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 가까운 가성의 육성화
탁월한 시적 표현력과 소리의 풍요로움

조관우 [사진=SBS 캡처]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일반적인 것과는 다른 특정한 스타일이나 버릇을 오래도록 고집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자기만의 전문적 영역으로 굳어지게 된다.

포를 궁의 면(중앙)에 위치시키는 일반적인 포진과는 달리 상을 궁의 면에 위치시켜 양 포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는 ‘면상’장기 같은 것도 일종의 변칙적인 스타일이고 왼손잡이 투수도 마찬가지다. 비록 일반적인 방식과는 좀 다르지만 그것을 하는 당사자에겐 매우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가성의 비중이 큰 가수의 경우 일반적인 것이 아니지만 그걸 오래 사용하다보면 가성조차도 육성화돼 극히 소리 구사가 자연스러워진다. 하지만 가성의 기초가 잘 돼 있지 않으면 중음과 저음을 내기 쉽지 않다. 진성대에서 가성대로 넘어갈 때에도 갑작스럽게 소리가 가늘어지고 작아지게 되는 것이다.

진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각자에 적합한 것을 찾아 노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성이 체질에 잘 맞는다면 그것을 적극 활용해 노래를 멋지게 부를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가수들이 몇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조관우다.

조관우야말로 가성 자체를 완벽에 가깝게 육성화시킨 인물이다.

육성이 많이 섞여 있는 가성이지만 언뜻 들으면 그것이 가성이라고 단언하기 쉽지 않을 만큼 발군의 가성 영역을 들려준다. 조관우는 데뷔 이후 시간이 지나며 가성의 쓰임을 더욱 시적으로 구사하며 정교화 시켜 갔다.

2000대로 들어와 노래한 곡들 예를 들어 ‘후애(後愛)’의 경우 꿈속을 헤매는 듯한 환상적인 경지의 가성이다. 가성임에도 기품이 있고 소리의 풍요로움이 대단하다.

또한 ‘축복’에서의 가성 역시 감정연출이나 극적인 표현력이 뛰어나다. 가히 가성의 예술적인 경지에 올라 있는 것이다.

조관우가 구사하는 가성은 판소리적인 느낌이 묻어나오기도 한다. 이것은 그가 그만큼 판소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다. 이 때문에 때론 팬 층을 제한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한국 전통적 색채가 너무 강한 조관우의 소리와 노래는 탁월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큰 지지층을 넓히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관우의 존재는 한국 가요사의 색다른 경험이자 경이로운 영역이다.

조관우가 오는 18일(일) 정규 9집 ‘Begin Again’을 발매한다. 이번 신작은 조관우가 십 수 년만에 리메이크가 아닌 100% 새롭게 선보이는 신곡 구성이라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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