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더 블랙베이 브론즈 [사진제공=튜더]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 즉 브론즈(Bronze)는 여러 영역에서 오랫동안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인기 합금이다.

구리와 주석(또는 알루미늄), 이 결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기 중의 습기와 착용자의 땀 등에 의해 반응하며 자연스런 변색이 생기게 한다. 거기에 청동은 바닷물에서 부식에 강하다.

독일의 마이너 시계 제조 브랜드 스테인하트(Steinhart) 등을 비롯한 몇몇 업체들은 비교적 저렴한 단가로 고풍스런 멋을 풍기게 함은 물론 바닷물에서 부식에도 강한 이러한 브론즈의 성질을 이용해 시계 케이스 제작에 활용해 왔다.

구리 산화에 의한 흙 같은 변색인 ‘푸른 녹’의 특별한 매력은 시간이 지나며 극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만큼 그 고풍스런 분위기는 시계뿐만 아니라 가구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돼 왔던 것이다.

시계 제조사들은 소위 ‘21세기의 첨단 소재’라 평가받는 탄소 섬유(카본 파이버)를 비롯해 다양한 소재로 시계를 제작해 오고 있다. 파네라이와 IWC 인제니어(Ingenieur)의 카본 파이버, 브라이틀링 어벤저 허리케인의 초경량 플리머, 벨앤로스(즈)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의 세라믹, 위블로(Hublot)의 합성 사파이어 등등.

파네라이 섭머저블 브론조 [사진제공=파네라이]
이제 여기에 브론즈(청동)가 또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경제불황으로 인한 금/백금 시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시점에서 글로벌 시계 제조사들이 선택하기 시작한 청동은 이제 중저가 시계에서 뿐 아니라 수백 수천만 원의 럭셔리 워치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인기 시계 소재가 되고 있다.

오데마피게 로얄오크와 파텍필립 노틸러스의 주인공 제랄드 젠타는 1988년 ‘Gefica’를 공개했다. 제랄드 젠타는 금이나 스테인레스 스틸의 일반적인 케이스 대신 브론즈를 선택한 것이다. 결코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가 아닌 브론즈 케이스를 선보인 제랄드 젠타의 선견지명은 이후 럭셔리 워치 메이커들에게 훌륭한 참고가 됐다.

2015년 제니스(Zenith)는 1920년대 복고풍 타입의 ‘브론즈 파일럿 타입 20 엑스트라 스페셜’을 선보였다.

롤렉스 자매 회사 튜더(Tudor)는 2016년 합금을 소재로 튜더 헤리티지 블랙 베이 브론즈(Tudor Heritage Black Bay Bronze)를 출시했는데, 워낙 반응을 뜨거워 고급 시계에 브론즈 열풍을 몰고 오는 계기가 됐다. 이후 튜더는 ‘바젤월드 2019’에서도 블랙베이 브론즈 새 모델을 선보이며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갔다. 튜더와 마찬가지로 몽블랑(Montblanc) 역시 알루미늄이 풍부한 브론즈를 사용한다.

한때 중저가 브론즈 시계를 대표하던 스테인하트 [사진=스테인하트 공식 홈페이지]
파네라이 또한 ‘루미노르 섭머저블 1950 오토매틱 브론조’를 통해 브론즈 소재 다이버 워치의 특별한 매력을 강조했다. IWC 아쿠아타이머 크로노그래프 에디션 ‘익스페디션 찰스 다윈’도 브론즈 케이스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해군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다이버에 대한 경의를 표한 오리스 ‘칼 브레이셔(Carl Brashear) 리미티드 에디션’도 브론즈 케이스로 주목을 끌었다.

내구성까지 뛰어난 브론즈 시계는 이제 더 이상 독립 시계 브랜드들만이 선호하는 소재가 아닌 것이다. 세계 럭셔리 시계 시장을 주도하는 유명 브랜드들의 적극적인 가세로 브론즈 워치는 그 기술적/디자인적 다양성을 더해가며 새로운 모델들로 지속적인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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