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만 되면 어김없이 살아나는 SK의 가을남자들. 최정-김강민-박정권은 플레이오프에서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최종전 2위 추락의 충격 여파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SK에는 가을 DNA가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한 번도 탈락한 적 없는 SK가 1년 만에 다시 만난 키움을 상대로 지난해 영광을 다시 재현할 수 있을까.

정규시즌 2위 SK와 준플레이오프 무대를 통과한 3위 키움은 오는 14일부터 플레이오프 시리즈(5전 3선승제)를 치른다.

지난 시즌 양 팀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만나 명승부를 펼쳤다. 4차전까지 홈에서 모두 승리를 가져가며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팽팽하던 양 팀은 5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승부 끝에 SK가 끝내기 백투백 홈런으로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로부터 1년 뒤, 양 팀은 같은 무대에서 또다시 재회했다. SK가 최종전에서 두산에 1위 자리를 내주며 2위로 떨어졌고,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에서 LG를 3승1패로 꺾고 플레이오프 시리즈에 진출하면서 1년 만의 재대결이 성사됐다.

SK는 시즌 막판 투타 밸런스의 붕괴로 부진에 빠지며 결국 최종전서 두산에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SK의 분위기는 다소 좋지 않다. 약 4개월 동안 지켜온 1위 자리를 최종전에서 뺏기며 한국시리즈 직행에 실패했다. 충격의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팀 타선이 시즌 막판 크게 침체된 모습을 보이면서 힘을 쓰지 못했다. 전반기 타율 2할9푼6리였던 팀 타율은 후반기 2할4푼7리로 뚝 떨어지며 부진을 거듭했다. 9월 이후 최정(0.224), 김강민(0.222), 노수광(0.172) 등 주전 선수들의 부진이 한몫했다. 홈런 역시 경기 당 0.89개(96경기 86홈런)를 기록했던 전반기와는 달리 후반기에는 경기 당 0.65개(48경기 31홈런)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SK는 최종전에서 1위를 뺏기는 충격의 정규시즌을 보내야 했다. 여기에 플레이오프에서는 지난 가을부터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까지 팽팽한 접전(시즌 전적 8승 8패)을 이어온 키움이라는 제일 까다로운 상대를 만났다. 여러모로 피곤할 수밖에 없는 SK다.

하지만 SK에는 가을 DNA가 있다. SK는 역대 네 번의 플레이오프(2009, 2011, 2012, 2018)에서 단 한 번도 탈락한 적이 없다.

타선도 가을만 되면 살아났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에도 SK의 정규시즌 팀 타율은 0.262(당시 리그 7위)로 좋지 않았지만, SK는 특유의 타선 응집력과 선수들의 ‘한 방’ 덕에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김강민(플레이오프 20경기 타율 0.333 3홈런 12타점)과 박정권(타율 0.329 7홈런 17타점), 최정(타율 0.345 5홈런 9타점) 등 플레이오프에서 강했던 ‘가을 남자’들의 활약이 주효했다. 여기에 한동민과 로맥 등 적시에 홈런을 터뜨려줄 타자들도 건재하다.

SK 1차전 선발 김광현과 2,3차전 선발이 유력한 산체스-소사, 세 선수 모두 올 시즌 키움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마운드 역시 건재하다. 특히 선발진은 정규시즌 키움을 상대로 좋은 기록을 이어왔다. 1차전 선발로 내정된 김광현과 2,3차전 선발이 유력한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 산체스, 소사 모두 키움에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정도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김광현은 4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2.36을 기록했다. 산체스는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4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소사 역시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4선발로 유력한 박종훈도 올 시즌 키움과의 3경기에서 2패만을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 3.72에 불과하다.

불펜진도 지난해보다 더 탄탄하다. 지난 시즌 5.49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7위에 머물렀던 불펜진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 3.69(리그 3위)를 기록하며 환골탈태했다.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안정감을 찾은 서진용(2018 ERA 6.12→2019 ERA 2.38)과 정영일(5.32→3.21)이 허리에서 힘을 보태주고 있고, 김태훈도 지난해보다는 성적이 좋지 않지만 여전히 건재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KBO리그 첫 해, 그것도 투수 전향 첫 해에 세이브왕(36세이브)에 오른 하재훈(1.98)도 건재하다. 지난해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마운드다.

염경엽 감독은 미디어데이 때 “도전하는 마음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겸허한 자세로 플레이오프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위에서 한 차례 추락한 만큼,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3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것 만큼은 피하고 싶은 SK다. 절실함이 더해져 더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SK는 과연 2위 추락의 충격 여파를 딛고 가을 DNA를 다시 실현시킬 수 있을까. SK의 또 다른 도전이 될 플레이오프 1차전은 14일 오후 2시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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