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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광주=김성태 기자]만루홈런을 치고 1회에만 5점을 따냈다. 17안타에 시즌 다섯번째 선발전원안타까지 쳐냈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누가 봐도 이길 수 있는 경기다.

그런데 졌다. 23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KT의 경기에서 환하게 웃은 것은 KT였다. KIA는 8-4로 앞선 상황에서 9회 초에 임했지만 한 이닝에 무려 5점을 헌납했고 8-9로 졌다.

상황을 돌아보자. 팀 타선이 열심히 활약했다. 선발 팻 딘도 호투를 펼쳤다. 지키면 이긴다. 게다가 4점 차다. 9회초 아웃카운트 3개만 잡으면 시즌 첫 5연승 달성이다.

8회까지 김윤동이 잘 막아냈다. 2이닝 36개를 던졌다. 9회까지 책임지게 할 순 없다. 김기태 감독은 고민 끝에 김세현 투입을 결정했다. 4점 차, 누가 봐도 여유가 있으니 부담은 확실히 덜어준 셈이다.

게다가 지난 16일 이후 첫 등판이다. 휴식도 충분했다. 이전에 워낙 페이스가 좋지 못했고, 블론세이브도 4개나 있었다. 그렇게 2군도 다녀왔으니 서서히 자신감도 회복할 겸, 김세현 투입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여기서 KIA의 첫 실수가 나왔다. 투입 여부는 그렇다 쳐도, 문제는 김세현에 대한 체크였다. 9회 첫 타자 윤석민을 상대로 초구를 던졌다. 149km짜리 직구다. 이어 129km짜리 슬라이더로 볼이 나왔다.

3구째 150km짜리 직구를 던졌는데 윤석민이 그대로 노려쳤고 중전 안타가 됐다. 무사 1루다.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일단 구속이 안나온다.

알려진대로 김세현은 변화구가 아닌 150km 초중반 이상의 빠른 공으로 윽박 지르는 파이어볼러 마무리다. 하지만 윤석민에게 안타를 허용한 150km짜리 직구가 전날 김세현의 최고 구속이었다.

다음 타자 이진영과도 승부했다. 초구와 2구 모두 147km 직구였다. 3구 146km짜리 직구가 날아온다. 비슷한 직구 패턴에 타이밍이 맞으면 딱 치기 좋은 공이다. 안타를 또 내줬다. 무사 1, 2루다.

구속이 완전하지 않았다. 불펜에서 좀 더 세밀하게 체크 했어야 했다. 일주일 넘게 쉰 김세현이다. 연투가 아닌데도 구속 자체가 140km 중후반이면 이건 몸 상태 문제가 아닌 멘탈 문제라는 의미다.

자신감 회복은 스스로의 공을 믿고 있을 때 가능하다. 이는 확실한 몸 상태와 컨디션이 됐을 때 이루어진다. 던지면서 감을 잡을 수도 있지만 2군을 다녀왔음에도 아직 김세현은 100%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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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음 타자 오태곤을 상대로 149km짜리 초구인 직구를 던졌다. 여기서 변수가 나왔다. KIA의 두 번째 실수다. 타구가 2루수 안치홍에게 향했는데 병살타로 처리하려다보니 욕심이 과했다.

송구가 엇나가며 실책이 됐다. 무사 만루다. 예상 밖의 상황이 펼쳐지자 김기태 감독은 더 이상 김세현을 믿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서 KIA의 세 번째 실수가 나온다. 교체한 선수가 임창용이다.

이미 22일 경기에서 1.1이닝 27구 피칭을 했던 임창용이다. 21일은 휴식을 취했지만 20일 SK전에도 1이닝 20구 피칭을 했다. 23일을 제외하면 5월에만 9경기를 나와서 11.2이닝을 던졌다. 적은 등판은 아니다.

평균자책점 2점대를 찍고 있었고 임창용을 제외하면 믿을 수 있는 투수가 없다는 점도 이해는 간다. 그럼에도 40살이 훌쩍 넘은 베테랑 투수에게 휴식 없는 연투는 분명 무리였다. 결국 탈이 났다.

갑작스레 몸을 풀고 나와야 하니 제구가 엉망이다. 장성우에게 밀어내기 볼넷 1실점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전민수 내야땅볼 1실점, 강백호 우전 안타 2실점, 황재균 희생타 1실점까지 이어졌다.

결과는 8-9, 참패였다. 안치홍의 수비 실책, 연투 펼친 임창용의 투입 미스, 운이 따르지 않은 애매한 희생타 코스 등, 여러 변수가 있었다. 하지만 주된 패인은 김세현이다.

4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마무리는 치명적이다. 올해도 9시가 넘어가면 불안해지는 KIA 야구다. 최근 불펜이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그 순간 당했다. 김기태 감독의 미간에 주름이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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