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얘기를 들어줄 분 있을까요" 한참동안 인터뷰 망설여

배우 이민영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건 지난해 중순. 돌아온 대답은 "드릴 말이 없다"였다. 이민영과 전 소속사의 계약이 재개되며 실마리를 잡았다. 가족들 품안에서 숨죽이던 이민영은 소속사의 설득 끝에 굳게 걸었던 빗장을 풀었다.

인터뷰에 나서겠다는 결정을 내린 후 이민영은 2주간 말미를 얻어 그 동안 일어난 일들을 정리해 내려갔다. 당초 8일 인터뷰 약속을 잡았지만 하루 전 "1주일만 더 기다려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숨죽여 온 시간이 긴 만큼 또 한 차례 숨고르기가 필요했을 터.

그리고 1주일 후 15일 오후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난 이민영의 얼굴에는 망설이는 빛이 역력했다. 금세 "죄송해요. 못하겠어요"라고 자리를 뜰 것 같았다. 막상 인터뷰 자리에 나오니 말문이 턱 막혀버린 것처럼 보였다. 이민영은 "종이에 적어내려가다 반나절 만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따가운 시선보다 이민영을 힘들게 하는 건 시선을 먼저 피하는 사람들이었다. 살갑게 인사를 건네고, 종이와 펜을 내밀던 팬들이 이민영의 눈치를 먼저 보기 시작했다.

이민영은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불편한 적은 있었지만 숨는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이제는 평범한 일상조차 힘들어졌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요. 이제서야 먼저 알아보고 다가와주던 팬들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고 있네요"라고 자조섞인 미소를 지었다.

이민영은 대항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폭행이 일어난 점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전 남편과 분쟁이 마무리될 무렵 또 다른 송사에 휘말렸다. 전(前) 올케 김모씨가 '이민영이 소금을 뿌렸다'고 주장하며 법정 싸움이 시작됐다. 1심에서 이민영은 벌금 20만원을 선고받았다.

주변에서는 "20만원 내고 빨리 끝내자"고 보챘다. 이민영은 "그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어요. 억울하지만 액수가 적으니 그냥 끝내자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또 반 년을 끌었어요. 후회도 되지만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잘라 말했다.(이민영은 2심에서 1심보다 낮은 형량이 구형돼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민영은 가족들이 전 남편과 관련된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혐의를 받은 것에 대해서 "저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안타까운 심경이 담긴 말들이었죠. (잠시 망설이다가) 어떤 가족들이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마치 가족들이 말을 맞추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처럼 비쳐져 가슴이 아팠어요. 가족들에게 온통 미안할 뿐이네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민영은 인터뷰에 나서기 전 고민이 많았다. 여배우가 카메라 앞에 선다는 건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햇수로 4년 만이었다. 최근 계약을 재개한 소속사는 "협찬을 받자"고 제안했지만 이민영은 자신의 옷장에서 손수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

이민영은 "20년 넘게 연기하면서 가장 의상을 신경 쓴 것 같아요. 예뻐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제 심경을 가장 잘 담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연예 활동을 시작하는 것도 아닌 터라 '잘 보이겠다'는 생각은 추후도 없어요. 그냥 제가 하는 말들과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게 하고 싶었어요"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이민영에게 '4년 만의 외출'의 소감을 물었다. 이민영은 "제 얘기를 들어줄 분들이 있을까요… 누군가 제 얘기를 궁금해 하고… 한 분이라도 고개를 끄덕여 준다면 그걸로 족해요"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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