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2루 베이스 옆에 눕고 있는 김기태 감독과 이를 지켜보는 문선재.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다시 만났다. 김기태 감독과 문선재(28)다.

두 사람의 첫 인연은 LG였다. 문선재는 2009년 2차 7라운드 전체 52번 순으로 LG에 입단했다. 일찍감치 상무로 입대, 군 복무를 마친 그는 2013년에 다시 복귀했다.

그리고 당시 LG 사령탑이 김기태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문선재를 좋아했다. 장타력도 있고 주루에도 능했다. 섬세함에서는 부족하지만 포수를 포함, 내야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수비 능력도 있었다.

경기 후반에 선수를 잘 바꾸면서 전략을 짜는 김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고려, 외야수 변신도 감행했던 다재다능 문선재는 김 감독 야구 스타일에 매우 적합한 유형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실제로 당시 문선재는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다. 모두 93경기에 나와 217타수 58안타 타율 2할6푼7리 4홈런 8도루 25타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4시즌에 김 감독이 도중에 사퇴했고, 그 해에 문선재는 24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5시즌에 103경기, 2016시즌에 52경기를 출전했지만 2013시즌보다 타수나 안타, 모두 적었다.

이후 LG 외야진은 본격적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고, 문선재가 뛸 수 있는 기회는 더더욱 사라졌다. 본인이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기회 자체가 적다보니 본인도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렇게 2017시즌에는 35경기 출전에 그치더니 한 번 기용한 주전을 어지간해서는 바꾸지 않는 류중일 감독이 2018년부터 사령탑으로 오자 1군 출전은 단 2경기에 그쳤다.

결국 선수 본인이 새로운 돌파구를 원했고, 차명석 단장에 제안했다. 마침 KIA에서 트레이드 제안이 왔다. KIA가 원하는 유형에 가장 적합했던 선수가 '문선재'였다.

문선재. 스포츠코리아 제공
KIA의 외야를 살펴보면 좌익수 최형우, 중견수 헤즐베이커, 우익수 이명기가 주전급이다. 세 선수 모두 좌타자다. 백업인 최원준이나 박준태 역시 좌타자다. 말 그대로 왼손 포화다.

KIA는 우타 외야수를 원했다. 조계현 단장도 "오른손 타자가 필요했다. 나름 파워도 갖고 있고 급할 때는 수비도 가능하다. 현장에서 꾸준히 원했다"라고 설명했다.

우타 외야 자원이 많지 않기에 2019시즌, 문선재가 어떤 각오를 보이느냐에 따라 기회 역시 충분히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광주 동성고 출신이기에 고향으로 왔다는 점도 그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문선재 역시 "KIA로 팀을 옮기는 것이 큰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팬들은 김기태 감독과 문선재의 재회를 보다 재밌는 방식으로 풀이하고 있다. 추억거리다. 지난 2015년 4월이다.

당시 LG를 떠나 KIA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김 감독은 4월 15일 잠실 LG전에서 5-2로 앞선 상황에서 1루에 있던 문선재의 2루 도루가 세이프가 되자 그라운드로 나와 적극적으로 항의했다.

문선재가 2루수 최용규의 태그를 몸을 비틀어 피한 뒤에 베이스를 터치했는데, 김 감독은 쓰리피트라인 아웃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접 2루 베이스 옆에 눕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LG에서 한솥밥을 먹다가 이제 KIA로 다시 와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 김기태 감독과 문선재다. 좋았던 기억도 많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문선재의 2019시즌은 이제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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