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성진
▶ 부드럽고 서정적 노래에 독보적 아성
▶ 좋은 호흡, 탁월한 표현력
▶ 학생 때부터 각종 경연 석권
▶ 무대 등장할 때부터 범접불가 아우라
▶ ‘베르테르’, ‘감람산의 그리스도’, ‘아라벨라’ 외 다수 공연 예정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음악가들에서도 마치 무술인의 ‘도장 깨기’와 같은 화려한 경력을 엿볼 수 있다.

테너 김성현(36)은 동아 콩쿠르를 비롯해 20여 개가 넘는 각종 국내 경연을 휩쓸어 화제가 됐던 성악가다. 그는 뉘른베르크 국립극장 주최 ‘Die Meistersinger von Nurnberg’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 만장일치 1위 및 베를린 국제 콩쿠르 1위, 이탈리아 베르디 국제 콩쿠르 3위 등 세계적인 성악 콩쿠르에서도 돋보이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김성현은 한예종(성악) 졸업 후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석사) 및 뉘른베르크 국립음대 최우수 졸업 및 성악박사에 이어 함부르크 국립극장 객원 가수 및 뉘른베르크 국립극장 전속 가수로 일했고 현재 마이닝엔(마이닝겐) 국립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이미 수십 개가 넘는 권위 있는 각종 콩쿠르에서 돋보였던 김성현의 역량으로 본다면, 세계 성악 분야에서 최정상의 위치에 오른 그의 현재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테너 김성현은 부드럽고 서정적인 노래에서 특히 돋보인다. 탁월한 표현력의 김성현에 대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동료 성악인들은 “이미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로부턴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올 정도”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관객과의 소통 능력 또한 언제나 최상급 성악가 중 하나로 꼽힌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성현의 첫인상은 안정환을 비롯한 여러 미남 스타를 방불케 하는 수려한 외모, 그리고 언어 구사에서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영국 신사와도 같은 고급 매너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한마디로 단점을 찾기가 불가능한 인성+실력을 100% 갖춘 완벽한 남자였다.

이 정도의 경력과 위치, 인기라면 으레 아주 가끔은 건방을 떨 법도 한데 시종 겸손에 또 겸손으로 일관하는 자세는 그야말로 최정상에 오른 사람들에게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경지 바로 그것이었다. 에릭 클랩튼, 앨런 홀스워스 등등 그 분야 최고의 거장들을 인터뷰하면서 느꼈던 바로 그러한 인상을 테너 김성현에게서도 똑같이 받은 것이다.김성현이 처음부터 탁월했던 건 아니다. 한예종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그는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이미 예고 출신들이 다수이다 보니 저와 같이 인문계 고교를 졸업하고 성악을 전공한 사람들은 그들에 비해 최소 몇 년은 뒤처져 있는 셈이죠. 또한, 저는 이들에 비한다면 노래에서 박자 등등 교정해야 할 부분도 많았습니다.”

김성현의 잠재력을 제일 먼저 알아본 사람은 한예종 성악과 최상호 교수였다. 최상호 교수는 김성현을 독려하는데 아끼지 않았고 김성현 또한 이에 자극받아 더욱 자기 정진에 몰두하게 된다.

한예종 및 이후 해외로 유학가서도 열심히 공부/연습했다고 여겼지만 정작 그 자신은 “학교 다닐 때보다 오히려 현재 10배는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세계 일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최고의 무대에서 오페라를 공연하다 보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더 강인하게 다듬고 맹연습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잠깐 한국을 찾은 그이지만 이미 오는 10월부터 내년 시즌까지 스케줄이 쌓여 있는 상태다.그렇게 꼭 해보고 싶었던 마스네 ‘베르테르’에서 베르테르 역을 맡아 조만간 공연 예정이고 리하르트 쉬트라우스 ‘아라벨라’에서 마테오 역으로도 출연 예정이다. 또한 요한 쉬트라우스 2세의 ‘베니스의 하룻밤’에서 공작 귀도 역도 맡았다. 마이닝엔, 뉘른베르크 등에서 내년 5월까지 리사이틀을 비롯한 각종 공연이 계속될 예정이다.뿐만 아니라 12월에 베토벤 9번 교향곡 및 내년 2월엔 베토벤 오라토리오 ‘감람산의 그리스도’를 프랑스에서 노래할 예정이다.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김성현으로선 처음 시도하는 작품이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세계 최고의 성악 무대를 오가며 자연스러운 호흡, 부드러운 프레이즈로 서정적인 노래에서 독보적인 아성을 구축해 가고 있는 테너 김성현이야말로 매년 세계의 성악씬은 물론 한국 성악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오는 31일(월)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리는 김성현-김경호-최원휘-유신희 합동 무대(피아노 반주 배민수)는 그래서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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