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소신있는 배우+바른생활맨… "한반도 출연은 필연이죠"

인터뷰가 약속 시간보다 10여분 지연되자 차인표는 관계자들보다 먼저 미안하다며 깍듯이 사과했다. 자리에 앉기 전 악수를 청했고 명함과 통성명을 교환했다. 보통 사람을 만나면 일상적일 법한 풍경인 데도 유난히 차인표의 행동은 ‘젠틀’해 보였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미안함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느껴졌다.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보여준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젠틀맨’이라는 평가처럼 실제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 인터뷰의 하나였다.

# 통일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차인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 ‘한반도’(감독 강우석ㆍ제작 KnJ엔터테인먼트)를 어떻게 봤는지 물었다. 기자 시사회 직후 쏟아진 ‘민족주의에 기댄 상업영화’, ‘과잉된 애국심’ 등 혹평에 적잖이 상처를 받은 것 같았다. 차인표는 “영화 ‘한반도’는 애국심에 호소해 통일을 선동하는 게 아니다. 통일의 ‘통’자도 꺼내지 않는 사회에서 일부러 통일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흥행은 둘째 문제다. 이 영화를 통해 대한민국이 월드컵 때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듯 같은 쪽을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인표는 ‘한반도’에서 국정원 간부로서 통일을 만류하다 결국 통일을 돕는 상현을 연기한다. 이 때문에 과거 할리우드 영화 ‘007 어나더 데이’의 출연을 거절했던 일화가 새삼 떠오른다. 차인표는 당시 영화가 북한을 적국으로 그려 출연을 거절했다고 해 ‘애국자’로 칭찬받았었다. 하지만 차인표는 ‘굴욕’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출연을 거절했던 비화를 더 들려줬다. 차인표는 “당시 대본에 남북의 군사분계선을 지키는 군인이 미군으로 돼있었다. 영화엔 대한민국을 미국령인양 굴욕적으로 그려놓고 기분이 나빴다”고 분노를 토했다. 차인표는 이어 “미국 영화사에 출연 거절을 통보한 후 얼마 뒤 그 쪽 에이전트가 전화를 걸어 와 ‘출연을 재고해봐라. 제작사가 전화 몇 통만 하면 당신보다 더 잘난 배우 500명을 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에 거절의 마음을 확고히 굳혔다. 그리고 어서 나와 내 조국이 힘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확신을 가지고 연기하고 싶다

지난해 ‘한반도’ 출연 제의를 받은 차인표는 사실 강우석 감독에게 섭섭함을 가졌었다. 흥행 감독인 강우석 감독으로부터 한번도 제의를 받아보지 못해서였다. 차인표는 이 같은 당시의 심정을 소외감 내지 박탈감으로 표현했다. 차인표는 “내가 영화에선 흥행 보증 수표는 아니지만 그래도 잘 알려진 배우인데 강감독은 나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차인표는 이제야 찾아준 강감독에게 섭섭함과 고마움으로 ‘오케이’했지만 구두로 먼저 약속한 드라마 일정이 ‘한반도’와 맞물리는 바람에 출연을 번복하기도 했다. 정중히 출연을 고사한 차인표는 “시나리오를 일찍 탈고해 촬영을 두 달 앞당기면 출연할 수 있느냐”는 강우석 감독의 의외의 대답에 깜짝 놀랐다. ‘할 수 없지’가 아닌 ‘너 아니면 안된다’는 뜻이었다. 공교롭게도 드라마 방영 일정이 연기되면서 강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했다.

올해 나이 마흔살. 차인표는 어느덧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그에게서 색소폰을 불며 손가락을 가로젓는 드라마 속 이미지가 겹쳐진다. 흔히 보는 평범한 아저씨의 역은 어쩌면 그에게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 차인표는 “올해가 가기 전에 드라마부터 찍어야겠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이 드라마를 많이 보고 싶어 한다. 나는 배우로서 팬들을 충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지만 팬들은 날 통해 원하는 게 따로 있을 것 같다. 아직 확실한 변신보다 팬들이 원하는 캐릭터로 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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