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이플라 유튜브 캡처
▶ 유튜브 1590만 구독자 보유
▶ 해외 팝스타 명곡 중심의 커버송 특화
▶ 현 보컬 트렌드를 대표하는 창법
▶ 감성 탁월, 엣지있는 세련된 표현력
▶ 고-중-저음역 고른 음역대 밸런스
▶ 벤딩, 다이내믹 탁월
▶ 영어 가사 노래에 특히 강점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제이플라(김정화·33)는 2일 현재 유튜브 구독자 159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스타다. 2019년 1000만 구독자를 달성해 유튜버로선 국내 최초 ‘다이아몬드 버튼’을 수상했다.

제이플라는 에드 시런, 비욘세, 아델, 원 리퍼블릭, 테일러 스위프트, 브루노 마스 등등 많은 해외 팝가수의 히트곡을 커버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체인스모커스에서 아바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커버를 하고 있는데, 특히 그녀가 커버한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는 2일 현재 2억7000만이 넘는 누적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 31일에 올린 BTS ‘봄날(Spring Day)’ 커버는 하루 만에 50만 이상의 클릭 수를 기록했다.

전 세계 대중음악 스타 중에서 ‘유튜브 지존’은 구독자 수 5570만 명의 저스틴 비버다. 에드 시런(4510만), 에미넘(4360만), 블랙핑크(4300만), 아리아나 그란데(4240만)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유튜브 팝스타 5인방’이라고 부를 정도다.

이외에 미모와 실력을 고루 갖춘 테일러 스위프트(3910만)를 비롯해 케이티 페리(3780만), 빌리 아일리시(3230만), 브루노 마스(2780만) 등이 그다음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과 5인방 간의 구독 수 차이는 서울특별시 인구 이상의 큰 격차를 보인다.

이들과 비교한다면 제이플라의 1590만 구독 수는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레이디가가(1760만), 콜드플레이(1720만), 두아 리파(1490만) 등의 빅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인 건 분명하다. 더욱이 유튜브 5인방을 비롯한 위에서 언급한 팝스타들은 모두 세계 최고의 글로벌 음반/기획사 소속이라 그만큼 체계적 효율적인 홍보 탄력을 받게 된다. 반면 제이플라는 그 어떤 화려한 영상 시도도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작은 공간에서 아날로그적 느낌으로 커버 곡을 부르는 모습만을 노출시키며 이런 놀라운 기록을 이뤄냈다.

과연 제이플라는 노래 실력이 워낙 탁월해서 이런 결과를 이룬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거품이 있는 것일까?

이 칼럼을 쓰기 위해 제이플라 유튜브 채널을 찾아 그녀가 초기에 올렸던 커버 영상부터 최근에 이르는 곡들을 체크해 봤다.

가장 큰 호감을 느낀 건 ‘어제보다 나은 오늘’, 즉 꾸준히 진화하고 있는 제이플라의 모습이었다.

유튜브 개설 초반 몇 년은 일련의 커버 곡에서 살짝 아쉬운 점-소리의 군더더기-이 보였지만 에드 시런, 아리아나 그란데, 카밀라 카베요 등등 요 몇 년간의 노래는 소리에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게 잘 빠지는, 전형적인 프로페셔널함을 보이고 있다.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오는 ‘노련미’, 즉 스튜디오 뮤지션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바로 이러한 감각이 탁월하다.

보컬트레이너들은 혀를 뒤로 올려서 애교스럽게 소리를 내려고 하거나 또는 마치 말을 하듯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창법이 최근의 트렌드라고 입을 모은다. 제이플라는 바로 이러한 현 트렌드의 가장 최일선에 있는 가수다.

제이플라는 감성 연출의 풍부함은 물론 엣지있는 표현력과 세련된 어법까지 가히 흠잡을 데 없을 정도다. 특히 감성 이입이 정말로 뛰어나다. 그 어떤 아티스트의 곡이라도 제이플라는 노래하는 그 순간만큼은 마치 무당의 ‘접신’ 경지를 연상케 할 만큼 몰입도가 대단하다.

또 하나 인상적인 면은 내면의 불같은 열정이다. 인형 같은 차가운 인상의 미모가 노래만 시작되면 용암처럼 분출하듯 놀라운 필링으로 한음 한음을 달군다. 화사하고 감성적이고 무엇보다 리드믹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잘 묻어나는 커버 송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두아 리파를 비롯한 몇몇 커버송은 제이플라만의 또 다른 매력이다.

카밀라 카베요 ‘Havana’ 등 여러 곡에서 알 수 있듯이 제이플라는 몸을 많이 움직이며 노래하는 스타일이다. 쉬지 않고 움직이며 리듬을 타는 와중에 노래하기에 제이플라의 노래에서 리드믹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에미넘에서 마이클 잭슨 커버에 이르는 퍼커시브한 진행도 좋다. 여성으로선 결코 쉽지 않은 어법이 요구되는 곡들임에도.

고음에서 중음, 저음역에 이르는 안정감 있는 고른 음역대도 돋보인다. 대개 이러한 스타일은 고음역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고른 음역대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그녀가 녹음을 통해 자신의 곡을 많이 경험해 봤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그만큼 개인 연습량과 음악에 대한 쉼 없는 성실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짐작해 본다.

한마디로 탁월한 감수성과 에너지가 많은 보컬리스트인 것이다.

제이플라는 호흡이 잘 안 들어가고 목으로 노래를 많이 부르는 타입이라고 혹평하는 보컬 전문가들도 있지만 그녀의 재능의 탁월함을 더 강조하는 전문가들이 압도적이다.

스타 가수들을 많이 지도한 명 보컬트레이너 김명기는 제이플라에 대해 “벤딩, 즉 소리를 잘 흘러 다니게 하는 스킬과 다이내믹이 탁월하고 감성도 좋다”며 “한국어 가사도 영어 가사처럼 노래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녀의 개성/스타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김명기는 “이제 영어 중심의 해외 곡 외에 국내 가요도 많이 부르며 외연을 넓히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적, 김동률, 이선희, 린, 박정현 등 여러 가수들과 활동하고 있는 베테랑 코러스 보컬 김미영은 “제이플라는 현 트렌드에 잘 맞는 창법의 가수로 남자가수든 여자가수든 성별과 관계없이 자신의 보이스에 맞게 커버송을 잘 소화한다”며 “특히 벌스 부분은 벌스답게 후렴구는 후렴구 답게 잘하는 게 인상적이고 속삭일땐 속삭이듯 지를땐 잘 지르는 등 노래의 강약조절도 탁월하다”고 했다. 또한 김미영은 “그간 수많은 커버송으로 역량을 보여준 것에 만족하지 말고 이젠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좀더 심화시켜 독창적인 제이플라의 작품을 대중에게 자주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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