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잠실=전영민 기자] ‘판타스틱 4’는 무너졌다. 하지만 두산 이용찬의 존재는 여느 때보다 빛나고 있다.

두산은 올시즌을 앞두고 린드블럼-후랭코프-장원준-유희관-이용찬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구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장원준과 유희관이 예년만 못했고, 부진을 면치 못한 둘은 끝내 2군행을 통보받았다.

다행스럽게도 유희관이 지난 25일 대구 삼성전에서 6.1이닝 3실점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긴 했으나 장원준은 여전히 2군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상황에 이용찬은 매 등판마다 역투를 펼치며 5선발을 넘어 3선발 수준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 이용찬.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용찬은 올시즌 7경기에 출전해 41이닝을 책임지며 6승 무패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 중이다. 지난 13일 고척 넥센전을 제외하면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30일 잠실 SK전에서는 7이닝 6피안타(2피홈런) 3실점으로 시즌 6승째, 그리고 선발 6연승을 달성했다.

선발 6연승 비결에 대한 질문에 이용찬은 “비결이라기보다는 선발 등판 5일 전부터 준비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 준비하는 것들이 결과물로 잘 나왔을 뿐”이라며 “타자들 덕에 매번 수월한 경기 운영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답을 남겼다.

지난해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그는 68경기 71.2이닝 5승 5패 2홀드 22세이브 평균자책점 4.40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부진한 성적 탓에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선발로 전환을 꾀했고, 2012년 이후 6년 만에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꿨다. 때문에 올시즌 선발투수 이용찬의 활약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용찬은 “보직 전환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었고 거의 마무리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면서 “‘선발로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면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독하게 마음먹고 시즌을 준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그는 “보직 전환이 결정됐을 때 예상했던 성적과 현재의 성적이 많이 다르다”면서 “우선 오랜만에 선발로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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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달리 ‘5선발’ 이용찬은 3선발 수준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다승 부문에서도 SK 김광현 등과 함께 리그 공동 4위에 올라있다. 로테이션 상 5선발 순번에만 등판할 뿐 상대 에이스와의 맞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을 카드로써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그의 활약을 빌어 일각에서는 장원준과 유희관을 넘어 향후 몇 년간 두산 ‘토종 에이스’ 역할을 도맡을 선수로 이용찬을 꼽고 있다. 더불어 올시즌 남은 기간 동안 린드블럼과 함께 두산의 원투펀치를 이룰 적임자로 이용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대해 이용찬은 “(장)원준이 형과 (유)희관이 형이 지금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여태껏 쌓아온 커리어가 있기 때문에 나는 두 선수와 비교될 수준이 아니다”라며 “난 지금도, 형들이 돌아와도 5선발이다. 그저 형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몇 년간 (장)원준이 형과 (유)희관이 형이 팀의 승리를 다 책임져왔기 때문에 지금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유)희관이 형은 직전 등판에서 잘했는데 승을 챙기지 못한 것이고, (장)원준이 형도 푹 쉬고 올라오면 팀이 더 잘 돌아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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