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소사(왼쪽), 윌슨.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길준영 기자] 외국인 선수만 성공해도 가을야구는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팀 성적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2018시즌이 절반 가까이 지난 지금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활짝 웃고 있는 팀이 있는가하면 외국인 선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팀도 있다. 올해 외국인 선수 농사를 잘 지은 팀과 반전이 필요한 팀은 어디일까.

먼저 올 시즌 가장 외국인 선수 덕을 많이 보고 있는 팀은 LG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를 살펴보면 LG 외국인 선수 3명의 WAR은 8.35다. 2위 롯데(6.01)와 2승 이상 차이나는 압도적인 1위다.

외국인타자 가르시아가 20경기 73타수 26안타 타율 3할5푼6리 3홈런 15타점의 기록만을 남긴 채 4월 17일 이후 부상으로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지만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걸출하다.

올해로 KBO리그 7년차를 맞이한 소사는 15경기 6승 4패 107이닝 평균자책점 2.52로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거듭났다. 올 시즌 새롭게 팀에 합류한 윌슨도 15경기 5승 3패 98이닝 평균자책점 3.03으로 활약 중이다.

두 투수의 WAR 합산은 7.50에 달한다. 이는 삼성과 NC 외국인 선수 6명의 WAR 합(7.47)보다도 높다. 소사와 윌슨이 삼성과 NC 외국인 선수 6명보다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사와 윌슨이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LG는 현재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가르시아의 부상만 아니었다면 우승 경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롯데와 SK 역시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눈부시다.

롯데 레일리(왼쪽부터), 듀브론트, 번즈. 스포츠코리아 제공
롯데는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들의 동반 부진으로 고민이 깊었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레일리(WAR 2.12)-듀브론트(1.96)-번즈(1.93) 모두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번즈는 지난 20일까지 6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극적인 반전을 선보였다. 번즈는 연속 홈런을 기록한 6경기에서 13안타 9홈런 17타점을 쓸어 담았다. 번즈의 활약에 힘입어 롯데는 최근 10경기에서 최근 5연승을 곁들이며 6승 1무 3패의 상승세다.

SK는 지난 3년간 에이스로 활약해온 켈리(WAR 0.59)가 올 시즌 다소 부진하지만 산체스(2.52)와 로맥(2.77)이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도 최근 10경기 3승 1무 6패로 페이스가 좋지 않은 SK이지만 여전히 2위를 노려볼 수 있는 순위와 게임차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은 절반의 성공과 실패를 겪었다.

외국인 타자 파레디스(WAR -0.71)는 팀에 해만 끼치고 올 시즌 퇴출 1호 외국인 선수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 듀오 린드블럼(3.32)-후랭코프(2.83)가 빼어난 투구 내용으로 파레디스의 부진을 넘어서는 활약을 해줬다. 덕분에 두산은 리그 최악의 외국인 타자를 보유했음에도 외국인 선수 WAR 4위를 기록했다.

한화 샘슨(왼쪽부터), 휠러, 호잉. 스포츠코리아 제공
한화는 외국인 선수 투자 효율이 가장 좋아진 구단이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에 가장 많은 금액(480만달러)을 투자한 한화는 올 시즌 ‘효율성’을 강조하며 비교적 낮은 연봉(총액 197만5000달러)의 선수들로 외국인 선수 슬롯을 채웠다.

오간도-비야누에바-로사리오로 구성됐던 지난 시즌 한화의 외국인 선수들은 WAR 10.18(리그 4위)을 합작하며 좋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오간도와 비야누에바가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고 워낙 많은 금액을 투자했기에 WAR 1당 비용은 47만2000만달러(약 5억2179만원)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반면 올 시즌 샘슨(WAR 1.66)-휠러(0.77)-호잉(2.92)은 WAR 5.35(리그 6위)를 합작해 WAR 1당 비용이 37만7000달러(약 4억1677만원)로 지난해 대비 1억원 이상 감소했다. 리그 전체로 보면 두 번째로 낮은 비용(최소 1위 LG 33만5000달러)이다.

한화와 반대로 올 시즌 외국인 선수 효율이 가장 나빠진 구단은 KIA다. 지난 시즌 엄청난 활약을 하며 KIA의 11번째 우승을 이끈 헥터-팻딘-버나디나 트리오는 올 시즌 모두 대폭 인상된 조건으로 재계약했다.

하지만 세 선수 모두 지난 시즌만큼의 활약을 해주지 못하면서 투자대비 효율이 크게 악화됐다. WAR 1당 비용은 지난 시즌 23만8000달러(약 2억6373만원)에서 올 시즌 99만9000달러(약 11억699만원)로 크게 높아졌다.

외국인 선수 기여도가 가장 낮은 구단은 NC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3명이 기록한 WAR은 3.44로 KBO리그 외국인 선수 WAR 2위인 윌슨(3.51)이 홀로 쌓은 승리기여도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넥센은 불운한 케이스다. 넥센의 외국인 선수 WAR(5.55)은 리그 5위로 중위권 수준이다. 투자금액(275만달러)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다.

하지만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로저스가 지난 3일 손가락 복합 골절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넥센이 구단 역사상 최고액인 150만달러(약 16억7400만원)를 투자해 영입한 로저스는 13경기 5승 4패 83이닝 평균자책점 3.80으로 괜찮은 성적을 거뒀지만 부상으로 반 시즌 밖에 뛰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넥센은 로저스의 대체자로 KBO리그에서 검증된 해커와 지난 21일 총액 30만달러(약 3억3267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해커가 리그 복귀 후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올 시즌 넥센의 외국인 선수 성과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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