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자이너 모놀로그' 연출가 이지나, 배우 최정원 인터뷰

연출가 이지나
미국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한 장면. 카페에 앉아 식사를 하던 주인공 캐리는 친구들에게 "우리 '버자이너 모놀로그' 보러갈까"라고 묻는다. 그 때 친구들은 흠칫 놀라며 누가 듣지는 않았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뉴욕에 사는 30대 여성들의 사랑과 성을 적나라하게 그린 이 드라마에서도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버자이너'란 단어의 사용은 금기와도 같다.

16일부터 대학로 SM스타홀에서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무대에 오른다. 2001년 5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초연 이후 이번이 6번째다. 올해는 2001년 재연 때부터 연출을 맡아온 연출가 이지나와 한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 최정원 이경미 전수경이 의기투합해 여성의 성기를 거침없이,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예정이다. 대학로 연습실에서 연출가 이지나(이하 이)와 배우 최정원(이하 최)을 만났다.

"(이) 2006년 장영남씨가 출연한 공연 때 관객들이 굉장히 많은 걸 기대했나봐요. '애걔걔 이 정도밖에 안돼'라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 때 '아 한국인들의 성의식이 진화했구나'를 느꼈어요. 2001년만 해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포스터를 찢는 사람도 많았거든요. 고여있는 물이 되선 안되겠다 싶어 이번 작품엔 진짜 아줌마들만 섭외해 작심하고 수위를 높였어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시인, 사회운동가인 이브 엔슬러의 흥행작으로, 각계각층의 여성 20명과 나눈 내밀한 인터뷰를 토대로 연극화했다. 96년 초연 이래 세계 각지에서 공연된 바 있으며 위노나 라이더, 수잔 서랜든, 기네스 팰트로 등 유명 배우들도 한번씩 거쳐간 작품이다.

"(최) 경미 언니가 처음 제안을 했어요. 연출 선생님을 워낙 좋아했던 터라 흔쾌히 허락을 했는데 대본을 읽어보니 못하겠더라고요. 무대에서 XX를 150번 정도 말해야 되는데, 처음엔 부끄럽고 천박한 단어라고 느껴졌어요. 그런데 점차 그동안 이런 작품을 왜 안했을까, 이런 얘기를 왜 못해봤을까 하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밀려오더라고요. "

배우 최정원
이번 공연에서는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 형식을 빌려와 3명의 배우가 1인 다역을 하며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여성들의 고민을 풀어놓는다. 특히 자녀와 남편이 있는 '아줌마 배우'들인 만큼 오름가즘, 섹스 등에 대한 실제 경험담을 숨김없이 늘어놓을 예정이다.

"(이)예전에 나이든 배우들에게 출연제의를 하면 절대 그런 단어들은 내뱉을 수 없다며 거절했어요. 그러다 보니 젊은 배우들만 출연했었어요. 제가 미혼이다 보니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아요."

"(최)관객들이 '저 여자들 저렇게 솔직해도 돼'라는 걱정을 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거침없는 대사가 나올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연극은 굉장히 철학적이에요. 결국엔 성기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위로와 감동을 받고, 그 곳으로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될 거에요."

2월 28일까지. 3만~4만원. (02)2051-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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