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는 9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진땀을 뺐다.

모비스가 올 시즌 SK의 전매특허인 '드롭존' 수비를 철저히 공략했기 때문이다.

드롭존 수비는 변형 지역 방어의 일종이다.

앞 선에 3명, 뒷선에 장신 2명이 서는 데 앞 선의 가운데에는 장신 선수가 서서 상대팀 가드진을 압박, 볼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K에서는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가 앞 선의 가운데 즉, '꼭짓점' 역할을 자주 맡는다. 박상오도 종종 꼭짓점에 선다.

SK의 드롭존이 위력적인 것은 높이와 스피드를 겸비했기 때문이다.

발이 빠른 헤인즈가 앞 선에 있으면 속공 참여도가 한층 높아져 파괴적이다.

헤인즈 외에도 박상오, 최부경, 김민수 등 키가 2m에 가까운 장신 선수들은 도움 수비에 들어가 수비 상대가 바뀌어도 신장에서 밀리지 않고 리바운드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그러나 모비스는 달랐다.

올 시즌 1,2,3차전에서도 SK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모비스는 9일 양 팀 간의 정규리그 네 번째 맞대결에서도 단단히 준비하고 나왔다.

모비스는 안쪽으로 볼을 투입한 후 빠른 패스로 외곽에 찬스를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SK의 허점을 공략했다.

빅맨임에도 어시스트 능력이 좋은 함지훈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공을 빼줬고 문태영이 함지훈의 어시스트를 받아 외곽슛을 터뜨렸다.

헤인즈가 앞 선에 서 있고 나머지 장신 선수들도 도움 수비를 하는 탓에 약해진 SK의 골밑에서 공격 리바운드도 18개나 따냈다.

이 전술로 모비스는 2쿼터 한때 17점 차까지 앞섰다.

비록 막판에 체력적인 문제로 역전을 허용해 70-71, 1점 차로 패했지만 SK의 수비를 가장 잘 무력화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경기 후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드롭존 수비에 대해 어려움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 감독은 "3라운드까지도 SK의 드롭존에 대해 어려워한 적은 없었다"며 "SK는 선수들을 쉬면서 가동했지만 우리는 못 쉬고 주전들이 경기해 막판에 양동근, 문태영의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나서 진 것뿐"이라고 말했다.

문경은 SK 감독도 수비의 한계를 인정했다.

문 감독은 "리바운드를 많이 빼앗기는 게 최대 문제"라며 "상대 공격 후 바로 속공을 준비하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코트니 심스를 수비에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신기성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지역 방어를 깨뜨리는 방식은 여러 가지지만 모비스 특유의 최적화된 방식으로 SK의 수비를 제대로 깨뜨렸다"며 "양동근과 김시래의 돌파 등을 이용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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