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승재 기자)
[스포츠한국 창원=윤승재 기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지만, 맘껏 웃을 수는 없었던 한 해였다. 시즌 막판 입은 부상으로 가을야구는 물론, 그토록 염원했던 국가대표 승선 꿈이 모두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기 때문.

올 시즌 구창모(22·NC)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3경기 10승 7패 평균자책점 3.20. 2015년 데뷔 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데뷔 첫 시즌 10승. 그리고 한 경기 최다 이닝(8이닝)에 한 경기 최다 탈삼진(13개)까지 개인 신기록도 여럿 세웠다.

하지만 부상 악령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시즌 개막 직전 내복사근 부상으로 3, 4월을 통째로 날린 구창모는 시즌 중에도 여러 잔부상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보면 아무 이상이 없었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라는 생각에 참고 뛰다가 결국 탈이 났다.

피로골절이 의심된다며 다시 찍어보자는 병원의 의견에 검사를 진행했다. 피로골절은 포커스를 맞추고 검진하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증상 중 하나. 결국 구창모는 9월 말 허리 피로 골절 진단과 함께 회복까지 4주가 걸린다는 소견을 받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5일 남겨둔 가운데, 결국 구창모는 1군에서 말소됐고 와일드카드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집에서 TV로 지켜봤다. 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내가 저기 있어야 했는데, 팀에 도움이 돼야 했었는데’라며 자책했다. 하지만 공허 속의 외침일 뿐, 구창모는 팀의 탈락을 지켜보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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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구창모는 그토록 염원했던 대표팀 엔트리에서도 낙마했다. 구창모의 부상 소식을 들은 김경문 감독은 대체 선수를 물색하기 시작한 것. 그 가운데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팀 중에 해당 선수가 있다는 김 감독의 말에, 가을야구가 끝날 때까지 인터넷에는 ‘구창모 대체자’라는 단어가 연일 오르내렸다.

구창모로서는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마음이 워낙 컸기에,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 나온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김경문 감독의 사진의 기사가 올라올 때면 구창모는 그 유니폼을 보면서 진한 아쉬움을 삼켰다. 잠실야구장에서 맞췄던 국가대표 정장도 눈앞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구창모가 국가대표 탈락에 이토록 아쉬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구창모는 국가대표 엔트리 발표 때부터 베테랑 선배들과의 합숙 훈련을 기대했다. 자신의 우상인 양현종과 김광현, 차우찬 등 베테랑 좌완 투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그들의 곁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구창모의 가슴은 설ㄹㅔㅆ다.

특히 구창모는 양현종에게 비시즌 관리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었다. 6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도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친 양현종에게, 구창모는 그의 곁에서 훈련하며 여러 노하우를 배우고자 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무산됐고, 그렇기에 그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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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구창모는 창원에 남아 재활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한 달째 공을 잡지 못해 이제는 공을 잡으면 어색할 정도다. 하지만 아쉬운 감정은 어느 정도 털었다. 이제는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구창모는 허리 피로골절이라는 병원 소견을 받자마자 김경문 감독에게 연락했다. “올 시즌 국가대표를 목표로 준비를 잘했는데 감독님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하다”고, “내년에 다시 잘 준비해서 꼭 감독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실망하지 말고 몸조리 잘해라”며 그를 격려했다. 답장을 받은 구창모는 ‘내년에 더 잘 준비해서 다시 한 번 국가대표에 도전하자’고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구창모는 부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놓치며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구창모는 “몸이 안 아픈 게 최우선인 것 같다. 올해 크게 느꼈던 건 마운드에서 하는 것은 자신 있는데, 몸이 아프니까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정말 제대로 느꼈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그는 “이번엔 준비를 단단히 해서 (나)성범이 형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하게 몸을 탄탄히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아쉬운 시즌이었지만 구창모의 시선은 내년 시즌으로 향하고 있다. 구창모는 “비시즌을 한두 달 앞당겼다고 생각하겠다”라면서 “남은 기간 몸 밸런스를 확실히 잡고, 체력 운동과 보강 운동에 중점을 두면서 비시즌을 보낼 생각이다.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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