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께 '홍콩 아가씨' 리메이크곡으로 데뷔 "남북한의 문화적 차이 좁히고 싶어요"

탈북자 출신으로 구성된 6인조 여성그룹이 처음으로 탄생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조짐, 납북된 김영남과 남측 가족의 상봉 등 남북관계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탈북자 출신 여성그룹의 등장은 분단상황이 낳은 문화 콘텐츠란 점에서 주목된다.

리드보컬 2명, 아코디언 및 보컬 2명, 무용수 2명 등 탈북자로만 구성된 '달래 음악단'(가제)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의해 기획돼 데뷔하는 1호 그룹이다. 귀순 가수 김용에 이어 김혜영이 남한 연예계에 데뷔해 배우 겸 가수로 활동했지만 이처럼 탈북자 출신으로만 구성된 그룹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멤버 대부분은 북한 선전단ㆍ예술단에서 활동하거나 대학 등 전문 교육기관에서 성악, 악기, 무용 등을 전공한 실력파들로 기본기를 탄탄히 갖췄다. 리더 한옥정(28ㆍ보컬)을 비롯해 허수향(22ㆍ무용), 강유은(19ㆍ아코디언과 노래), 임유경(19ㆍ아코디언과 노래)과 두 명(각각 보컬과 무용)의 멤버가 더 있다. 이들은 모두 탈북 후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평양 출생으로 1998년 6월 탈북한 한옥정은 성악, 화술, 중국어 실력을 갖췄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으로 2001년 탈북해 2003년 입국한 허수향은 성악, 기계체조를 비롯해 계절춤, 인형춤 등의 무용이 장기. 평양 출생으로 지난해 6월 탈북한 강유은은 성악, 화술, 아코디언, 기타, 베이스 등 다재다능한 '끼'를 자랑한다. 함경북도 온성 출신으로 지난해 6월 탈북한 임유경은 노래와 수준급 아코디언 실력을 지녔다.

이중 강유은의 사연은 1월 KBS 1TV '피플 세상 속으로'의 '반갑습네다 남한!' 편에서 소개된 바 있다. 북에서 영화배우를 꿈꾸며 평양민족 예술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강유은은 오빠와 함께 생사를 넘나들며 북한을 탈출했다. 남매보다 1년 앞서 온 엄마는 자식들을 데려오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며 비용을 마련했고 세 가족의 사연은 안방극장에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8월께 첫 정규 음반을 발표할 '달래 음악단'은 금사향의 '홍콩 아가씨'를 리메이크해 타이틀곡으로 선보인다. 멤버들은 "'홍콩 아가씨'는 북한의 대중음악과 비슷하다"며 타이틀곡 선정을 반겼다.

이밖에도 데뷔 음반에는 이들이 북한에서 배운 노래 리메이크곡, 국내 유명 트로트 작곡가가 쓴 신곡도 수록될 예정이다. 7월18~19일 촬영할 '홍콩 아가씨' 뮤직비디오는 멤버를 비롯해 인기 개그맨들이 함께 출연해 코믹한 콘셉트로 꾸며진다.

오렌지엔터프라이즈는 감우성ㆍ김수로ㆍ신구 주연의 영화 '간 큰 가족'을 보고 '달래 음악단'을 기획했다고 한다. 오렌지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간 큰 가족'은 실향민 아버지의 유산을 받기 위해 자식들이 주변 상황을통일이 된 것처럼 꾸며 아버지를 속인다는 줄거리로 극중 TV에 북한의 대중 예술인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면서 "먼 훗날 통일이 됐을 때 우리네 TV에서도 그런 장면이 소개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판단돼 조금 앞당겨 보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꽃봉오리 예술단'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는데 '달래 음악단'이 실향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고, 북한을 막연하게 같은핏줄로만 여기는 국내 젊은이에게 북한의 대중음악과 문화를 체험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오렌지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0월부터 탈북자 출신 예술인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북5도청,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탈북자 동지회, 탈북자 직업알선소 등을 수소문했고 발품을 판 끝에 북한에서 성악, 무용, 악기 등을공부한 이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

오렌지엔터프라이즈는 "멤버 중엔 각종 지방자치단체 행사에서 공연으로 생계를 꾸리는 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도 그룹 결성을 크게 반겼음은 물론이다.

오렌지엔터프라이즈는 "'달래 음악단'을 통해 남북의 문화적 차이를 좁혀보자는 생각에 의기투합했으며 일본에선 이미 투자 제의까지 온 상황"이라면서 "한국을 넘어 일본, 미국, 유럽 등지를 돌며 하나된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공연을 펼치겠다"고설명했다.

최근 오렌지엔터프라이즈와 전속 계약을 마친 '달래 음악단'은 7월1일부터 서울 방배동에서 매일 오전 10시부터 4시간씩 본격적인 연습 및 녹음 작업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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