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스타인웨이 콩쿠르' 우승자 신윤선(예원학교 3학년)이 코스모스악기 사옥내 스타인웨이 전시실에서 스피리오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조성진]
▶ ‘제5회 스타인웨이 콩쿠르’ 우승자
▶ 어릴 때부터 다수 경연 제패
▶ ‘교습’이 아닌 ‘놀이’ 형태로 피아노 시작
▶ 깊은 음악성과 표현력 강점
▶ 쇼팽 연주서 특히 강점 보여
▶ 오는 11월 코스모스아트홀서 독주회 예정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지난 6월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있은 ‘제5회 스타인웨이 콩쿠르’에서 예원학교 3학년 신윤선(14) 학생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스타인웨이 콩쿠르는 초등학생에서 고교생까지 유능한 영 아티스트 발굴을 위해 격년으로 개최하고 있는 국내 최고 권위의 피아노 경연 중 하나다. 이 콩쿠르는 단순한 경연이 아니라 지역 예선을 통해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영 피아니스트들과 ‘인터내셔널 스타인웨이 페스티벌’을 함께 할 기회가 주어지므로 그 의미는 크다.

5회 스타인웨이 콩쿠르 우승자 신윤선은 오는 11월 코스모스아트홀에서 독주회를 열 예정이다. 금호아트홀, 모차르트홀에 이은 생애 세 번째 독주회다.

스타인웨이 피아노 국내 유통을 총괄하는 코스모스악기(대표 민관기) 사옥에서 신윤선 학생을 만났다.

화려할 땐 화려한 테크닉으로 감성적일 땐 최대한 감성적으로 연주하며 여러 피아노 경연을 제패하던 ‘어린 피아노 달인’의 이미지와는 달리 의외로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었다. 거기에 전혀 때 묻지 않은 순수와 선한 캐릭터 또한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신윤선 학생에게 놀란 점은 그 또래에게선 보기 힘든 ‘아날로그 정서’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SNS로 소통하고 아이돌에 심취하는 등 온갖 디지털 시대의 이기를 즐기는 또래들과는 달리 신윤선 학생은 SNS는 물론 아이돌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TV도 전혀 보지 않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노래방 한번 갔던 게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전이다.

하루 일상은 피아노가 중심이 되고 피아노를 치지 않는 시간엔 ‘색칠하기’와 독서가 전부다. 아이돌이라곤 오로지 BTS(방탄소년단)만 듣는다. BTS를 너무 좋아해 거의 모든 가사를 외울 정도. 특히 BTS의 노랫말이 윤선에게 많은 힘이 돼주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이처럼 혼자만의 정적인 라이프사이클을 선호하는 윤선이 근래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코코샤넬’이다.

2005년 11월 안성에서 태어난 신윤선은 어머니의 권유로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신윤선 학생이 어릴때 직접 만든 ‘행복한 피아니스트’라는 명함.
신윤선은 바이엘, 체르니 등으로 시작하는 일반적인 피아노 교습과는 다른 방식으로 피아노를 배웠다. 유명 교본 대신 ‘어드벤처’ 형태의 놀이처럼 즐기는 피아노로 입문한 것이다. 이처럼 틀에 짜인 교습과는 달리 놀이처럼 피아노를 즐기며 했던 관계로 신윤선은 피아노를 접하는 순간부터 피아노를 치는 게 너무 즐거웠다고 한다.

어린 윤선의 재능은 피아노를 시작한 지 불과 몇 년 만에 두각을 나타냈다. 초교 2학년 때 경기도 학생 음악경진대회에서 교육감상을 받았고 이어 예원 콩쿠르 2위(5학년) 및 1위(6학년)를 했다. 5학년 때엔 2016년 ‘제44회 소년한국일보 어린이 피아노 바이올린 콩쿠르’ 특상 및 2017년 ‘금호영재콩쿠르’ 오디션도 통과해 2018년 생애 첫 독주회를 갖기도 했다. 2019년 1월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아시아 쇼팽 콩쿠르’ 3위 및 한국 리스트 협회 주최 ‘리스트 콩쿠르’ 1위를 차지할 만큼 윤선은 각종 경연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두며 주목받았다.

이처럼 여러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마다 해당 심사위원들은 어린 윤선을 “작곡가가 의도하고자 하는 걸 잘 표현하고 음악성이 풍부하다”고 공통된 평가를 하고 있다.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두둑한 배짱으로 절대 긴장하지 않는 것도 윤선의 강점이다. 경연 전날 긴장으로 잠을 설치는 게 일반적인 반면 윤선은 전날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하고 에너지를 축적해 놓고 있다가 당일에 그걸 활화산처럼 폭발시키는 타입이다. 이미 고수의 노하우를 DNA 속에 담고 있는 셈이다.

신윤선 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쇼팽이다. 우승한 여러 콩쿠르에서도 대부분 쇼팽을 연주했을 만큼. 그만큼 어느덧 자신에게 쇼팽은 몸과 마음 일부처럼 됐고 가장 자신 있는 작곡가이자 작품이 됐다. 윤선 역시 세계적인 ‘쇼팽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게 꿈이다. 현재 윤선은 자신을 ‘리틀 쇼팽’이라 불러주는 걸 좋아할 정도다.

좀 더 성숙해진 가까운 미래에 레코딩할 기회가 윤선에게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연주할 레파토리로 쇼팽 발라드 1~4번을 꼽았다.

윤선은 2021년에 열리는 쇼팽 주니어 콩쿠르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요즘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을 연습 중이다.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레코딩 오디션은 이미 통과한 상태다.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없는데, 그 곡이 지닌 의도를 표현하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윤선은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연습하고 있는데 물론 쇼팽이 주를 이룬다. 주로 학교 실기곡과 쇼팽 콩쿠르에 출전할 작품(론도, 그랜드 폴로네이즈, 피아노협주곡 2번) 위주로 연습하고 있는 것.

무엇보다 어머니의 피땀어린 ‘케어’가 없었다면 차세대 피아노계를 이끌 영재 신윤선의 현재를 생각하기 힘들다. 어머니는 어린 윤선과 크고 작은 모든 걸 함께 해주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집에는 초등학교 6학년인 어린 동생 신윤수만 남게 된다.

“저 때문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항상 동생 은수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그럼에도 엄마와 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워요. 은수는 축구를 잘하는 데 그 소질을 살려 장래 유능한 축구선수가 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습니다.”

어린 나이에 이미 다수 경연을 제패한 윤선은, 재능있는 많은 학생이 모인 예원학교에서도 스타 중의 스타다.

“예원학교에서 같은 길을 걸어가는 좋은 친구들을 많이 알게 돼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든 곳이죠.”

현재 예원학교 3학년인 신윤선은 졸업 후 1년간 홈스쿨을 통해 자신의 피아노 세계를 더욱 심화시킬 계획이다. 그리고 이 기간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 출전을 위한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홈스쿨 후 윤선은 미국의 줄리아드 음대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윤선의 피아노 인생 멘토이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선생은 서정원이다.

“서정원 선생님은 제게 피아니스트로서의 덕목/마인드/음악관을 심어준 분입니다. 탁월한 음악성을 갖고 있어도 그걸 표현할 줄 모르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그걸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 등등 정말 많은 걸 깨우쳐 주신 분이죠.”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조성진입니다. 무엇보다 조성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쇼팽을 너무 잘 쳐서 특히 좋아해요. 표현력도 남다를 뿐만 아니라 테크닉 또한 대단하고요.”

피아니스트에겐 신체적 조건도 중요하다. 쇼팽 연습곡 25-10을 연주하려다 자신의 작은 손가락 때문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등 윤선은 몇 년전 자신의 작은 손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쇼팽 연습곡 10-2에서처럼 자신의 작은 손이 오히려 민첩하게 속도감을 더 잘 내는 장점도 있다. 이젠 손가락 사이즈가 아닌, 자신이 더 잘할 수 있고 자신의 피아노 세계를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 두 명만 꼽으라면 쇼팽과 베토벤입니다. 쇼팽에서 제가 지닌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면 베토벤은 매번 연주할 때마다 새롭고 도전적이라 저를 고무시킵니다. 앞으로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에 도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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