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콘다 사건' 아쉬운 마무리
■ 기자의 눈

 • 아나콘다 사고 '도전 지구탐험대' 폐지
 • [기자의눈]'아나콘다 사건' 아쉬운 마무리
 • '아나콘다 사건' 문제의 본질은 안전
 • 아나콘다 사건 "오해에서 불거진 일"

 • 정정아 '아나콘다 사고' 과장 논란
 • '아나콘다 사고' KBS-정정아 상반된 주장
 • 개그우먼 정정아 '아나콘다에 물렸다'
 • 이번엔 아나콘다! 안전불감증 다시 도마에

오해를 푼 것 만으로 ‘아나콘다 사건’이 끝난 것일까? 정정아가 21일 오후 5시30분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KBS 2TV ‘도전 지구 탐험대’ 촬영 도중 아나콘다에게 물린 상황에 대해 상세히 밝히면서 이번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현장 연출을 맡은 외주 제작사 정승희 PD와 양측 변호인이 함께 자리를 했고, 정정아는 “재촬영 요구에 대한 부분에서 오해가 있었다. PD의 말을 잘못 알아들어 비롯된 해프닝으로 재촬영 요구는 없었음을 확인하고 오해를 풀었다”?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으로 양측의 갈등은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완전히 무시된, 어이없는 결말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재촬영 요구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TV 오락 프로그램의 안전불감증 논란과 함께 파문을 일으켰지만 위험천만한 촬영에 대한 문제 의식은 뒷전에 밀려나고 말았다.

기자 회견의 핵심은 오해로 인해 빚어진 재촬영 요구와 관련한 갈등 해소였다. 정정아는 당시 아나콘다에 물린 뒤 팔에 박힌 아나콘다의 이빨을 빼서 들고 있었는데 정승희 PD가 “놔, 놔”라고 외친 것을 “넣어, 넣어”라고 들었다는 것이다. 정정아가 이를 재촬영 요구한 것으로 파악해 일부 언론에 알리게 됐다는 해명이다.

어찌 보면 1주일 동안 방송가의 안전불감증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건치곤 궁색하기 이를 때 없는 변명에 불과하다. 응급 대처가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정정아가 현지에서 파상풍 치료를 받았지만 이를 몰라 빚어진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연출자가 위험천만한 순간에 신속한 대처로 위기를 넘긴 것으로 새삼 정리됐다.

재촬영 요구를 둘러싼 정정아와 정승희 PD의 갈등도 오해를 풀고 마무리 지어졌다. 정정아는 정 PD에게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결국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사건도 되지 않을 일이 사건으로 번진 셈이다.

‘아나콘다 사건’이 이번 기자회견으로 끝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출연자가 아나콘다에게 물리는 위험한 촬영이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방송의 안전불감증을 다시금 되새겨야 하는 상황이다. 재촬영 요구 논란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물론 제작진이 사전 교육 등 안전에 대한 준비와 사후 조치 등에서 신속하게 최선을 다했지만 이는 당연한 일이다.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 자극적인 화면을 위해 위험천만한 촬영이 계속되는 점에 대한 반성은 왜 없었는가. 이번 ‘아나콘다 사건’이 정작 이뤄져야 할 성찰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이동현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입력시간 : 2005-09-2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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