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SK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음주운전 후 이를 숨겼던 내야수 강승호에게 임의 탈퇴라는 구단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강승호에게 90경기 출장정지와 1000만원의 제재금, 봉사활동 180시간의 중징계를 내린 뒤 곧바로 구단 자체 징계 결과를 발표했다.

SK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구단은 그동안 음주운전 및 각종 범죄에 대한 예방 교육을 지속적으로 선수들에게 펼쳐오기도 했다.

구단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저지른다면 구단으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결국 SK는 26일 KBO에 강승호에 대해 임의탈퇴 공시 신청을 했다.

하지만 SK는 일말의 여지도 뒀다. SK는 임의탈퇴 기간이 끝난 뒤에도 선수가 얼마나 깊이 반성하고 진정성 있는 음주 운전 예방을 위한 활동을 했는지를 보고 선수의 향후 신분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강승호의 올해 잔여 연봉을 교통사고 피해가족 지원에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KBO가 부과한 봉사활동도 최대한 교통사고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겠다고 전했다.

타격 중인 강승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강승호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질까.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SK는 리그에서 ‘클린 구단’의 이미지가 강했다.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었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빠르고 강경하게 대처해 확산을 막았다. 하지만 강승호가 이 이미지에 상처를 남겼다.

또한 강승호는 음주운전 이후 이 같은 사실을 숨긴 후 태연하게 2군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구단은 이를 방송사 취재 과정에서야 뒤늦게 알게 됐고, 믿었던 선수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구단으로서는 실망감이 컸을 터.

여기에 1년 뒤 강승호를 다시 품는다면 구단 이미지에 더 타격이 갈 수 있다. 현재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선수들 중 현역으로 뛰는 선수들도 있지만, 그 ‘주홍글씨’를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다. 그들을 품고 있는 구단도 마찬가지. SK도 강승호의 주홍글씨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승호를 구단의 미래로 키우려고 했던 SK는 그야말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그를 내쳤다. 구단은 강경한 대처와 향후 대처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해당 사안에 대한 ‘진정성’을 보였다.

이젠 구단과 팬, 리그 전체의 믿음을 저버린 강승호가 ‘진정성’을 보일 차례다. 하지만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구단 복귀의 열망보다 진심어린 반성이 최우선임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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