적인 민주형 스타일을 고집한다. 예를 들어 “이 부분에서 이렇게 가자”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게 아니라 단원들의 생각은 어떤지도 물어보며 절충해 가는 타입이다. 그래서 국립합창단 수장으로 처음 왔을 때 그의 이러한 스타일에 단원들이 너무 놀랐다고 한다. 하늘 같은 존재로만 받아들여진 이전까지의 수장에 비춰 볼 때 상상도 못할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남다른 음악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정작 윤 단장이 본격 음악인의 길로 가는 데에 가장 크게 반대한 사람은 아버지 윤학원이었다. 무려 38년간 선명회어린이합창단 음악감독을 하며 세계 각지 순회공연은 물론 미국 음대 유학 1세대이기도 한 윤학원은 누구보다도 음악의 길이 험난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식마저 고난의 길로 들어서는 걸 원치 않았던 것. 결국 윤 단장은 단식투쟁까지 하며 음악인의 길을 걷겠다고 아버지와 대치를 하기도 했다.

  • 2020 광복절 기념 합창축제 '나의 나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 장면. [사진제공=국립합창단]
“아버지는 제가 초교 1학년 때인 71년에 미국 유학길에 오르셨는데, 돈을 아끼기 위해 강아지용 음식(캔)으로 배고픔을 달래가며 유학 생활을 할 만큼 고생을 많이 하셨죠. 음악에 모든 걸 거는 전형적인 ‘올인’ 타입이셨습니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보며 그리고 음악 관련 다양한 사람을 접하며 자신을 다진 윤 단장은 지금도 음악에 뜻을 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곤 한다. “춥고 배고프더라도 행복하다면 음악을 전공해도 좋습니다.”

한세대 음대 학장으로 8년간 재직하면서 그는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물론 합창단 활성화가 단연 돋보인다.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하던 한세대 합창 분야는 윤 단장의 깊은 관심과 트레이닝으로 각종 경연에 출전해 몇몇 국제 합창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또한 그는 재임 기간 한세대에 합창지휘 석박사 과정을 만들기도 했다. 오늘날 한세대가 음대 분야에서 돋보이게 하는데 크게 이바지한 것이다.

윤의중 단장이 합창지휘 롤 모델로 여기는 지휘자는 ‘정격(원전) 연주’로 유명한 영국 출신의 존 엘리엇(엘리어트) 가디너다. 지휘자 전반으론 카를로스 클라이버(1930~2004)를 좋아하고 존경하며 클라우디오 아바도 역시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남달라 선호하는 지휘자 중 하나라고 한다.

윤 단장을 비롯한 부모/가족 등도 모두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윤 단장은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로도 일하고 있다.

“합창은 순수예술의 기본입니다. 교회/합창음악은 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교회음악을 모르곤 서양음악/합창음악을 이해할 수 없어요.”

“지휘자의 덕목으론 실력도 뛰어나야 하지만 무엇보다 여러 단원을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 사람을 끄는 힘이 특히 요구됩니다.”

그는 세계 각지의 경연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중 인도네시아에서 있은 대학생 합창 컨퍼런스/경연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 대학 한 곳에만 음대가 개설돼 있을 만큼 클래식 음악의 낙후지역이랄 수 있어요. 그럼에도 그곳 학생들의 엄청난 열정, 때묻지 않은 순수성에 깊은 감동을 받은 게 지금도 생생합니다.”

2023년은 국립합창단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다. 윤의중 단장의 임기 마지막 해가 되기도 한다. 그때까지 윤 단장의 비전과 각오도 만만치 않다.

“한국 고유의 얼과 정신이 깃든, 한글로 만든 작품을 만들어 보급하고 한국 합창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그간 김영랑, 김소월 등의 시를 가사로 한국창작칸타타를 몇 차례 무대에 올린 바 있는데, 이러한 시도를 더 자주 해서 다악장 양식의 합창 대곡을 제작/보급하는 데 힘쓸 예정입니다. 오는 3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 예정인 창작 칸타타 ‘나의 나라’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죠.”

3·1절을 기리고자 백범 김구 선생을 중심으로 한 국립합창단의 이 창작 칸타타는 지난해에 처음 무대에 올려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3월 2일엔 지난해 공연 내용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지난해엔 서양 악기와 국악 악기의 비중을 3:7로 두었다면 이번엔 5:5 비율로 동서양의 악기 비율을 조절해 오케스트레이션에 극적인 변화를 줬다. 또한 2중창과 3중창, 여성 합창과 남성 합창 등등 텍스처를 다양하게 늘렸고 그 외 김구 선생(남경읍 분)을 스토리텔러로 포진시킨 것도 변화 중 하나다.

국립합창단엔 우효원, 오병희 등 전임 작곡가 2명이 있다. 이들과의 기민한 공조를 통해 새로운 창작곡 창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시립합창단 전임 작곡가 출신의 우효원은 남성적인 리듬, 한국적 감성/소재의 재해석에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병희는 서구 오케스트레이션에 특화됐고 화성감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의중 단장의 가장 큰 바람 중 하나인 국립합창단 창작음악/창작칸타타를 위한 동·서양음악 특장점을 고루 갖춘 인재의 포진인 셈이다.

“해외 관계자들은 한국을 특별한 나라라고 하며 최근 들어 더욱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만의 합창곡 작품을 본격적으로 제작해 보여줄 때가 됐다고 봐요. 헨델 ‘메시아’ 등 일련의 명작보다 그들에겐 한국의 민족성과 역사 문화 등이 어우러진 작품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이죠. 우리는 5000년이 넘는 역사에서 여러 차례 외세의 침략을 받았지만 결국 극복해 냈습니다. 평소엔 좀처럼 단합이 되지 않는 것 같다가도 정작 중요한 위기의 시점에선 똘똘 뭉치는 힘이 대단하죠. 정말로 기가 센 강한 민족입니다. 이러한 민족성과 얼, 문화 전반을 국립합창단의 창작 작품에 담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이후 그래미 어워즈 클래식 분야(합창음악)에서까지 두각을 보이고 싶다는 게 바람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예정된 많은 것들이 무산돼 너무 아쉽습니다. 여전히 활발한 공연을 기대하기란 힘들 것 같아 국립합창단의 음원 발매를 통해 창작곡 제작/보급에 더욱 힘쓸 예정입니다.”

윤 단장은 국립합창단 외에 타 악단 객원 지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오는 7월 대전, 6~11월 울산에서 이미 객원 지휘 스케줄이 잡혀 있는 상태다.

그는 대한민국 합창음악을 이끄는 최고 위치의 수장으로서 바쁜 스케줄 와중에도 넷플릭스 영화 감상을 좋아한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을 소홀히 해선 안된다는 평소 신념에 따라 그는 휴일엔 최대한 가족과 함께 외식도 하며 아버지이자 남편 역할에도 충실하려고 한다. 언제나 좋은 컨디션을 위해 담배는 피우지 않으며 술도 식사 때 ‘반주’ 정도로 끝내는 편이다.

윤의중 단장은 클래식 음악인이지만 가요 특히 발라드를 좋아해 노래방 18번도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다. 국립합창단에서 그가 목표로 한 것들을 무리 없이 일궈내 조만간 축하송으로 이 노래를 부르며 감회에 젖는 그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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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1/02/23 16: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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