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처럼 마르지 않는 풍부한 감성

혀에 힘이 많이 들어간 다이내믹하고 남성적 창법

이젠 ‘매니아’ 영역에서 ‘보편성’의 영역으로 외연 넓어져

김조한 [사진=SBS '신의 목소리' 캡처]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성대는 후두의 중앙에 위치해 있고 좌우로부터 반월상의 돌기물로써 구성되어 있다. 소리는 성대의 진동으로 발생한다. 성대가 진동이 되기 위해서는 공기가 들어와야 하는데, 이것을 호흡이라고 한다.

공기 즉 산소를 들이마시는 허파 밑에는 횡경막이 있다. 횡경막은 폐를 둘러싼 흉강, 소화와 배설기관을 둘러싼 복강을 구분하는 경계일 뿐 아니라 숨을 쉴 때 팽창하는 등 호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숨을 쉴 때 입안으로 들어온 공기는 발성시 기관을 통해 성대에 부딪치며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성대의 진동으로만 좋은 소리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목뿐만 아니라 비강과 머리 부위 및 신체 등 여러 부위의 공명을 통해 소리가 더욱 잘 나오게 되는 것이다. 목이 아닌 몸을 통한 발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위 R&B식 ‘꺾기’와 같은 기교를 비롯해 블랙뮤직은 그 자체가 복식호흡에서 오는 발성이 대부분이라 몸을 통한 발성이 더욱 중요하며, 바이브레이션의 빈번한 사용도 특징이다.

바이브레이션은 음을 안정적으로 내고 음을 오래 끌 수 있게 한다는 게 장점인 반면 코러스시 음끼리 불협화음을 야기할 수 있으며 과하게 바이브레이션을 사용할 경우 지나치게 주관적인 감정주입으로 인해 자아도취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김조한은 한마디로 국내 가요사에서 주목할 만한 뛰어난 테크닉의 보컬리스트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솔리드의 노래는 곡 자체도 좋고 멜로디라인의 흐름이 자연스러워 인상적이었지만 여기에 김조한의 가창력이 함께 했기 때문에 솔리드의 역사를 일굴 수 있던 것이다.

솔리드 시절의 노래를 들어보면 그가 노래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나 알 수 있다. 각 프레이즈의 소화력과 감성을 잘 내포한 연출력 등은 깊은 인상을 줄 정도다. 바다처럼 마르지 않는 풍부한 감성은 듣는 이를 취하게 만들 정도니까.

또한 그의 바이브레이션은 한번만 들어도 김조한 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강렬하고 개성적이다. 이런 바이브레이션을 통해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뜨거운 필을 발산하다보니 때론 ‘오버’하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다. 화려한 기교로 소리를 다양하게 연출하는 그는 가히 빼어난 테크니션으로 부족함이 없다.

지금이야 R&B 소울 스타일이 가요의 주요 트렌드가 되었지만 90년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조한은 이미 90년대 초 중반부터 흑인적 감성이 묻어나는 본격 R&B 소울을 노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해외 팝의 흐름에 민감한 그는 그것을 국내에 정착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한 셈이다.

예전의 김조한에겐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깊은 음색과 가슴 깊이 와 닿는 농익은 보이스의 발성은 강렬하고 때론 압도적인 만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혀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소리에 배음도 별로 없어 보인다. 단점이라기 보단 그냥 김조한만의 어법 특징이라고 해두자.

또한 소리의 유연함과도 다소 거리가 있다. 부드럽지 못한, 다시 말해 다이내믹하고 대단히 남성적인 어법인데, 그럼에도 이게 김조한의 스타일처럼 돼버렸다. 소리와 노래 구사 방식이 보편성 보다 매니아적 취향의 영역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따라서 그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보다 폭넓은 대중적 기반을 쌓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오랜 공백을 깨고 발표한 최근 김조한의 앨범을 들어보면 변화의 징후를 읽을 수 있다.

매우 흑인적인 다시 말해 정통 소울뮤직의 본령이 느껴질 만큼 매니아스럽던 그의 노래가 보다 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던 ‘정통 청국장’에서 좀 더 유연한 방법론적 레시피 전환 같은.

‘매니아’ 영역에서 ‘보편성’의 영역으로 그 외연이 넓어졌다. 이 부분을 염두에 뒀는지 김조한은 예능프로에 출연해 과거 다이내믹하고 남성성 강한 소울풀 어법을 보란 듯이 재연하기도 했다. 마치 “나 아직 죽지 않았어”라고 외치듯.

물론 이러한 시도, 즉 보다 편해지고 있는 김조한식 노래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국인으로선 현지 R&B 소울의 정서를 가장 완벽하게 갖고 있는 그가 본격 블랙뮤직을 좀 더 보편적인 영역으로 가져오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우리 가요계의 외연 확장과 내연의 풍요로움은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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