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베스트] 거칠어 지는 방송언어… 말초신경만 자극

▲황보
방송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소위 말하는 '방송용' 대화는 잘 다듬고 가지치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산. 오히려 정화되지도 여과되지도 않은 '날 것'의 얘기들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며 시청자들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방송의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요즘 환경과 맞닿아 있다. 틀과 형식에서 벗어난 연예인들은 마음껏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소 술자리에서 벌일 법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속어가 난무하고 서로에 대한 폭로전이 전개된다.

그리고 연예인들의 속얘기에 시청자는 환호한다. 인간은 순응의 동물인 터라 결국 시청자들은 더욱 '센' 얘기를 원하고 연예인들은 여기에 부응한다. 이런 순환구조 속에 방송 환경도 원초적으로 변하고 있다.

# 키워드1. 막말

최근 가수 황보와 신지는 '막말 파문'에 휩싸였다. 진원지는 MBC 예능 프로그램 의 '라디오스타'. 황보는 지난달 30일 방송된 '라디오스타'에서 삐딱한 자세와 쏘아붙이는 듯한 말투로 일관해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신지
당시 황보는 MC들의 짓궂은 장난에 "왜 이따 끼래? 불러놓고" 등 말투로 목청을 높여 원성을 샀다. 결국 황보는 소속사를 통해 "컨셉트였다. 프로그램 특성에 맞추려 하다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급히 진화에 나서야 했다.

신지 역시 2주 후 같은 프로그램에서 구설에 올랐다. 당시 신지는 선배 가수 신정환에게 "왜 못 물어뜯어 안달이냐?" "맺힌 것 많다" 등의 발언을 해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비단 '라디오스타' 뿐만 아니라 요즘 TV에서는 출연자 간 서로를 헐뜯거나 언성을 높이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개그맨 이경규 박명수 등에서 시작된 '호통개그'는 어느덧 '비난개그'로 형태를 바꿔 유쾌와 불쾌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 키워드2. 폭로

요즘 연예계에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넘쳐 난다. 과거 연예인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공개되면 곧바로 인터넷 기사로 만들어져 네티즌 사이에 회자된다. 그룹 R.ef 출신 성대현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R.ef 시절 리더 이성욱의 개인 행동을 비롯해 가수 홍경민과 모 여자 연예인의 데이트 장면 목격담 등을 폭로해 화제를 모았다.

폭로는 비밀스러운 일을 들춘다는 사실 만으로도 듣는 이의 구미를 당긴다. 하지만 원치 않는 폭로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가수 이민우는 지난해 말 모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가수 서지영, 배우 신애와 교제했었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다. 당시 서지영과 신애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네티즌조차 "경솔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이민우가 상대방의 사생활을 고려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며 일단락됐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뒷맛은 씁쓸했다.

이 외에도 '라디오스타'에서 신정환이 열애 중이란 사실, 윤종신이 치질 치료를 받았던 사실, 김국진이 방황기를 가졌던 사실 등은 더 이상 비밀이 되지 못한다. 한 연예 관계자는 "요즘 방송가에서 폭로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 쪽이 폭로를 하면 상대방이 되받아치는 형식이다. 시청자들은 즐거울지 몰라도 곁에서 지켜볼 때는 아슬아슬하다"고 속내를 밝혔다.

# 키워드3. 쓴소리

요즘 가장 뜨거운 캐릭터 중 하나는 바로 KBS 개그프로그램 의 '왕비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왕비호가 내뱉는 말은 즉각 화제가 되며 연예계를 한번씩 들었다 놓는다.

아이들 스타인 그룹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들에 대해 '대놓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이는 단연 왕비호 뿐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왕비호에 열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나 댓글로 한번쯤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쓴소리들이 대부분 '옳은 소리'임을 부정할 수 없어 더욱 통쾌하다.

왕비호 이전에는 방송인 김구라가 있었다. 인터넷 방송에서 활동하던 시절 김구라는 연예인들에 대한 '독설'로 유명했다. 하지만 '제도권 방송'으로 편입되며 김구라의 입담은 독설과 막말보다는 쓴소리에 가까워졌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