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엎친 데 덮친 격이다. 투수 파트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는데, 이제 야수 파트로 옮겨갔다. 비상이다. 베테랑 내야수 이범호가 허벅지 부상으로 캠프서 귀국한다.

이범호는 지난 18일 오키나와에서 열린 히로시마 도요카프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수비 훈련을 하던 도중에 허벅지 통증을 느꼈다. 곧바로 인근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지만 타구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허벅지 근육이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오는 20일에 귀국하는 이범호는 곧바로 추가 정밀 검진을 받은 후에 몸 상태 여부에 따라 재활 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기적으로 썩 좋지 못하다. 오는 3월 12일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23일에 프로야구가 개막한다. 대략 한 달 정도가 남은 상황에서 고질적으로 아팠던 허벅지 부상은 이범호에 있어 너무나 아쉽고 치명적이다.

이범호의 개막전 합류 여부를 떠나 이제 KIA는 3루수 기용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대안은 세 선수로 좁혀진다. 작년까지 유틸리티 자원으로 내야 및 외야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던 최원준, 그리고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황대인, 퓨처스리그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류승현 정도다.

스타의 부상은 새로운 스타의 등장을 이끌어낸다. 세 선수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펼쳐진다는 것 자체는 KIA 입장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타이거즈 3루수는 지난 2011년부터 작년까지 8년 간 이범호의 자리였다. 덕분에 우승도 했지만 이제 바뀔 타이밍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최원준. 스포츠코리아 제공
최원준은 작년에 무려 6개의 포지션에서 뛰었다. 그래서 더 많은 타석을 소화할 수 있었고 연봉도 1억을 찍었다. 최원준은 이번 캠프에 임하는 각오로 "작년에 이것저것 하다보니 제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야구 스타일을 찾은 것 같다. 작년처럼 흐지부지 하면 올해도 여러 포지션을 뛸 수 밖에 없다.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번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최원준은 KIA가 치른 네 번의 연습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외야 두 차례, 내야 두 차례를 수비로 소화하며 타격에 나섰다. 어느덧 프로 연차가 4년째다. 갖고 있는 타격 능력은 확실한 선수다보니 수비에서 좀 더 안정감을 찾는다면 충분히 3루수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류승현도 마찬가지다. 작년 퓨처스리그에서 62경기에 나서 239타수 80안타 타율3할3푼5리를 찍었고 1군에 올라와서도 35경기 출전에 75타수 23안타 타율3할7리를 기록했다. 꾸준히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자원이다. 이미 이번 캠프에서도 꾸준히 연습 경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세 선수 가운데 한 방을 쳐내는 것에 가장 능한 황대인의 경우는 이범호와 스타일이 비슷하다. 역시나 수비를 좀 더 가다듬어야 하며 생각보다 자잘한 부상이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어깨 부상으로 인해 이번 스프링캠프 명단에 빠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최원준, 황대인, 류승현이 당장 이범호의 펀치력을 따라잡기는 무리다. 작년에 이범호는 10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20홈런을 날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부상이 낫는다면 개막 이후에라도 언제든 3루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계산이 되는 베테랑 선수를 기용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렇기에 세 선수가 치열하게 경쟁을 펼쳐서 이범호를 끝까지 위협해야 한다.

위에 언급한 3인방 외에도 KT에서 온 이창진이나 파이팅이 많이 넘치는 황윤호 역시 언제든 3루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자원이다. 이범호의 부상이 뼈아픈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말해 전화위복의 케이스를 만들고 싶은 것이 현재 KIA의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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