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독 걸린 흑인대상 USPHS선 '생체실험' 군침

얼마 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상원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 오바마는 그 존재 자체로 미국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흑인 최초의 대통령 후보라는 타이틀에, 2달 후에 결정 될 대통령 선거에서 만약 당선이 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된다.

오바마의 존재 자체가 미국에서의 흑인의 인권이 어디까지 올라섰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불과 3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흑인은 성병치료를 받지도 못했는데(정확히 표현하자면, 생체실험을 당했다), 이제는 대통령 후보로까지 선출되다니 말이다.

오늘의 주제는 미국 앨라배마주 중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인구 약 11,600명의 자그마한 소도시 터스키기(Tuskegee)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영화 좀 봤다 하시는 독자들께서는 터스키기 에어맨(Tuskegee Airman)이라는 작품을 떠올리실 것 같은데, 맞다. 바로 그 작품의 무대가 되는 동네이다. 미국이 2차 대전 당시 최초의 흑인 조종사들을 훈련시켰던 바로 그곳에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생체실험이(그것도 흑인 대상) 이루어졌으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을 것이다.

"야, 매독을 이대로 뒀다간 나라가 거덜 날 거야. 무슨 수를 내봐라."

"에이, 방법이 있으면 벌써 썼죠."

"그러니까 방법을 만들라는 거 아냐!"

"그게… 치료제를 만들려고 해도 동물실험 이다 뭐다 해서 한 세월 까먹고, 다시 실용화 하려고 인체실험하면 그것도 한 세월인데…그냥 예전처럼 하죠?"

"예전처럼?"

"그냥 내버려두잔 소립니다."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매독은 오늘날의 에이즈의 위치에 있었다. 지금이야 보건소 가서 주사 맞으면 끝나는 병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걸리면 그냥 끝장인 병이었다. 그나마 2차 대전 중에 얼떨결에 발견된 '페니실린'이 없었다면, 매독은 아직까지도 인류를 괴롭혔을 것이다. 어쨌든 당시 미국에서도 이 매독은 골치 아픈 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공중보건국(USPHS)은 하나의 거대한 계획을 내놓게 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란 말이 있잖아."

"저기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百戰不殆)거든요?"

"이 자식이…찰떡같이 말해도 콩떡같이 알아들어야지! 여하튼, 매독을 이기려면 매독을 알아야 하잖아?"

"그래서요?"

"매독을 관찰하는 거야."

"지금도 애들 파이프 새는 거 열심히 보고 있거든요?"

"그런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독을 지켜보는 거야."

"환자들이 그냥 있겠습니까? 파이프 새면, 바로 병원 찾아오는데...아프면 병원 와야죠."

"딱 그런 케이스가 있어."

"예?"

당시 미국공중보건국이 주시하고 있었던 동네가 바로 터스키기였다. 이 동네 흑인의 상당수는 매독에 걸려있었지만, 이들 중 치료를 받은 흑인은 1% 정도밖에 없었다. 나머지 99%는 매독을 그냥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공중보건국으로서는 군침 흘릴만한 실험케이스였다.

"얘들이 완전 까막눈이라 뭐라고 말해도 못 알아들을 거야. 게다가 의료혜택이란 건 꿈도 못 꾸는 애들이거든? 얘들 데려다가 매독에 관한 연구를 하는 거야."

"저기… 그건 조금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야야, 이게 다 인류를 위한 일인데…게다가 걔들은 어차피 그냥 내버려둬도 치료 같은 거 못 받을 애들이잖아."

"그럼 치료는 하는거죠?"

"아니, 우리는 관찰만 할 거거든?"

"……"

1932년의 일이었다. 이야기는 다음회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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