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넥센 임병욱-김규민-김혜성.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고척=전영민 기자] 넥센이 난적 KIA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어린 선수들이 똘똘 뭉쳐 만들어낸 쾌거였다.

넥센은 1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8-2로 승리했다.

이로써 넥센은 KIA에 위닝시리즈를 거둠과 동시에 22승 23패로 리그 5위로 뛰어올랐다. 5할 승률에도 단 1승만을 남겨놓으며 상위권 도약에 대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3연전에서의 넥센이 거둔 성과를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핵심선수들의 전열 이탈로 ‘위기설’이 계속해서 거론됐기 때문이다. 서건창-박병호-이정후-김하성이 줄부상을 당했음에도 젊은 선수들은 그들의 공백을 완전히 메워내고 있다.

실제로 현재 넥센 1군 엔트리에서 베테랑이라고 불릴 선수는 그나마 야수조에서 이택근과 김민성, 투수조에서는 오주원과 이보근밖에 없다. ‘신구조화’라고 말하기에는 신예 선수들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어린 선수들이 장정석 감독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고 있다. 심지어 향후 몇 년 뒤부터는 넥센의 주전으로 도약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남길 선수들이기도 하다. 평균 22.3세의 임병욱-김규민-김혜성이 그 주인공.

넥센 임병욱. 스포츠코리아 제공
우선 임병욱(23)이 마침내 알을 깨고 있다. 그는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21경기에 출전에 그쳤다. 세부 기록도 42타수 10안타 타율 2할3푼8리 1홈런 7타점 2도루에 그쳤다. 프로 데뷔 전부터 ‘5툴 플레이어’로 기대를 모았으나 날개가 꺾이는 듯 했다. 넥센 입장에서도 가장 아픈 손가락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넥센 외야의 한 축으로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그는 44경기에 나서 140타수 46안타 타율 3할2푼9리 5홈런 16타점 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9할1푼9리를 기록 중이다. 공격, 수비, 주루 모든 면에서 팀에 큰 기여를 하는 중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임병욱은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최근 6경기 연속 안타 행진, 지난 9일 고척 한화전에서 대타로 들어선 것을 제외하면 1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이다. 홈런을 때려낸 김민성과 박동원에 가렸을 뿐 임병욱은 묵묵히 성장세를 그리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임병욱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시즌 중반까지만 이어갈 수 있다면 넥센의 선두권 도전도 꿈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KBO리그에서 실력을 입증한 이정후, 초이스에 이어 임병욱으로 구축되는 최강 외야를 구축할 수 있다. 더불어 넓은 외야 수비 범위와 타선의 짜임새는 물론 톱타자에 대한 고민까지 해결할 수 있다.

넥센 김규민. 스포츠코리아 제공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김규민(25)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2012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58순위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팔꿈치 부상, 군 입대를 거치며 육성선수 신분까지 추락했었으나 지난해 다시 정식 선수로 등록된 후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4경기 출전에 그쳤던 김규민은 지난달 28일 고척 SK전부터 1군에 올라와 현재까지 좌익수와 1루 포지션을 오가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올시즌 15경기 출전 59타수 23안타 타율 3할9푼 1홈런 12타점 OPS 9할3푼8리의 성적표도 받아들었다.

특히 지난 10일 고척 한화전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넥센은 9승 6패의 성적을 거두며 순항 중이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주목은 덜 받고 있지만 충분히 경험치를 쌓으며 경쟁력을 쌓아가는 중이다.

넥센 김혜성. 넥센 제공
장 감독이 ‘수비는 넥센에서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김혜성(19)도 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김혜성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감독으로부터 수비 하나는 진작부터 인정받았다. 2017년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7순위에서 뽑힌 점을 감안하면 넥센이 그에게 거는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서건창의 부상 이후부터 줄곧 2루를 책임지고 있는 김혜성은 39경기에 모습을 드러내 102타수 23안타 타율 2할2푼5리 1홈런 10타점 6도루 OPS 6할8리를 찍고 있다. 현재 총 10개 구단 2루수 중에서도 김혜성은 거의 모든 타격 지표에서 최하위에 그친다.

하지만 수비에서 209이닝을 책임지며 범한 실책은 단 3개에 불과하다. 2루 포지션만으로 한정하면 두산 오재원(316.1이닝 2실책), 삼성 강한울(287.2이닝 2실책)에 다음으로 최소 실책을 기록 중이다. 장 감독의 말처럼 수비에서만큼은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17일 고척 KIA전에서도 3-2로 근소하게 앞선 6회초, 나지완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막아낸 후 가볍게 아웃카운트를 수확했다. 넥센이 7회말 대거 5득점으로 승기를 굳히긴 했으나 김혜성의 수비가 없었다면 승부의 향방은 예측할 수 없었다.

넥센 선수단은 현재를 위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넥센 관계자도 “구단에서도 지금이 불안한 상태는 맞지만 오히려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중”이라며 “지금 라인업에 있는 어린 선수들이 잠재력을 터뜨릴 수만 있다면 향후 4~5년 간 팀을 이끌어나갈 선수들”이라고 언급했다.

부상으로 이탈했던 선수들은 조만간 하나둘씩 다시 1군에 합류할 예정이다. 핵심 선수들의 복귀는 곧 추가 동력이자 반등이 가능한 이유다. 다만 경험치를 쌓으며 현재의 넥센을 지탱해온 어린 선수들은 머지않아 미래의 반등까지 기대케 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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