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처음은 다 서투른 법이다. 선수든 감독이든 마찬가지다. 심지어 프로야구 통합 4연패를 달성, 왕조를 구축한 사령탑도 예외는 아니었다.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의 이야기다.

대구에서 태어나 삼성에서 뛰고 코치와 감독까지 했다. 그런 이가 서울로 팀을 옮겼으니 쉽게 적응하기 어려웠다. LG는 LG 나름의 시스템이 있었고 류 감독은 이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작년 4월에 터진 '사인 훔치기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상대 KIA 구종별 사인이 적힌 종이가 덕아웃 통로에 붙어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규정 위반인데 감독은 그 사실을 몰랐다.

당시 류 감독은 "저도 선수 생활을 오래 했지만, 이렇게 프린트 해서 붙여 놓은 것은 처음이다. 내가 알았다면 당장 떼어버렸을 것이다. 기사를 보고 난 뒤에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전력분석팀이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이를 실전에서 활용하는지를 감독이 전혀 몰랐다. 아직 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모양새가 됐다.

류 감독은 KBO에 벌금을 1000만원을 냈다. 시즌 초반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시각도 존재했지만, 그런 작은 부분이 롤러코스터 경기력을 낳았고, 결과는 리그 8위였다.

또 하나 아쉬웠던 것은 주전급 선수의 고정 운용이다. 삼성 시절부터 이어진 류 감독의 스타일은 LG에 와서도 변함이 없었다. 흔들리든 흔들리지 않든, 류 감독은 경쟁에서 살아남은 주전을 믿고 신뢰했다.

시즌 초반, 류 감독은 "특별한 부상이 없다면 최대한 고정 라인업을 쓰려고 한다. 그래야 선수들도 상황에 맞게 대비하고 휴식하고 준비를 할 수 있다"라고 선수 기용 원칙을 설명했다.

당장 내가 라인업에 들어가는지, 아니면 나가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기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선수들이 최대한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류 감독의 생각이다.

일단 톱타자 이형종을 시작으로 유격수 오지환이 테이블 세터를 꾸린다. 중심 타선은 지명타자 박용택, 1루수 김현수, 우익수 채은성이 맡는다. 외인 가르시아는 부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뒤를 3루수 양석환, 좌익수 이천웅, 포수 유강남, 2루수 정주현이 채운다. 이 라인업을 기준으로 타순이 조금 바뀔 뿐, 이 선수들이 대부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초반에는 먹혀들었다. 4월에는 4~5위 언저리에 머물렀지만 연승 가도를 달리더니 5월이 지나 6월이 되면서 리그 2위까지 치고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하자 문제가 터졌다.

연승이 사라진 대신 연패에 허덕였다. 3위, 그리고 4위를 지나 5위로 내려가더니 아시안게임이 끝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고 끝내 리그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김현수. 스포츠코리아 제공
고정된 라인업으로 나서는 것은 좋았지만,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의 날씨를 선수들의 체력이 견뎌내질 못했다. 지명타자 자리는 박용택이 꽉 잡고 있으니 다른 선수들이 쉴 틈도 없었다.

실제로 7월까지 LG의 팀 타율은 2할9푼8리로 3할9리의 두산에 이어 리그 2위의 강력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8월부터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LG의 팀 타율은 2할8푼2리로 하락, 리그 8위까지 추락했다.

마운드 역시 7월까지는 평균자책점 4.94를 기록, 리그 4위로 나름 안정감 있는 모습이었지만 8월 이후의 평균자책점은 6.18로 리그 꼴찌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전반기와 후반기의 팀 경기력 격차가 매우 심했다.

팀 적응과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와의 원활한 소통, 그리고 고정 라인업의 아쉬움을 류 감독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특히 두산전 1승 15패로 뼈저리게 느꼈다. 일단 작년 시즌이 끝나고 조금씩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일단 코칭스태프 개편이다.

투수 파트에서 강상수 코치를 내보내고 NC에 있던 최일언 코치를 영입했다. 더불어 삼성 시절에 함께 했던 김재걸, 김호 코치를 작전 및 주루 코치로 데려왔고 배터리도 세리자와 유지 코치로 정했다.

수석과 타격은 그대로 두되, 다른 파트를 모두 자신의 인물로 바꿨다. 트윈스 사령탑 2년차, 팀 장악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미다.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분도 강조한다.

LG 코칭스태프 관계자는 "당장 하루 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지만, 선수들이 캠프를 비롯, 시즌 들어서도 꾸준히 훈련을 소화하고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이를 기다려주면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충분히 좋아질 것이라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비시즌에 LG 야수들은 빅리그 경험을 하고 돌아온 '김관장' 김현수의 웨이트 트레이닝 비법에 제대로 빠지면서 여름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키우고자 매일 땀을 흘리고 있다.

이제 트윈스 사령탑 2년 차다. 시즌 전까지 위에 언급한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류 감독은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과연 작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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