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전성우 기자] ‘미라클’ 두산 베어스의 위대한 도전의 중심엔 김태형 감독의 ‘불펜 야구’가 있었다.

두산은 지난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 1차전에서 6-4로 승리했다.

이제까지 3전2선승제로 열린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는 1차전 승리팀이 18번을 모두 이겨 상위 라운드에 올랐다. 두산은 이제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티켓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정규시즌 3위로 마감해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선승제)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두산은 KBO리그 역대 3번째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한 바 있다.

과거 왕조로 불리던 SK 와이번즈(2007-2012), 삼성 라이온즈(2010-2015, 이상 6년 연속)와 어깨를 나란히 했는데, 단일 감독 체제에서는 처음 나온 기록이다. 김태형 감독은 2015년부터 매년 두산을 한국시리즈에 올렸다.

경기를 지켜보는 두산 김태형 감독(오른쪽 첫번째). ⓒ스포츠코리아
이제 두산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신기록에 도전한다. 그 중심엔 두산 김태형 감독의 ‘뚝심’이 있었다.

9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회말 먼저 2점을 내줄 때만 해도 두산의 불안한 현실이 드러나는 듯했다.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은 1사 후 2번타자 김지찬에게 볼넷을 내준 데 이어 3번 구자욱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고 선취점을 허용했다. 계속된 2사 1,2루서 호세 피렐라에 적시타를 맞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최원준을 마운드에서 내리지 않았다.

외인 투수 두명이 모두 부상으로 빠져 선발진 운영에 빨간 불이 들어온 두산 입장에선 최원준이 일찍 내려가면 불펜에 과부하가 올 것이 뻔했기 때문. 결국 최원준은 4.1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이날 경기에서 두산은 김태형 감독의 ‘뚝심’ 있는 불펜 운용으로 승기를 잡았다.

김 감독은 3-2로 앞선 5회말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자 삼성 오재일을 상대로 선발 최원준을 빼고 홍건희를 첫번째 불펜으로 기용했다. 보통 좌타자를 상대로 좌완투수를 기용하지만 우완투수 홍건희를 기용한 것이다. 이영하가 지난 7일 66개의 공을 던져 이날 등판할 수 없었던 상황. 홍건희를 믿고 기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홍건희는 김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홍건희는 오재일을 2루수 방면 병살로 잡아내며 삼성의 동점 혹은 역전 기회를 무산시켰다.

김 감독의 강단 있는 불펜 운용은 8회말에도 빛났다. 4-2로 앞선 8회말 1사 2,3루에서도 마무리 김강률 대신 좌완 이현승을 내세워 연이어 등장하는 좌타자를 상대하게 해 1실점으로 막아냈다.

승리를 축하하는 두산 베어스 선수단. ⓒ연합뉴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겠다는 김태형 감독의 승부수는 계속 적중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 2회 꺼내든 이영하 카드가 그대로 적중했고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서도 홍건희가 영웅으로 떠오르며 팀에 승리를 안겨주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오는 10일 열리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김민규를 선발투수로 내세운다. 김민규는 올해 삼성과 4경기에서 5.1이닝 동안 14안타를 내주고 13실점 했다. 김민규의 삼성전 평균자책점은 무려 21.94다.

올해 전성기를 맞이한 백정현을 앞세우는 삼성에 비해 두산은 객관적으로 불리하다.

그러나 두산 불펜에 이틀 쉰 ‘철벽’ 이영하가 대기한다. 이영하는 현재 두산 불펜진에서 김태형 감독이 가장 믿을만한 자원이다. 김태형 감독은 9일 경기에서 이영하를 쉬게 하고 홍건희로 오랜 이닝 끌고 가며 2차전까지 고려하는 현명한 투수 운용을 보여줬다. 2차전에서 김민규가 초반에 무너지면 이영하가 조기투입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뷰캐넌, 원태인, 백정현을 필두로 선발야구를 운영한다면 두산은 ‘불펜야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적절한 투수교체 타이밍과 한정된 자원으로 ‘버티는’ 단기전 전략을 보여주고 있는 김태형 감독의 위대한 도전이 성공으로 끝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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