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왼쪽)과 홍창기(오른쪽). ⓒ스포츠코리아
[잠실=스포츠한국 전성우 기자] 정수빈(두산 베어스·31)이 ‘가을무대’에서 맹활약할 때 홍창기(LG 트윈스·28)는 침묵했다.

두산은 지난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선승제) 3차전에서 LG를 상대로 10-3 대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에 진출했다.

이날 두산 타선의 선봉장은 1번타자 정수빈이었다. 정수빈은 이날 혼자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LG의 1번타자 홍창기는 이날 5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했다.

보통 야구에선 1번타자를 ‘리드오프’라 부르고 3,4,5번타자를 ‘클린업 트리오’라고 부른다. 1번타자는 어떤 타순의 타자보다 타석에 자주 선다. 그리고 1번타자는 1회 팀 첫 공격 때 가장 먼저 타석에 선다. 이렇게 중요한 ‘리드오프’ 자리만 놓고 2021 시즌에 두산과 LG를 비교하면 LG가 압도적으로 앞섰다.

정수빈의 2021 정규시즌은 초라했다. 정수빈은 2021시즌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 5푼 9리 3홈런 12도루를 기록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1.53에 불과, 전년도에 기록한 3.52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시즌 전 6년 최대 56억원에 FA 계약을 했는데 첫 시즌 부진했다. 팬들 사이에서 '먹튀' 이야기도 나왔다.

반면, 홍창기는 정수빈과 다르게 올해 큰 발전을 이뤄냈다. 2020시즌 135경기 타율 2할 7푼 9리 출루율 4할 1푼 1리를 기록했고 2021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 2푼 8리 출루율 4할 5푼 6리(리그 1위)를 달성했다. 도루는 23개 기록했고 WAR은 6.59로 정수빈의 4배를 능가했다.

누가 봐도 두산에게 불리한 ‘리드오프’ 싸움이었다. 그러나 ‘가을무대’에선 둘의 희비가 엇갈렸다. 정수빈은 팀이 가을야구를 하는 동안 24타수 10안타, 타율 4할 1푼 6리 5타점 5득점을 기록했고 홍창기는 9타수 1안타, 1할 1푼 1리, 0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정수빈은 팀이 가장 필요할 때 승리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7일 준PO 3차전에서 6-1로 앞선 5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싹쓸이 3루타를 치며 쐐기를 박았다.

정수빈. ⓒ연합뉴스
정수빈의 수비도 좋았다. 1회말과 2회말 LG의 기를 완전히 꺾는 호수비를 펼쳤다. 1회말 LG 선두타자 홍창기가 좌중가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정수빈이 지체없이 몸을 내던져 잡아냈다. 2회말에는 1사 후 LG 유격수 구본혁의 우중간 안타성 타구에 반응했고 1회말과 같은 '슈퍼캐치'를 보여줬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박용택 해설위원과 장정석 해설위원은 정수빈의 활약을 보면서 "이 정도면 가을남자라고 인정해야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홍창기는 이번 정규시즌 분명 정수빈의 네 배에 가까운 WAR을 기록했다. 그 어떤 지표도 정수빈에 뒤질게 없이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홍창기는 가장 중요한 ‘가을’에 침묵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탈락을 바라만 봤다.

이번 준PO는 ‘가을 사나이’ 정수빈이 같은 포지션인 ‘중견수’ 후배 홍창기에게 한 수 가르쳐준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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